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비바람을 피해 타프안에서 웅크린체
매트리스 위 까지 비가 넘치지 않기만 바랬다.
11시가 지나서야 비가 잦아들어
밤하늘을 보니
별들이 보이고
은하수도 보였다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여러 시도를 해본다
극도의 로우앵글을 사용해야 하는데
백리향 자체가
작은 녀석들이고
바닥에 납작 업드려 있는 녀석들이라
삼각대를 쓸 수가 없어서 난감했다
14mm단랜즈로 촬영했는데
삼각대 대신 작은 돌을 받쳐서
카메라를 고정하는데
자꾸 움직여서
실패를 거듭했다
마땅한 모델이 있기는 했는데
절벽이라
포기했다
안전장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새벽 2시반을 넘기고
몸이 지쳐서
촬영을 마무리 했다
일출 버젼도 구상하고 있어서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을 준비해야 했다
200미터 거리의 00봉으로 일출버젼 백리향을 담으러 갓더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비좁은 곳이라
망설임없이 포기하고 돌아왔다
커피를 내리고
수프로 아침식사를 했다
이곳은 해가 늦게 드는 곳이라
빛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배낭을 챙기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인을 만나 잠깐 담소를 나누고
돌아섰다
네귀쓴풀만 성의없이 몇 컷 하고
솔나리며 가야잔대,물매화,한라송이풀은 담지않았다
머리 속에는
이미 은하수 버젼이 잘 담겼기만을 기대했다.
이번 촬영은 실패다
은하수를 담았지만
만족할 만한 느낌이 조금도 없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단초만 찿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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