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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친구

by akwoo 2015. 10. 28.

 

 

농촌은

지금 거의 추수가 끝나간다

황금 빛 들판은  며칠만에 텅비었고

또 다른 농사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오늘

농사를 짓는 친구들이 추수가 끝났다며

쌀가마를 들고 왔다

반년동안 수 없이 논을 드나들며

정성들인 결과물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내게 가져온 것만도 미안하고 고마운데

따로 사시는 아버님까지

 챙겨드린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 만난 친구들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가끔 다투기도 하는 친구들.

 

집에 작은 일만 생겨도

손재주가 별로 없는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아버님이 계시는 집에

뭔가 고장이 나도 내가 찾아가 고치는 적은 없고

아무런 부담없이 친구에게

가보라고 하면 끝이다

 

아버지께서도

집에 일이 생기면

나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해결하신다

 

늘 그렇다

내가 특별하게 해주는 것도 없음에도

그 오랜 세월 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온갖 궂은 일을 아무런 불평없이 해준다.

 

물고기를 잡으면

내가 할 줄 모른다고

집에서 요리를 해서 초대를 한다

 

내가 피곤해하면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대려가고

틈틈히 아버님이 계시는 집에 들러

불편함까지 살핀다

 

그런 친구들이 있으니

형제가 없어도 크게 불편함이 없고

그런 친구들과 함께 늙어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삶이라는 것은

어떤 대단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를 만나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친구들이

몇 몇은 있으니

내 삶이

그리

서운하게 살지는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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