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3 전남
숲이 깊어 하늘은
하늘이 아니라
초록 바탕에 찍힌 하얀 점같았다
바람이 나무 가지를 흔들어야
빛이
가끔
꽃에 도달해
'다도'라는 접두사의 존재가 분명해졌다
4시간여를 달려온 일행을 만나
여객터미널 근처 모텔에서 선잠을 자고
첫배를 타기 위해 6시쯤 일어나
빈속에
전날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한잔하고
터미널로가 배표를 끊었다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뱃길,
부족한 잠을 잠깐이나마 보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11시를 조금 넘겨
계단으로 시작되는 길을 1시간 쯤 오르니
주능선에 도달한 듯 했다
-숲이 우거져서 능선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곳에서 동남방향의 지능선을 따라 20여분(500여 미터) 진행하여
배낭을 대포시켰다
비박장비와 촬영구로
배낭이 크고 무겁다 보니
우거진 숲을 걷기가 많이 불편했다
주변
조망 좋은 곳의 꽃 상태를 확인했는데
석곡은 이미 때를 넘겼고
일부 훼손되어 있었다
훼손된 꽃을 모아
다시 심고 물을 주었는데 살아날지 모르겠다.
배낭을 대포시킨 곳에서 북쪽 방향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내려가니
20여 개체의 다도 새우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다도새우란은 딱 적기였다
금새우란과 비슷했지만
금새우란의 화려함에서
염색의 장인이 색을 뺀듯
빛 바랜
빈티지함에도
품위가 깊게 배어있었다
사람이던 꽃이던
처음 만나면 어색하다
하물며 사진으로 표현하는 일은 더 쉽지않다
스트로브 하나를 우측에 설치하고
상황에 따라
사용했다
빛이
꽃의 일부만 비춰서
스트로브를 쓰고도
노출 맞추기가 어렵다
빛이 든 꽃에 노출을 맞추면 주변 숲은 아예 어두웠고
숲의 환경을 같이 표현하고자 하면
꽃이 노출 오버로
색이 날아갔다
잘 하지 못하는 후보정에서
암부를 살려보기로 하고
꽃에 노출을 맞춰 촬영했다
사진을 떠나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꽃을 만나 좋았다
간간히 촬영을 멈추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빛이 들고 나는,
때로의 고요를
바라보며 꽃을 즐기다
또 다른 꽃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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