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라는
침묵의 사원 속으로 들어간 수도사들은
산과 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결국 깨달았다"
김선미의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라는 책의 한구절이다
산쟁이들에게
산은 종교 같은 것일 수 있고
수행의 도장일 수 있다
왜 산에 오르는가라는 물음에
산쟁이들이 하는 대답 중의 하나다
내게 산은
사람 사는 세상의 두려움을
때로 피하고
때로 더 큰 두려움을 통하여 극복하기 위함이고
인연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더 깊은 외로움 찾는
방랑의 길이다
그렇게
산은 내게 안식의 사원이고
나만의 기도처다
지리의 석양은
눅눅하게 깊다
잠시
세찬바람에 구름이 걷히고
지리의 주능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노을과
어둠, 짙은 구름이 뒤섞여
묵직한 외로움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좋다
산정에 서서
깊어지는 어둠을 음미하고
홀연히 자유롭다
잠시
제석봉의 고사목이 되어
멀리 반야의 선에
시선을 묶는다
이 시공 속에
홀로
서있다는 것은
대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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