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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지리-3

by akwoo 2016. 5. 17.

 

 

 

어둠이 깊어졌다

한동안 충분히 산이 되었으니

산장으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서는데

오른쪽 무릅과

오른쪽 엉덩이 바로 위쪽이 심하게 아프다

삼각대를 지팡이 삼아

한발한발 겨우 내려섰다

 

산장의 밤은 소란스럽다

산행객들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청 할 수가 없다

뒤척이다

새벽 3시30분에

짐을 꾸려 밖으로 나왔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떠난다

잠시 산장주위를 서성이다 제석봉으로 향했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랜턴 불빛이

점이되어 이어졌다 끊겼다를

반복하며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여명 빛은 늘 신비롭다

보라 빛 하늘이

바로 눈 앞 천왕의 뒤편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온갖 소란이 멈추고

빛과

색이

엄숙하게

산과 합일  하는 시간을

바라본다

이순간이야 말로

가장 정갈하고

순수한 시간이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해 두고

간간히 셔터만 눌렀다

 

태양은 시간을 지나

천왕의 뒤쪽에서 떠올랐다

밝아지자

북쪽의 산과 산사이에

내려앉은 구름 사이로 알맞게 빛이들었다

이제 사진에 집중해야 할 시간.

24mm는 화각이 조금 부족해서

원하는 구도를 잡기는 어려웠다

반역광이라 필터 없이도

음영이 적당하고 색도 곱다

 

바람이 아직은 차가워서

장갑을 끼었어도

손이시렵다

 

몸을 덥히기 위해

커피를 내렸다

프리미엄 커피인

'하와이 코나 엑스트라펜시'

이순간을 위해

며칠 전 고가에 구입한 커피다

드립주전자를 빠트리고 와서(ㅋㅋ)

종이컵을 접어 드립주전자로 대신 사용했다

묵직하고

달콤한 커피향이

바람을 따라 퍼져나간다

외로움도

두려움도

이미 떠나가서

홀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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