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황매
곡기를 입에 대지 못하고 맞은
황매의 밤은 바람이 목덜미를 깊게 파고들어
우모복을 꺼내 입어도 추웠다.
컵라면과 김밥을 먹고
인도네시아 자바 에이지드를 드립했다.
거칠면서도 달달한 커피향이
억새사이로 스며들자
별빛 아래 억새가 손흔들어 화답한다.
두시간여를 낮에 점지해둔 구철초와 함께 놀다
바람을 피해 일찍 잠을 청했다.
일찍 잠들었는데도
잠이 깊었다
새벽 5시, 침낭 속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아직 별들은 남아 있고
동쪽하늘에 옅은 놀이 피기 시작했다
침낭을 치우고 물을 끓여
스프를 만들고 커피를 내려 몸을 덮혔다.
카메라를 들고
일출을 기다렸다
억새가 황매의 너른 품에서
파도처럼 출렁였다
아침 놀이 그 파도를 타고
먼산주름 속으로 퍼져나갔다.
내
모든 기억과
기쁨과
슬픔도
한순간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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