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 일기예보
저녁 흐림
아침 비.
배낭을 꾸렸다
산마루의 날씨야
안개가
순식간에 들고 나서
잠시라도
별을 만날 시간이 있을 것이었다
산으로 오르는 작은 길가에는
쥐손이풀, 풀솜대, 미나리아재비가
고산의 정취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박새, 산오이풀이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산철쭉은
작년과 달리 시기가 조금 늦은 듯 싶었다
향적봉 쪽은 이미 다 져서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맑고
높았고
바람만 간간히 불었다
오후 여섯시가 조금 안된 시간
중봉은 한적하다
해가 아직 높다
바람이 적은 곳에 배낭을 내려두고
윈드자켓을 꺼내 입은 뒤
중봉 정상의 꽃길에 서서
해지기를 기다린다
동엽령 쪽의 철쭉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동쪽 방향으로
일부 지고있는 꽃들이 남아 있었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다
간이 의자를 꺼내 앉은 후
커피를 내리려고
배낭을 뒤적였다
저번 지리산 산행 때 드립주전자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잘 챙겨뒀고
커피는 케냐AA를 분쇄해 왔다
우씨~~
리엑터가 없다
생수를 2리터나 가져왔는데....
내일까지
최소한 16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조리할 것이 없는 것이다
주전부리로 가져간
꽈배기 과자 3개와 요플레1개로
이 긴 시간을 채워야한다
요플레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쓰기로 하고
특별히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를
1인용 탁자에 올려두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커피 대신
산마루에서 음악감상을 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다
산객들도
비 예보 때문인지 보이지 않는다
음률에 따라
고개도 끄덕여 보고
눈 감고 가사를 따라 불러 보기도 한다
구름 빛이 조금씩 붉어지는 것이
잠시 후면
해가 질 것이다
카메라를 꺼내
몸을 움직였다
저녁 놀은
깊어지지 않고 금새 빛을 잃었다
흔들리는 꽃쥐손이와 미나리아재비를 몇 컷 담았다
서쪽 사면에 남은 산철쭉도
빛의 상태에 따라
컬러가 변했다
성의 없이 셔터를 누른다
다행이 하늘이 맑다
구름도
안개도 없다
한 두개 별이 뜨기 시작했다
배낭 있는 곳으로
다시 내려와
랜즈를 14mm로 바꿨다
..... 사진을 클릭하면 별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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