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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덕유의 아침

by akwoo 2015. 5. 19.

 

 

 

 

밤9시 영각사를 출발하여 11시30분 쯤 남덕유 정상에서

먼저 출발한 일행들을 만났다.

0도까지 떨어진 날씨와

강풍에  침낭 속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전날 밤부터 잠을 자지 못한터라

피곤이 밀려오는데도

엷은 침낭으로 한기가 파고 들어 쉽게 잠들지 못했다.

 

덕유는

선명했다.

 

밤하늘 별이 방안 천정 위에 붙여 놓은 듯 선명했고

아침 산정에 모인 사람들의 눈빛도 목소리도 선명했다.

 

아침 여명은 붉게 선명하고

햇 살에 어둠이 걷친 산은 초록으로 선명했다.

 

남에서 북으로 흔들리며 멀어지는

우리가 가야할 길 또한 선명했다.

가야할 길의 선명함은

때로 두려움이 되고

때로 희망이 된다.

 

밤새 나무와 바위에 부딛혀 통곡하던

바람과

추위에 웅크렸던

내 밤의 기억들이

다행히 아침과 함께 흐릿해 졌다.

 

흐릿해 지는 것 또한

때로 두렵지만

흐려진다는 것은

통증 또한 지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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