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두통이 심했다
주말에도 일정이 잡혀있는터라
쉴 기회가 없어 하루 휴가를 냈다
비
그냥 비오는 숲을 걷고 싶었다
작은 배낭 하나
우산 하나
그리고 카메라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숲을 깨우고
도솔천을 깨웠다
도솔천을 따라
자유롭게 자란 단풍나무들이
가끔 바람에 흔들렸다
단풍의 색은
비에
더 깊고 고왔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숲과 길
낙엽들은 길에도
담장에도 쌓여
또 다른 길들이 생겨났다
마르지 않은 외로움들이
그 길 위로 떨어져 부서지고
그 길을 따라
외로운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들고 났다
비와 숲이 만들어 내는
정갈한 환경에
알 수 없던 두통의 원인 들이
사라지고
차갑던 체온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숲길을
홀로 걸으며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나무들의 속삭임을
훔칠 수 있다는 것
시간과
단풍의 열애를 관음 할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기원이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
그것은
이미
외로운 사람들이
그 외로움을
온전하게 품었다는 뜻이다
이미
외로움마져
벗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운출리와 안나푸르나 남봉 (0) | 2015.12.14 |
---|---|
소중한 것 (0) | 2015.11.16 |
아침 산 (0) | 2015.11.11 |
자작나무숲 (0) | 2015.11.05 |
바람의 크기 (0) | 2015.1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