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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덕유

by akwoo 2015. 6. 1.

 

5.30~5.31 덕유

 

깊은 구름에 산도 나도 덮여있었다.

한순간 하늘이 열리고

저 아래 인간사는 세상이 사소해 졌다.

 

금새 하늘이 다시 닫칠 것이기에

서둘러 중봉으로 걸음을 옮겼다.

20여분이 안되는 시간

이미 仙界마져 어둡게 젖어 있었다.

 

산의 오후는 짧다.

하늘과 땅이 열리길 기다리고

철쭉과 구름을 담기위해

젖은 몸으로 흐린 시간을 견딘다.

 

짧게 열린 시공 속으로

셔터가 소란스럽게 찰칵거리고

산은 금새 어두워졌다.

 

커피를 드립해 차가워진 몸을 덥히고

진득한 향기가 쓸모없이 진화한 감각을

무디게 했다..

 

바람을 피해 자리를 옮겨

간단한 요기를 하고

안개와

별을 담기위하여

여러 시도를 해봤다.

깊숙하게 들어와 침낭을 적시던 안개가 바람에 밀려

사라지자  달빛에 세상이 아름다워졌다.

.

.

.

11시30분 쯤

침낭에 들어가 누웠지만

쉽게 잠이들지 않았다.

양 옆에 누운 일행도

내내 뒤척였다.

밤이 길어져

온갖 상념이 의식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산은

산을 바라 보는 나는

눅눅한 안개에 무거워 졌고

잠시 열린 하늘에 잠시 맑아졌으며

별들의 수다에 즐거워졌다.

하룻밤에 인간사 희노애락이 몇 차례 윤회를 한 듯싶다.

.

.

.

아침 산은

붉은 태양과

바람

그리고 구름이

정성스럽게 메이크업해준 덕에

내내 설레는 모습으로 남았다. 

 

같이 한 친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산을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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