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해단식

by akwoo 2017. 9. 11.


































































2017-09-09~10 대둔산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준비했다

계획과 훈련

그리고 등반을 마치고

해단식까지

10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마무리를 하기 위하여

첫 훈련지였던 대둔산으로 모였다

 

다시 만날 대원들을 기다리며

무엇을 준비 할까 고민하다

대원들에게

마터호른 원정의 그 행복했던

순간에 어울릴 만한

향기롭고 달콤한 커피를 맛 보여주고 싶었다

 

마천대를 지나 괴목동천쪽으로 20여분 진행하여

작은 암봉 위에 두 동의 텐트를 친 후

대둔산의 바윗길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등반가가 아닌 관조자로서 바라보는

대원들의 표정은

참 여유롭다.

 

어둠이 내리고

붉은 달이 떠올랐다

달 빛에

산들은

실루엣으로 멀어졌고

산과 산 사이의 크고 작은 골들은

연무가 채워져

흑백의 풍경이 펼쳐졌다

 

복분자주 큰병 두개가 비워지고

랜턴 불빛 아래서

원정에 대한 소회의 시간,

누군가는

서로에 대하여 더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또 누군가는

내내 행복했고 일상에서도 불쑥불쑥 대원들이 생각나고 그리웠단다

서로 고생했다며 다독여주고

이렇게 해단식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성공한 원정이었다고

자축하면서

다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 보자고 한다

 

취기가 도는 산정의 밤

산의 관대함에

가벼운 언어마저

훼른리 산장 창문에 박혔던 별빛처럼 반짝였고

끊이지 않는 수다는

핸드밀에 분쇄되는 게이샤 커피의 향처럼 달달했다.

 

아침,

절벽 위 조망 좋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둔산의 암릉과 운해가 밀려드는 산아래 세상을 내려다 본다

보온성 좋은 이중 티타늄컵에 담긴 케이샤 커피향이

산정에 맴돌고

간밤의 수다 대신

아침 빛 같은 선명한 情이

서로를 잇는다

 

모두 고맙고

같이해서 행복했습니다.

 

'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라낙조  (0) 2017.09.26
지리의 아침  (0) 2017.09.11
지리일출  (0) 2017.09.06
지리 낙조  (0) 2017.09.06
폭포등반  (0) 2017.08.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