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소리로
글을 쓴다
바다의 언어는
흰색이라
결코
리코딩되지 않는다
바다의 언어는
기억장치가 없어
금새 지워진다
밀려와
불꽃같은
진실을 말해도
습관처럼
거짓을 말해도
거품 같이
허세를 부려도
돌아갈 때는
흔적없이 지우고 떠난다
남쪽 바다의 갯길은
시간마져 헐거웠다
바다로 향하던
빛은
숲에서 넘어져
길을 잃었고
난독증에 걸린
나는
바다의 소리를 읽을 수가 없어
흐릿해진 길을
헤맨다
헐거웠던 시간을 따라
나른한 갯길을 걷다가
꾸벅
졸고나니
기억이 아닌,
헐거웠던 시간과
일어서지 못하던 빛이
가야 할
길을 일러준다.
산의 언어는 곧고 선명하여
지워지지 않으니
지워야 할
기억이 있거든
가끔
바다를
만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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