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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황매산

by akwoo 2019. 12. 20.


황매 억새평전

해가 남서 방향의 지리산 천왕봉 방향으로 지고 있다

(사진은 일행이 폰으로 담았다)





겨울산의 밤

두동의 텐트는 훌륭한 안식처가 된다





새벽의 달.

밤새 달빛이 환했다





여명의 시간





일출 직전

멀리 붉은 선이 곧 해가 솟아 오를 것임을 알려준다





일출

북동 방향 가야산 머리 위로 불덩이가 떠올랐다




일출 원경(북동방향)





일출 원경(동쪽 방향)





마지막 잎새를 남겨둔 참나무는

이 언덕의 주연이다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이 나무 한그루는 이곳을 포인트로 인식하게 한다)

사진에서는 훌륭한 조연인 되어주었다




니콘 D850의 '자연광자동 화밸'은

일출과 낙조 사진에서 마젠타색 표현이 자연스럽다





일출을 바라보는 시간





태양의 물음에

'저요' 손을 든다^^

답은 무엇일까~ㅋ





탁한 대기와 산주름이 만들어내는 은밀한 분위기





선 위의 나무는 그림의 포인트기 된다

느낌은 각자의 몫이다




황매의 억새에 대한 기억은 좋다

수 년전 이곳에서 백패킹하고 아침을 맞을 때

느꼈던

그리고 담았던 사진은 지금도

감동적이다


해질녘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소리'를 하고

억새는 흔들흔들 '발림'을 하며

지나가던 새 한마리가

'간간히 '추임새'를 넣는 상상은

30여년 전의 서편제라는 영화에서 소환된

기억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그 너른 평전의 억새는 말끔이 베어져 있어

상상은 깨어졌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느슨한 능선과

가까운 접근성 때문에

제법 여러명의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듯

산을 오르내렸다

능선에서 북동쪽으로 짧게 뻗은 지능의 돌출부, 조망 좋은 언덕에 텐트를 치려다

겨울바람은 피하기로 하고

언덕 10여 미터 아래의 안부,

바람이 전혀 들지 않는 곳에 두 동의 텐트를 쳤다

원추형 텐트에 짐을 정리하고

메트리스에 앉자

열린 텐트 밖으로 저물어 가는 해가 눈에 들어왔다

(기막힌 텐트사이트가 아닌가? 누군가는 파묘 자리 같다고 했지만ㅋ)

남서쪽으로 200여 미터 능선 뒤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오른 쪽으로

붉어지는 태양이 지고 있었다

해가지자

어둠이 금새 찾아왔다


백패킹 때는 되도록 조리음식을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이번에는 일행이 거한 음식을 준비해왔다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허기가 지지는 않았지만

몸을 덥히기 위해

이른 저녁만찬을 즐겼다

(차를 마시고 식사를 했는지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오늘의 차는 프랑스 마리아쥬 프레르의 '마르크폴로 블루'로 우롱차 베이스에 티벳과 중국꽃이 가향된 차로 강한 향과

인디고 블루 계열의 수색이 특징이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북쪽방향에 적월이 떠올랐다

만월을 지났지만 여전히 커다란 달이

붉었다

랜턴을 켜고 밤마실에 나섰다

능선을 따라 왕복 2km정도를 느긋하게 걷는다

겨울 바람은 차지 않았고 세기도 없어서

움추리지 않고

언덕을 오르내렸다

달이 밝아서 산의 형태들이 분명했고

동동북 방향에는 멀리 합천군 가회면과

남남서 방향에는 가까이 산청읍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전망대에 올라 화려하지는 않은 시골의 야경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산에서의 밤을

느리게 즐긴다


오늘 밤의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클리프튼이다

요즘 게이샤 커피에 밀리고는 있지만

커피의 황제로 불리며

세상의 모든 커피의 맛이 다 들어 있다는 최상급의 커피다

밸런스가 뛰어나

튀는 맛이 없으니

처음 마셔보는 사람은 그 맛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커피를 드립하여 몇 모금 마셔본 후 '카페로얄'을 만들어 잠시 분위기를 띠웠다

맥주와 내가 좋아는 불량과자도

오늘밤의 야식이다

오늘밤 수다의 주제는 음악이다

박샘이 카자흐스탄 가수 '디마쉬'의 팬클럽 회원이라며 시작된

음악이야기는 하연우(디마쉬는 한국판 하연우 같은 느낌이었다), 나윤선,아이유, 장기하,박정현으로 이어졌다

강요가 없는 자신들만의 가수와 음악 이야기를 하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보니

금새 시간이 흘렀다

날이 춥지 않고 바람도 없어서 잠자리는 편했는데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깬 이후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침,

대기는 약간 스모그가 낀듯 멀리 산주를 사이가 좀금 뿌옇게 보였다

여전히 커다란 달이 밝아서

다중노출로 몇 컷 촬영을 하고

언덕에 올라 여명의 붉은 아침놀을 바라본다

대기가 너무 깨끗하면 노을을 볼 수 없다

구름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다행히 대기가 약간 탁해서 노을 빛이 고왔다

해는 가야산 정상 뒷쪽에서

주변에 붉은 선을 그으며 머뭇거리더니

찰라에 솟아올랐다

산에서

자주 보는 일출이지만

늘 이순간은 그자리에 서있는 것 만으로

묵직한 감동이

온몸의 세포를

말끔히 정화시키는 듯하다

-사람들이 많았으면 함성이 들려와 그 감동에 집중하지 못했겠지만-

겨울 아침이 주는 사늘함과

붉은 일출이 주는 뜨거움,

그 극적인 대비 속에

묘하게도

나 또한 본래부터 이곳에 존재했던 것 같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있다


여러 방향으로 사진을 담으며

충분히 일출의 시간을

만났다


아침식사는 커피와 빵,과일

그리고 어제 남은 밥까지....

커피는 역시 모닝커피가 최고다

산에서 마시는 모닝커피는

블루마운틴 같은 고가의 커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다

은은한 커피향이

텐트안에 머물다 소리없이

빠져나가는 느낌까지도......


젖은 텐트를 걷어 패킹을 한 후

짐을 두고 40분 정도 산을 올랐다

10여분 더가면 황매산 정상인데

엇비슷한 높이의 정상에서 조망을 즐겼으니

그냥 하산했다


날이 따뜻해서

언덕에 의자와 탁자를 펴고

홍차를 우려 30여분 티타임을 가진 후

하산했다


올 한해는 산에 거의 가지 못했다

봄에 대둔산 '아름다운 동행'길 릿지를 하고

두어곳 짧은 트레킹 외에는

내내 게을렀다

게으름은 때로 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몸이 많이 무디어 졌고

근육도 탄력을 잃었지만

휴식이 주는 가치 또한 큰것이니

후회스럽지는 않다


이제

다시 조금씩 몸을 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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