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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대둔산 백패킹

by akwoo 2020. 3. 20.


당초 치려고 했던 사이트.

누군가 선점했지만

사진을 찍을 때 노란 텐트가 좋은 소재가 되어줬다




























2020- 3-14 대둔산


텐트 지퍼를 열자 바위 사이로 보이는 먼 하늘에

붉은 빛이 보였다

경직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오니

먼산주름 끝으로 핑크빛 놀이 긴 선을 만들고 있었다


밤새

바람이 거칠어 잠을 자주 깼고

동료가 준비해온 불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속이 더부룩해서

불편했다

토요일

요세미테 훈련차 운곡암에 들러

초보자 암벽교육을 하고

오후 5시가 다 되어

대둔산을 올랐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긴 했지만

계단이 많은 곳이라

능선까지 올라서기가 편하지는 않다


대둔산은 1km정도 되는 정상부 능선의 조망이 -남쪽과 동쪽이 특히-

뛰어나 많은 백패커가 찾다보니

이른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텐트사이트를 잡기가 어렵다

능선에 올라 일행들이 잠깐 쉬는 사이

예전에 봐둔 동쪽 사이트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지만 누군가 막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있다

다른 곳을 찾기 위해 돌아 나오는데 일행이

근처에 다른 사이트가 있다고 다시 가자고.....

예전과 달리 등산로가 곳곳으로 나있어서

사이트를 못보고 지나쳤던 것 같다


본래 치려 했던 곳 바로 뒤 암봉에 적당한 곳이 있어

주변 돌을 정리하고 텐트를 쳤다

강풍이 예보되어 있어서

텐트를 잘 고정하고

저녁 식사를 푸짐하게 먹었다


종종 바람이 텐트를 흔들었지만

이미 겨울이 물러간지라

기온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커피는 '하와이코나 엑스트라 팬시'

다른 때와 달리 산미가 좀 강하게 느껴진다

커피중에 특히 코나를

-불루마운틴이나 게이샤 보다 더-

좋아하는데

시티나 풀시티의 중간 정도로 로스팅 된 것이

내 입맛에는 가장 좋다

10시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중간에 화장실을 가야해서 두번이나 밖으로 나왔다

안개가 능선으로 들락거려

별이 언뜻언뜻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멋진 아침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늘에 약한 연무가 끼어

노을빛은 오히려 고왔다

텐트앞 암봉에 올라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진을 암봉아래 상고대가 핀 소나무를 부재로 활용했고

산주름과 아침놀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하게 촬영했다

연무가 적당히 끼어서

-막상 컴으로 파일을 열어 보니 선명하지는 않다-

아침색도 좋았지만

해가 떠오른 뒤에도 플레어 현상이 많이 나타나지 않아서

사진찍기가 수월했다

이번 사진은

개인적으로

광각버젼보다

소나무가 주제가 된

마지막 두장의 사진이 더 맘에 든다


앞에서 사진을 찍던 사진가가 떠나고 난 후에도

이 소나무를 잘 표현 할 수 있는 빛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아침의 붉은 빛들이 소멸 되고 나서도

한참을 더 매달렸다

할 수만 있다면

드론에 스트로부를 설치해서

역광의 소나무를

녹색과 상고대가 완벽하게 표현 되도록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제

사부나

사진가에서

서마담이 되어야 할 시간ㅋㅋ

일행들이 투덜대기 전에 커피를 내린다


산정의 아침,

골과 골의 공간으로 흐르는 커피향~

빈 속으로

 타고 흐르는 진한 커피의 맛으로 인한

순간의 짧은

 각성은

지상의

수 많은 얽히고 설킨 끈들에서

벗어나

이 넓고 깊으며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 속에

한순간이나마

나 또한

풍경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느긋하게 홍차까지 마시고 나자

텐트의 상고대는 사라졌다

날이 흐려질 무렵

텐트를 회수하고

하산 케이블카를 타자 빗방울이 한두개

떨어진다


완벽한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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