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9~10 대둔산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준비했다
계획과 훈련
그리고 등반을 마치고
해단식까지
10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마무리를 하기 위하여
첫 훈련지였던 대둔산으로 모였다
다시 만날 대원들을 기다리며
무엇을 준비 할까 고민하다
대원들에게
마터호른 원정의 그 행복했던
순간에 어울릴 만한
향기롭고 달콤한 커피를 맛 보여주고 싶었다
마천대를 지나 괴목동천쪽으로 20여분 진행하여
작은 암봉 위에 두 동의 텐트를 친 후
대둔산의 바윗길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등반가가 아닌 관조자로서 바라보는
대원들의 표정은
참 여유롭다.
어둠이 내리고
붉은 달이 떠올랐다
달 빛에
산들은
실루엣으로 멀어졌고
산과 산 사이의 크고 작은 골들은
연무가 채워져
흑백의 풍경이 펼쳐졌다
복분자주 큰병 두개가 비워지고
랜턴 불빛 아래서
원정에 대한 소회의 시간,
누군가는
서로에 대하여 더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또 누군가는
내내 행복했고 일상에서도 불쑥불쑥 대원들이 생각나고 그리웠단다
서로 고생했다며 다독여주고
이렇게 해단식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성공한 원정이었다고
자축하면서
다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 보자고 한다
취기가 도는 산정의 밤
산의 관대함에
가벼운 언어마저
훼른리 산장 창문에 박혔던 별빛처럼 반짝였고
끊이지 않는 수다는
핸드밀에 분쇄되는 게이샤 커피의 향처럼 달달했다.
아침,
절벽 위 조망 좋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둔산의 암릉과 운해가 밀려드는 산아래 세상을 내려다 본다
보온성 좋은 이중 티타늄컵에 담긴 케이샤 커피향이
산정에 맴돌고
간밤의 수다 대신
아침 빛 같은 선명한 情이
서로를 잇는다
모두 고맙고
같이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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