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색은 기대만큼 곱지 않았다
때를 조금 넘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단풍이 모두 진 상태가 아니어서
가을 색으로부터
마른 감성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싶다는 기대를 했었다
건조했다
빛도 건조했고
대기도 건조했다
도솔천의 단풍잎은 푸석거려서
제 색을 잃었고
렌즈를 통해 인화된 색도 왠지 모르게 바랜 듯 보였다
좀 더 서둘러 아침 빛 이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한가롭고 싶었고
느긋하게 걷고 싶었기에
서둘지 않았다
도솔천 개울을 따라 걷다가
빛과 색이 만드는 컬러에
드물게 셔터를 누르며
도솔암까지 걸었다
도솔암 바로 위
마애여래좌상 부근의 단풍은
역광을 받아
붉은 천막처럼 늘어져 있어
그아래 의자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다 떠난다
돌아오는 길
도솔천 물 위에 떨어진
단풍잎을 이미지샷으로 몇 컷 하고
산책을 마무리한다.
늘
언제던
특별하던 산행이
갑자기
일상 같았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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