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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대둔산 - 3

by akwoo 2016. 1. 26.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한가지에 수 십년

또는 십 수년 열정을 쏟는 다는 것은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명예일 수도 있고

부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그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어떤 한가지에 미쳤다면

그것은

결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된다.

스스로도

또 타인으로부터도


철없던 시절(지금도 그리 철이 든 것 같지 않지만)

가족보다도 친구가 우선이었던 적이 있다

산에 미쳐서

그 소중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을 빼고는

명예도 부도

가족에 대한 소홀함(가족에게는 그래도 책임을 놓지는 않았으니)도

그리 안타깝지는 않다.


텐트는 비좁아서

두 사람이 않아 있을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라고 보채기도하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잠들었다

몇 차례 깨기는 했지만

추운날씨에 비해서 숙면을 취한 듯하다

둘다 휴대폰이 방전되어

예상 시간보다 늦잠을 잤다

일어나

물을 끓여 핫쵸코를 한잔씩하고

카메라를 들고

3분거리의 서봉으로 갔다

아직 일출 전,

여명 빛이

멀리 낮고 짙은 구름띠 위로 붉어졌고

세상은

온통 하얗다

대둔산의 동지길과

장군봉, 마천대는 상고대가 피었고

이제 구름 띠 위로 잠시라도 해가 떠올라 주기만 하면 된다.

구름다리와

삼선계단

동지길의 암릉은 사진의 구성을 적당하게 채워줄 것이다.

거기에 반역광으로 드는 빛이

상고대를 어떤 색으로 변화를 줄지 잔뜩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드디어 잠시

해가 붉게 떠올랐다

북서풍으로 밀려온 구름 때문에 오래 비추지는 못햇지만

그래도 빛이 투영되면서

상고대가 핀 대둔산의 암릉과

나무가 황홀하게 반짝였다

손과 발이 얼고

카메라에 성에가 끼었지만

이 찰라를 놓칠 수 없어

셔터소리가

새벽산정의 하얗고 붉은

 정적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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