2017-08-12
이곳의 산오이풀을
별과 함께 담으려는 시도를 한지가 벌써 6전째다
고산지대인지라 밤에는 거의 안개가 가득해서
잠깐 하늘이 열리는 순간을 잡아야한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한 후 카메라가 젖지 않도록
수건으로 렌즈를 덮고 우산까지 씨워두고
차를 마시며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하늘에 별이 보이면 서둘러 고정된 삼각대 쪽으로 달려가는데
금새 안개가 들어와서 다시 발길을 돌리기를 수차례....
별사진은 겨우 서너컷 담았다.
여름산정은 겨울처럽 매섭지 않고
꽃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별을 담으러 오가는 사이
헤드랜턴에 안개의 입자들이 선명하게 흘렀다
불쑥
예전에 밤에 헤드랜턴을 켜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던 생각이 났다
안개 때문에 별을 담지 못할거면
산오이풀 주변으로 흐르는 안개의 입자들을 표현해보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랜턴을 켜고
방향을 바꿔가면
여러 방법으로 촬영을 했다
백수십컷을 담았고
그중 몇 컷은 안개의 입자가 흐르는 모습이 담겼다
첫 시도 치고는 성과가 괜찮다
침낭커버를 가져오지 않아 일행의 판초의를 빌려
침낭을 덮고 누었다
오늘 따라 산짐승의 울부짖음이
안개를 뚫고 날카롭게 들려왔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산정의 아침맞이에 급한 사람들 때문에
결국 4시도 안돼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많은 사진가들이 몰려들어 수선스럽다
어제밤에 봐둔 모델은 이미 누군가가 선점을 하고 있다
모여든 사람들이 자리를 찾는 동안
커피를 내려 차분하에 아침을 즐긴다
하늘은 옅은 구름이 폭넓게 깔려 있고
여명의 붉은 빛이 구름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운해는 조금 높아서
가야산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내내 태양은 구름 속에서 머물렀다
잠시
붉은 놀이 온 하늘에 물들었지만
그 붉음을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햇다
색온도와 노출을 조정해도
정확한 표현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사진이라는 것이 어렵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풍경에 매달리는 순간
산오이풀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는 산오이풀 모델이 많아서 좋다
예전에는 구절초도 제법 보였는데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
빛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스트로브를 쓰지 않고
촬영했다
사진이 목적이 아니다
가끔
가볍게 산길을 걷고
산정의 서늘함과
별과 안개
그리고
붉은 노을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사진 담기에 좋은 상황을 만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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