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5 밀양 재약산 옥류동천
등반의 난이도와 위험성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
하지만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계곡이나 폭포를 등반하는 것은 난이도의 문제를 떠나
물이끼가 낀 미끄러운 물속이나 폭포를 오르는 것이기에 한발 한 발이 조심스럽다
선등자는 확보할 곳이 거의 없는 곳을 올라야해서
상당한 담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등반은 위험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며 목표를 찾아가는 행위다
2년 만에 다시 찾았다
오랜 장마로 수량이 넘쳤다
수량이 풍부한 만큼 등반의 즐거움도 커졌다
서울, 인천, 강원, 부산, 경기, 광주,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인원은 19명.
표충사 앞에서 가이드 회장을 역임하다 먼저 떠나신 준근형 2주기 추모식을 약식으로 진행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수도권 팀의 기차표 관계로 집합시간이 늦어져
12시를 넘겨서 시작한지라 아래쪽 계곡에서 시작하지 않고
좀 더 등산로로 진행한 후 계곡으로 붙었다
날이 너무 뜨거워 계곡물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아서
계곡 등반하기 딱 좋은 온도를 유지했다
늘 그렇듯 용하가 내내 선등을 하고
가장 후미는 창현이가 도맡아서 자일과 장비를 회수했다
중간은 승철이가 초보자와 혹시 모를 실수를 체크하며 등반을 원활하게 이끌었다
나는 프리로 움직이며
용하가 줄을 깔면 두번째로 올라가 사진 포인트를 찾아 준비하고
간간히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사진을 찍었다
등반이 끝나면 사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니
되도록이면
1인 1컷 정도는 좋은 사진을 담아주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자일에 매달려 있다 보니
허리에 많은 무리가 따른다
사진은 전체보다는
폭포의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개인의 역동적 등반 동작에 포커스를 맞춰 촬영했는데
사진도
잘 찍혀 본 사람들은
등반에 집중하면서도 순간순간 멋진 포즈를 해줘서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반면
초보 등반가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등반에만 집중하느라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다 보니
좋은 장면 찾기가 어려웠다.
난이도도 없고 위험도 따르지 않는 계곡은 각자 쉬운 곳을 찾아 오르고
폭포나 위험이 따르는 곳은 선등자가 설치한 자일에
베이직이나 로린락 같은 등강기를 이용하여 등반하다 보니
큰 어려움이나 위험 없이 등반이 진행됐다
옥류동천은 표충사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1.5km 정도 진행하다 흑룡 폭포를 기점으로
재약산 억새평원 쪽인 북동 방향으로 이어져 층층폭포에 이르며
총 등반거리는 2.5km 정도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
깊어졌다 엷어지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반선
맑고 깨끗한 환경과 물줄기
가끔 나타나는 20~30미터 높이의 폭포
상단부로 올라갈수록
다른 계곡에서는 만날 수 없는
폭넓은 계단으로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 같은
작은 폭포들로 이루어진 지형은
등반 대상지로서 뿐만 아니라
경관 자체만으로 경이로운 가치를 지닌
재약산의 건강한 혈관이다
하물며 그 뛰어난 경관을 감상하며
재약의 팔딱거리는 혈관을 따라 오르는
등반은
한여름 페스티벌 같은 감흥과
스스로 특별해진 것 같은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모두 수고하셨고
형들도 아우들도 몸 관리를 잘해서
내년에도 한바탕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아~ 사진은 900컷 넘게 담았는데
물줄기의 하이라이트가 오버되지 않도록
하이라이트 중점 측광 모드로 촬영하다 보니
대부분 노출 부족으로 거의 모든 사진을 후보정에서 노출 조정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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