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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겨울풍류(용궐산 백패킹)

by akwoo 2018. 2. 9.

 

 

 

 

 

 

 

 

 

 

 

 

 

 

 

 

 

 

 

 

 

 

 

 

 

 

 

 

 

 

 

2018- 1- 4 순창 용궐산

 

拈一放一이라 했다

하나를 잡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

얼음 시즌이다(빙벽등반)

시즌이 짧아서

스키나 백패킹 대신

겨울 주말은 되도록 얼음 하는데 할애한다

 

고민 끝에 얼음대신

오랜만에 백패킹에 나섰다

예전부터 210여 키로미터의 섬진강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히는

상류쪽 장군목 구간을 조망할 수 있는 용월산 정상에서

하룻밤 자면서 섬진강과 지리를 조망하고 싶었다

강추위와 대설이 예보되어 있어

겨울 풍류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내룡마을에 주차후

임도를 따라 오르다 장군목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 데크 까지는 먼거리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 길이다

오랫만에 20키로가 넘는 백패킹 배낭을 메니 고괸절에 묵직한 통증이온다

금방 오를 것 같았던 정상이

두 세곳의 히든피크를 지나야 나타났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정상 데크에 텐트를 쳤다

다행히 바람이 약해서

체감온도는 견딜만한 정도다

 

핸드밀로 커피를 분쇄하고

티탁자 두개를 펴서 커피를 드립했다

오늘의 커피는 페루 디비소리아FT SHB.

aroma와 fra·grance가 텐트안을 채우니

차갑던 작은 텐트안은

아로마캔들을 켜둔듯 온화하면서도

향기가득한 이동식 카페가 된다.

 

 가볍디 가벼운 수다들이
서걱거리며 텐트를 흔드는 눈발처럼
용궐산 정상에서 섬진강을 따라 흩어지고
눈발 속에 흐릿한
불빛들은
멀어지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이중 티타늄 컵에 담긴 홍차가
다 식을 때 까지
그렇게
눈 내리는
산정의 밤을 만난다.

 

6시30분

텐트 지퍼를 열어보니 여전히

싸라기눈 보다 조금 더 굵은 눈이 가볍게 흩날리고 있다

코펠안에서 얼어붙은 물을 녹이고

모닝커피를 내렸다

바람이 가벼워

의자를 펴고 순백의 세상 바위턱에 앉아

간간히 드는 아침 빛에

은모래처럼 반짝이는 눈을

눈감고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아홉시가 되도록 그렇게 자리를 옮겨가며

느긋한 아침을 즐겼다

온도는 아홉시 현재 영하12도

전혀 춥지않았다

 

눈발이 잦아들어

시야가 좋아졌고

올망졸망한 내룡마을과

섬진강 줄기가 선명해졌다

사진을 몇 컷 담고

다시 커피를 내려

강줄기를 따라 남,서,북 방향의 조망을 즐긴다.

 

11시가 되어서야 텐트를 걷고

어치계곡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몇군데 짧은 암릉을

아이젠 없이 통과하려니 조심스럽다

내려오는 길도

조망 좋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쉬면서

조망을 즐겼다

1시간여 만에 하산을 마치고

이곳에 오면 들리는

근처 강진면

다슬기수제비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산행을 마무리했다.

 

겨울 백패킹은 올겨울 들어 처음이다

마터호른 등반 이후로

7개월 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쉬었더니

몸이 많이 무거웠다

배낭도 버거웠고

걸음도 더뎠다

그래도

눈이 있어 좋고

바람이 가벼워서 좋았다

눈내리는 소리도

잠깐 비춘 아침 빛에 반짝이던 눈가루도

풀풀 날리던 수다도

구불구불 흐르는 섬진강 줄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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