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선운산

by akwoo 2020. 12. 28.

 

 

 

 

 

 

 

 

 

 

 

 

 

 

 

 

 

 

 

 

 

 

 

 

 

단풍의 색은 기대만큼 곱지 않았다

때를 조금 넘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단풍이 모두 진 상태가 아니어서

가을 색으로부터

마른 감성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싶다는 기대를 했었다

 

건조했다

빛도 건조했고

대기도 건조했다

도솔천의 단풍잎은 푸석거려서

제 색을 잃었고

렌즈를 통해 인화된 색도 왠지 모르게 바랜 듯 보였다

 

좀 더 서둘러 아침 빛 이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한가롭고 싶었고

느긋하게 걷고 싶었기에

서둘지 않았다

 

도솔천 개울을 따라 걷다가

빛과 색이 만드는 컬러에

드물게 셔터를 누르며

도솔암까지 걸었다

 

도솔암 바로 위

마애여래좌상 부근의 단풍은

역광을 받아

붉은 천막처럼 늘어져 있어

그아래 의자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다 떠난다

 

돌아오는 길

도솔천 물 위에 떨어진

단풍잎을 이미지샷으로 몇 컷 하고

산책을 마무리한다.

 

언제던

특별하던 산행이

갑자기

일상 같았던 날이다

 

'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운산  (0) 2021.02.10
부귀산  (0) 2021.02.10
대둔산  (0) 2020.11.20
한편의 시를 위한 길  (0) 2020.11.10
선유봉  (0) 2020.11.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