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를 만나길 바라며 오른 덕유에는 드문드문 구절초가 아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와 같이 구절초를 담던 기억이 흐리게 떠올랐다.
덕유는 오랜만에 참으로 고요했다.
먼산주름 사이사이로 옅은 골안개가 달빛에 투명해졌고
차갑게 밝은 달빛속에
온 세상의 산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깊게 잠들었다.
담배연기가 허파 깊숙이 잠시 머물다 한순간 허공으로 흩어지고
간이의자에 앉아 잠든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내리고
커피향이 눅눅한 이슬 속에 알알이 박히는 시간을
같이한 산친구와 함께 바라본다
이 넉넉하고 관대한 순간에 한쪽공간이 비어 있음을
아쉬어하고
부질없는 옛이야기와 산과 사진과 꽃 이야기로 산정의 여유를
즐겼다.
누군가와 또는
무엇엔가 익숙해진 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많은 아픔과 인내가 따른다.
이미 익숙해진
이런 산정의 느낌을
나는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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