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8 전북
봄 가뭄이 오래간다.
귀한 난들이 고사할까 약간 걱정이 된다.
예전에 진도의 커다란 바위벽에 자라던 콩짜개란이 긴 가뭄으로 절반쯤 고사됐었다..
6월 초면 피는데 괜찮을지, 풍란은 또 어쩔지......
10시에 주차장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늦었다.
오늘은 석곡을 보러 갔다.
석곡은 내 시그니처 꽃이다.
참 오랫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다.
수직 벽에 붙은 녀석을 자일을 내려 처음으로 촬영을 시도했고
몇 해 동안은 1박 2일씩 머물며 별과 함께 담기도 하고 은하수와 같이 담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에 다른 곳의 석곡을 담느라 이곳 석곡은 3년 만에 만나러 갔다.
지인이 내려가면 올라올 수 없어서
60m 주 자일이 바닥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짧다.
10m 보조 자일을 소나무에 확보하고 주 자일을 연결해 부족한 길이를 확장했다.
벽 길이가 거의 50m에 육박해서
확보지점부터 주 자일을 쓰면 자일이 땅에 닿지 않는다.
일단 내가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
안전이 확인돼야 지인이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20m쯤 하강해서 3년 전에 담았던 모델을 만났다.
꽃은 거의 다 피었고 다른 모델 중 10퍼센트는 지금 피려고 하는 걸로 봐서 지금이 적기다.
14mm 광각렌즈로 로우 앵글로 먼저 찍는데
해가 바로 수직으로 내려 쬐어서 렌즈 플레어 현상이 많이 생겼다.
빛이 너무 강하니 꽃은 노출이 오버되고 꽃에 노출을 맞추면 주변부가 너무 어두워졌다.
그래도 노출은 꽃에 맞추고 후보정으로 암부를 살려야 한다.
지인이 기다리니 마음이 조금 급해져서 몇 컷 찍고
다른 모델로 3~4m 트래버스 해야 하는데 자일이 날카로운 바위 턱에 있어서
펜듈럼 하기는 무리고 손으로 벽을 잡아가며 접근했는데
위쪽은 그대로고 내 몸 쪽만 한쪽으로 움직이니 자꾸 되돌아가려고 해서
한 손으로는 바위를 잡고 다른 손으로 겨우 몇 컷 담은 후
올라가서 자일을 회수해 다시 자일을 내리기로 했다.
하네스에서 주마를 찾으니 하나뿐이다.
쥬마 스텝을 아래쪽에 걸어야 해서 론린락을 자일에 걸고 쥬마스텝을 걸었다.
쥬마는 그 위에 확보 줄로 연결되어 있어 등강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오랜만에 쥬마를 하니 스텝을 써도 힘들다.
중간에 잠깐 쉬면서 힘들게 올라갔다.
자일을 회수해서 다른 방향으로 내리고 잠깐 지인에게 하강 시스템을 가르쳐 드렸다.
오래전에 암벽등반 경험이 있으셔서 잘 습득하신다.
지인이 조심조심 하강하고
나는 그늘에서 영양바 하나를 먹고 수분을 보충하며 기다렸다.
한참 지나 지인이 촬영을 마치고 완전히 하강했다고 하신다.
지인이 다시 돌아서 올라올 때까지 내려가서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하나뿐인 등강기와 하강기를 지인이 갖고 있다.
그냥 하강해서 프루지크 매듭으로 올라올까 고민하다가 기다렸다.
잠시 후 올라온 지인이 이미 빛이 넘어가 꽃이 그늘이란다.
에구~ 광각만 담고 접사는 담지도 못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갈수록 허술해진다.
등강기도 하나 빠트리고 오고
해가 나가는 시간도 계산하지 않고 너무 늦게 만났다.
갈수록 뭘 하면서 짜임새 있게 하지 못하고 서툰 아이들처럼 돼간다.
이렇게 정신없이 다녀서는 안 된다..
준비과정부터 철저히 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냥 내려왔다.
내려오다 00암 커다란 바위벽에 핀 석곡을 400mm 렌즈로 담았는데 볼품없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니 썩 좋은 것은 없다.
이곳에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8시에서 9시 사이가 적시다.
일출 후 2시간 반이 지난 시간이지만
이곳의 지형적 한계상 8시가 돼야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나마 그 시간이 빛이 가장 약해서
석곡의 연한 꽃잎이 빛에 날아가지 않고 질감까지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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