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3 ~ 24 전남 영광
(사진 이**, 김**, 박**)
마트에 들러 야채와 고기 등으로 장을 봐서 시골집으로 갔다.
오늘은 멀리서 손님이 오는 날이라
오고 난 뒤 준비하러 다니는 것보다 미리 준비해 동선을 줄이기로 했다.
장 본 것들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우'(우리집 개 이름. 차우차우 믹스견) 산책을 시켰다.
오후에 지인들과 2시간 정도 산책을 해야하는 일정이 있어서
길게 돌지 않고 짧게 산책을 마무리 했다.
인천과 울산 팀을 박선생이 광주에서 픽업해 아파트로 왔다.
이 모임은 영광에서 예전에 2번을 해서 영광 관광이나 등산보다는
지인들이 가보지 못한 '물무산 행복 숲' 라운드를 했다.
느릿느릿 걷고 수다를 떨며 가끔 고사리도 꺾으며 걸으니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대기 상태가 나빠서 숲에 빛이 들지 않아 연초록 잎들이 생기 있게 보이지 않았다.
이 시기의 숲이 연둣빛 새잎들로 가장 싱그러운 느낌을 받을 때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걷기에 딱 좋다.
운동하러 올 때는
항상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뛰어서
한 바퀴 돌고 나면 근육들이 어느 정도 피로를 느끼는데
느긋하게 걸어서인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늘 총 걸음 수가 21,000걸음 정도인데
피로도가 약한 걸로 봐서
차우 산책시킨다고 조금씩 이나마 매일 걸어서 몸이 조금은 단단해진 모양이다.
시골집에 도착하니 다들 분위기 좋다고 들어와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살라고 한다.
가끔 지인들에게 며칠 살기 체험도 시켜 주고
아니면 카페를 해보라는 이야기도 한다.
어쩌다야 좋지만 실제 살려고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진다.
집을 간단하게 둘러본 후 먼저 커피를 내려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었다.
다들 먼 거리를 버스 타고 오느라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좋아했다.
정*이는 새로운 것을 배웠다며 울산에 가면 써먹을 수 있다고 좋아했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렇게 만나면 서로 작은 것 하나라도 알게 돼서 좋은 것이다.
나도 이런 모임을 통해 등반 기술이나 등반 정보뿐 아니라 삶에 대한 지혜와 생활의 기술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받고 또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번 모임에서 아빠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 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
이선배의 딸 응원 기는 멋지다.
운동선수 출신이었는데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면서 갑자기 진로를 변경해야 해서
경찰관 시험을 봐보라고 했단다.
시험에 떨어지면 같이 술 한잔 하고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계속 응원을 해줬다고 한다.
아이도 고생했지만 믿음으로 응원해준 아빠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뭘 해줬나 싶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저녁은 물무산 라운드를 해서인지 따뜻한 날씨인데 다들 춥다고 했다.
보일러를 넣고 밖에서 바비큐를 했다.
목살과 장어를 바비큐로 초벌하고
원탁에서 다시 야채와 같이 프라이팬에 구워 술안주로 먹었다.
오늘의 술은 코냑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코르크 마개가 부서져서
(저 번 친구들과 마실 때도 코르크 마개가 부서졌다)
커피 필터로 걸러서 마셨다.
굴비까지 구워서 식사까지 마치고
2차는 거실에서 소주와 맥주로 다시 시작했다.
정*이는 취해서 소파에서 일찍 자다가 12시 넘어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야 깼다.
진*이는 약간 취해서 목소리가 조금 커졌고
나머지는 전혀 술 취한 것 같지 않았다.
다들 지나온 삶에 관한 이야기며
원정 이야기, 가이드 모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
12시가 넘어 안방과 거실에서 나눠 잤다.
아침은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정*이가 일찍 일어났다.
아침 햇빛이 밝아 거실 안까지 따뜻하게 느껴졌고
부지런한 참새들이 뒤안 대숲과 마당에서 연두색 소리를 냈다.
소파에 누워 뒤척거리며 느긋함을 즐긴다.
과음한 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하지만
정*이가 모닝커피를 준비한다.
모임마다 커피는 내 몫이었는데
처음으로 남이 내려준 커피를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마시는 호사를 누린다.
아침 식사는 어제 남은 밥에 미역국으로 간편하게 먹었다.
식사 후 화단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시골의 신선한 공기와 알맞은 온도의 햇볕을 느끼며 다시 커피를 내렸다.
이번에는 나보고 내려주라고 한다.
같은 커피를 내려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커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초록의 작은 정원에 우윳빛 파라솔을 펼치고
원탁 위에 사과와 커피,
아침에 듣는 잔잔한 클레식 같은 새소리와
천등산 운곡암 바윗길(몇 년전 암장개척 후 시등반을 끝낸 확보지점에서 바라본 연초록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루트 이름을 '초록빛 바람'으로 지었음)에 걸어둔 초록빛 바람이
손님처럼 찾아와 마음을 두드리는
이 시간은
먼 길을 온 산 친구들과 같이 느끼는 축복 같은 순간이다.
my pleasure to be with you(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축복입니다.)
9월 원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준비해 간 책 두 권을 보면서 루트를 설명하고
우리가 직접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할 것인지
승*이에게 전부 맡겨서 할 것인지
또 쿡을 고용할 것인지 우리가 직접 해 먹을 것이지 등을 이야기하고
인원이 확정되면 구체적 플랜을 확정하기로 했다.
차우를 데리고 모두 같이 들판 산책을 나섰다.
정*이와 이 선배는 카메라를 들고 넓은 들판과
산책하는 우리 모습을 담고
우리는 차우와 같이 느긋하게 산책을 즐겼다.
산책을 40여 분하고 돌아왔다.
다들 다시 먼 길을 가야 해서 라면을 끓여서
점심을 대신하고 12시 30분에 출발했다.
울산과 인천은 3시간 3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정말 먼 길을 온 것이다.
박선생이 갈 때도 광주 터미널까지 대려다 줬다.
1박 2일 일정이지만 같이한 시간은 체 하루가 안된다.
그래도 또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고 훗날 기억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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