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26 전남
4년 만이다
3년 동안 욘석의 개화 시기에 해외 원정등반을 가느라 만나지 못했는데
다행히 남아 있다
6~7년 전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그 뜨겁던 날
해안 절벽을 몇시간동안 찾아 헤맸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다섯 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아이스커피를 내려 보냉병에 담고 출발한지 2시간 만에(좀 과속했다)
근처에 도착하여 파킹을 했다
날씨는 흐림예보와 달리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떠있다
30여분 해안 오솔길을 서두르지 않고 걸어서
욘석들이 사는 해안 협곡 바로 위에 도착했다
차분하게 아이스커피를 한잔 한 후
장비를 착용하고
튼실한 나무에 자일을 휙스 시켰다
옛 기억을 되살려
정확한 하강 포인트로
7m 정도 하강하자
꽃이 보였다
먼저
주마로 백업 확보를 하고
절벽을 살폈다
시기는 조금 일렀다
올 날씨를 감안하여 1주일 정도 늦게 왔는데도
10여 개체 중 두 개체만 꽃이 보이고 나머지는 아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핀 개체도 절반은 아예 개화 전이고
개화된 꽃들도 완전 개화가 두세 촉
미색을 품은 반개화 상태가 대부분이다
사진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개화 상태지만
꽃을 관찰하기에는
개화 과정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다
홀로
바닷가 좁은 협곡 20여 미터의 수직 벽에 매달려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를 듣는 기분은 묘하다
때로 환청처럼
누군가가 말을 거는 듯해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보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가 거칠어 놀라기도 한다
그럴 때는 확보 상태가 양호한 지 다시 한번 자일 시스템을 점검한다
하늘은 파랗다
흰구름이 둥실 떠
협곡 사이에 액자처럼 걸린다
파란 바다 위로 어선이 하얀 궤적을 그리며 종종 지나갔다
협곡 버전으로 사진을 담다
휙스 된 자일에 체중을 싣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쉰다
아직 만개한 상태가 아니어서 인지
가까이 코를 갖다 대고 향을 맡아보지만 향이 나지 않았다
풍란이란
바람에 실린 향기가 10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렌즈를 바꿔가며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담았다
풍경 버전
보케 버전
접사
하이앵글 등
한계가 분명한 장소에서
새로운 구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다시 찾아올지 확실하지 않아서
좌우상하로 옮겨가며
컷 수를 늘렸지만 클라이맥스의 순간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어떤 상황이든 클라이맥스의 순간이 있다
등반을 하다 보면
정상에 올랐을 때 보다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클라이맥스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서면
감정이 과장되고
그 과장된 감정으로 바라보는 산아래 세상은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지.
사진도 마찬가지다
피사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탄성이 나오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가 클라이맥스다
해무가 흐르는 바다 위로
붉은 아침해가 떠올라
하얀 풍란에 붉은색이 드리워지는 순간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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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곳에는 10여 개체의 풍란이 있는데
어린 개체가 3~4개 되고 사진으로 담을만한 개체가5~6개 되는데
3개체는 위에서 흘러 내린 토사와 나뭇잎 등으로 반쯤 뜯겨져 있어서 오래지 않아 자연 멸실 될 것 같다
건너편 벽에도 예전에 10여 개체가 보였는데
이번에 확인해 보니 3개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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