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7 전북 부안군 내변산
간간히 진초록과 바위의 속살이 섞여 있긴 하지만
산은
나무마다 미세한 차이의 연두색으로만
그려진
채색화 같았다
마침 커피가 떨어져
우롱차에 알로에 베라, 장미, 매화, 자스민, 아카시하향이
가미된
다만프레르의 '자뎅 드 룩상부르'티를 우려
보온병에 담고
딸기와 사과, 바나나를 혼합한 쥬스를 만들어
작은 아이스팩에 담아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멸종위기 2급 종인 노란붓꽃의 물가버젼을 염두에 두고
가벼운 산책을 겸해서
찾은 곳이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은 편이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시야도 제법 멀었고
하늘 색도 옅게나마 파랗다
급하지 않은 길이다
옅은 계곡에 수량이 제법 있어
좁은 물길에서는
물소리가 제법 맑았고
넓은 곳은
막 돋아나는 나무잎들이 내려앉아
수색이 우롱차처럼
연초록으로 은근했다
간간히 노란붓꽃이 보였지만
시기가 조금 늦은 듯해서 담지 않았다
가끔 산객들이 지나가면
작은 소란들이 숲을 흔들었지만
차분하고 느긋하게 느껴졌다
짧은 오르막을 올라서면 직소폭포가 내려다 보인다
사진을 몇 컷 찍었다
니콘D850의 자연광 자동 화밸은
초록색 표현이
흡사 눈으로 보 듯 잘 표현된다
500여 미터를 내려와 개울가에 자리를 폈다
늦게 출발해서인지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의자와 탁자를 펴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쥬스와 빵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아내는 물가에서 음악을 듣고
나는 개울을 따라 노란붓꽃을 찾아 나섰다
드물게 노란 붓꽃이 보이기는 했지만
엮시 시기가 늦었다
숲 속 물가에서 쉬기에는
최고의 적기다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숲은
연초록으로 편안했으며
수색은 맑고 엷어
몸과 마음이 자동으로 느슨해졌다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숲의 기운을
어떤 거부도 없이 받아들였다
컵에 채워진
'자뎅 드 룩상부르'티의 향미만
색과 음의 고요 속에서
후각과 미각을 '톡~' 건드렸다
두 시간여를 그렇게
숲에 나를 맡겨두고 있다
돌아 나왔다
날이 조금 흐려졌다
빛이 달라지니 풍경도
들어 올때와 조금 달라져 이었다
산을 걷는다는 것은
산을 오른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아도
풍요롭지 않아도
바윗길의 긴장과
릴렉스한 산책이 가져다 준
긴장과 느슨함이라는 대비되는 행위에 대한
환류를 통하여
나만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찾는 다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