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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돌오름길-(한라산 둘레길)

by akwoo 2021. 7. 30.

2021-06-10(5일 차)

호텔 -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 - 거린사슴오름 입구 ~ 돌오름 구간

총 12.21km

소요시간 3시간 30분(휴식시간 포함)

 

거린사슴 오름 - 돌오름 구간 들머리에서 잠시 진행하면 만나는 좁은 길

 

 

 

 

 

 

 

 

 

용의 비늘같은 현무암이 산등성이를 따라 일직선으로 배열되어 있어 용바위라고 불린다

 

 

 

조릿대길이라는 부제목이 붙어있는 길 답게 길 조릿대 사이라 난 길들을 자주 만난다

 

 

 

 

 

 

 

 

 

 

 

 

 

 

 

한라산에서 흘러 내리는 계곡. 대부분 건천인데 어쩌다 물이 고여 있는 계곡을 마났다

 

 

 

 

 

 

 

 

 

보림농장과 돌오름 갈림길. 큰길을 따라 가면면 보림농장, 오른 쪽 작은 길을 따라 오르면 돌오름이다.

 

 

 

돌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

 

 

 

돌오름 진입 전 큰길에 서있는 표지판

 

계획된 일정은 천아 계곡 탐사인데

수국도 덜 피었고

천아 계곡은 단풍이 좋은 곳이라 가을로 미루기로 했다

 

지인으로부터 꽃 정보를 듣고

거린사슴지역 근처의 서귀포 자연휴양림 옆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로 향했다

꽃은 딱 한 촉 남아있었다

성의 없이 몇 컷 담고

15분 거리의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둘러 보려고 길을 나섰는데

차 도어를 열어둔 것 같아서 돌아왔다

다시 가기 싫어서 거린사슴 쪽으로 바로 옮겼다

비비추난초 찍으러 서너 번 왔던 곳이라

낯익은 곳인데

몇 군데 둘러봤지만 꽃을 찾지는 못했다

 

그곳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한라산 둘레길중 하나인 돌오름길을 걷기로 했다

돌오름길은 거린사슴오름에서 돌오름 정상까지 편도 6.4km 구간인데

돌오름을 오르지 않으면 5.8km 정도다

11시 30분에 들머리로 들어섰다

 

둘레길이고

한라산 중산간 남서 방향에서 시작하는 길이라 조망권은 전혀 없지만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고

조릿대 길이라고 불리는 구간으로

조릿대 사이로 걷는 길이 구간 중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고도 700m~900m에 나있는 길로 숲은 다양한 식물군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아서

정갈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원시적 느낌이 있는 길이다

 

트레일 중에

현지인들만 두세명 만났다

평일이고 관광객들은 잘 찾지 않아서

사람들이 없는 듯했다

한라산 둘레길은 제주도에서

한라산 백록담으로 집중되는 관광객들을 분산시켜

자연을 보호하고자 만든 길인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였다

 

 

오늘은 사유의 길이다

 

어제 아라계곡 트레일은 무념의 길이었다

그 어떤 풍경이나 환경에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체

무념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었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부터 다르다

 

'길'이라는 명제가 떠오르며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깊은 사유의 세계로 걸음을 옮기게 했다

 

'길'

등반가나 여행가 또는 작가들에 의하여

길과 그 길을 걷는 행위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예찬의 글을 많이 접했고

나 또한

수직의 길과 수평의 길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마음의 길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왔고

블로그에 나만의 느낌을 적어두기도 했다

 

 

길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길이란 그 많은 예찬에도 불구하고

늘 아름답고 철학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걷다 보면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

험한 길도 만나고 위험한 길도 만나며

칙칙하고 음습한 길도 만난다

그러다 아름다운 길을 만나고

평탄한 길도 만난다

어느 순간

울퉁불퉁한 길을 만났다가

한눈을 팔다 돌부리나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길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는

사람마다 또는 심리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길이다

 

결국 길이란 호들갑스럽게 예찬할 것도

무덤덤할 것도 아니다

이렇게 길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길에 대한 답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는 순간

문득 '답'으로의 삶이 정말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라는 것이 어찌 답으로의 삶만 있을까

때로 조금 과장되게 환호하고

가끔 허세도 부리고

때로 침울해하기도 하면서 사는 삶이

더 즐거운 삶이 아닐까?

길을 걷는 것도 지루하거나

힘들다가도 한순간

길 옆에 떨어진 보잘것없는 꽃 한 송이에

감정이입이 되어 탄성을 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산을 올라도 서로 다른 산이듯

같은 길을 걸어도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이 아니다

 

같은 길을 처음 걸을 때와

두 번 걸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다

처음 걸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이

두번 세번 걸을 때는 하나 둘 더 보이이게 된다

 

 

길이란 같은 길을 열 번을 걸어도 다른 길 일 수 있다

 

같은 길을 열 번쯤 걸으면

그 길을 무덤덤하게 걸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날은 풍경을 보고

어떤날은 분위기를 느끼고

어떤날은 나무를, 꽃을, 풀을,

길가의 돌멩이를 본다

또 어떤 날에는

바람의 소리를

나무 사이로 드는 빛을

안개 가득한 숲을

.

.

.

매일 하나둘씩 새로운 것을 찾으며 걷는다면

늘 새롭지 않을까

 

 

돌오름길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여

내친김에 돌오름까지 올라갔다

돌오름 분화구는 숲이 우거져 어디가 분화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길은 보여서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계곡 -바위에 고여 있는 물이 조금 있는-옆에 앉아서

잊지 않고 챙겨 온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돌아오는 길은 숲이 어두워져서

걸음이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대신 안개가 숲으로 밀려들었다

12.21km를 걸었고

행동식을 먹기 위해 잠시 쉰 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 30분 소요되었다

 

4시를 넘겨서

서귀포 근처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큰비가 예보되어 있어

다시 호텔을 예약했다

 

씻고 나시 피로가 풀렸다

호텔 근처 카페에 앉아

일정을 기록하고

걸으면서 생각했던 것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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