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혹독함을
어떻게 견뎠을까
국카스텐 광주공연을 보고
늦은 시간
지리로 향했다
새벽
바람이 세차게 불고
구름이 넘나들어 겨울옷을 꺼내입었다
단숨에 노고근처 바위에 올라
삼각대를 폈다
운무가
노고와
나를 할퀴듯 사납다
바위 구석에서
바람을 피해 커피를 내렸다
반투명 머그잔에
가득 커피를 내려
구름의 변화를 바라본다
사진가 몇 명이
찾아 들어
사진을 찍다가
삼각대를 펴두고
커피만 마시고 있는
나를
신기한듯 바라본다
외면하기가 민망하여
'이 자리는 겨울이 좋아요'
라고 한마디 해준다
그쪽도 민망했는지
'커피 마시는 모습이 멋집니다'
그렇게
커피 한잔으로
구름이 변하고
해가 뜨고
새들의 소란에
정신이 들 때까지
지리를 바라만 봤다
어쩌다
한 번은
이렇게
산만 보는 것도 좋다
그래야
겨울의
그 혹독함을 견디듯
봄도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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