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지리의 아침

by akwoo 2018. 8. 6.






2018-18-05 지리산 고리봉

 

새벽4시 20분,

별과 달이

아직 살아 있는 어스름에

정령치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20여 분만에 고리봉에 도착했다

 

하늘은 투명한데

산의 골과 대지는

약한 연무가 끼어있다

동쪽 하늘에는

아침 놀이 서서히 붉어지고

산의 실루엣은

더디게 선명해진다

 

"오늘도 밋밋한 일출이겠군"

급하게 올라 흥건히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이정표에 걸어두고

의자를 펴고 앉아

지리의 능선을 훑어 본다

만복대에 랜턴 불빛이 몇개 반짝이고

노고단, 반야봉

(이 곳에서는 반야봉이 가장 둔탁하고 커보인다)

토끼봉,영신봉,촛대봉,연하봉, 천왕봉이

입체감없이 수평으로 펼쳐져있다

 

접급성이 좋아 사진가들이 제법 분비는 곳인데

오늘은 혼자다

등산객들도 없다

며느리밥풀꽃들이 이제막

꽃을 피워 올릴뿐

꽃도 드믈다

 

이렇게

홀로 앉아 산을 만나는 동안

어느덧

갑자기

바람을 쫓아온 안개가

붉게

짙어가던 놀을

지우고

숲의 음영을 지우고

산의 능선마져 지워

세상은

찰라에 진공상태다

 

한동안

공간은 그렇게 고요한데

바람만 사각거리며
나를 흔든다

 

삼각대에 고정해둔 카메라는

눅눅하게 젖어있다

이미 태양은 떠올라

언뜻언뜻

엷어진 안개 속에서

커졌다 작아졌다

붉어졌다

사라지곤한다

 

기다렸다

바람이 거세니

한순간 이라도

열릴 것이다

두시간을 머물렀고

두 번

찰라간 하늘이 열렸다

 

..........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끝나고

밤 11시경 출발하여

1시 경에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만원이다

더위를 피해 집을 떠나온 사람들이

곳곳에 텐트를 치고

메트리스를 깔고

이불을 덮고 누워있거나

의자에 앉아 별빛을 즐기고 있었다

추워서 옷을 꺼내입고

침낭속에 들어가

차안에서 눈을 붙였다

거리만 가깝다면

여름밤은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

 

7시 쯤 과일과 빵,홍차,커피로

아침식사를 한 후

육모정 계곡 작은 소에 발을 담그고

세시간동안 멍때리는 시간도

좋았다.

 

'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산 신선대  (0) 2018.09.11
천왕봉  (0) 2018.08.21
2018-가마불 협곡  (0) 2018.08.01
2018-옥류동천 4  (0) 2018.07.30
2018-옥류동천 3  (0) 2018.07.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