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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섬진강의 겨울

by akwoo 2017. 1. 23.







서걱서걱

사르륵

원추형 쉘터 위로

밤새

내리는 눈이 미끄러졌다

홀로이거나 둘이 나누는 공간에 손님이 들어

눈내리는 겨울 섬진강의

밤이 짧아졌다


종종 익숙해지지 않는 벽에 부디친다

절망하다

블랙홀에 빠진듯 막막해진다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는 그 어둠의 공간에서

나는

살려고 하지 않고

죽으려 하지도 않는다



어제 밤의

발자국들이 모두 지워졌고

강은 얼지 않아

물이 소리내지 않고 흘렀다

용궐산 슬랩위로

눈이 미끄러지지 않고 용케도 붙어있는데

잠을 깨우던 바람은

나무 위에 남은 눈마져 날려

하늘은 눈이 내리는 것이지

눈이 날리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기다리지 않았는데

잠시

빛이 지나갔다

그 빛,

담지도

잡지도 못해

아직

블랙홀 속에

떠다니는 것인가

........



빙벽등반을 끝내고 조금 늦은 시간에

섬진강에 들었다

흰 눈 위에

발자국 하나 없는 용궐산 치유 숲,

곱게 뻗은 나무 주변으로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있는

데크에

텐트를 치고

커피를

홍차를

불고기와

맥주로

겨울 풍류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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