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철쭉 바로 위로 북두칠성이 보인다
산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늘 그곳에 있다
그러면서도
찾아 갈 때마다 새롭다
내가 늘 산으로 향하는 것은
그런 산의
새로우면서도 변하지 않는
넉넉함과 정직함을 담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밤 9시가 되면서
밤하늘은 별로 가득 채워졌다
은하수를 찾아 보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별인지 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작은 별들이
달 없는 밤하늘에 반짝였다
오후에 봐둔 산철쭉을 찾아
삼각대를 설치하고
구도를 잡았다
ISO와 노출, 거리, 셔터속도 등을 조절하고
테스트 샷을 해봤다
삼각대를 하나만 가져와서
스트로브를 왼손에 들고
꽃과 스트로브의 거리와 광량을
조절하며 적정세팅을 찾기 위해 수십여차례 테스트를 했다
바람이 강해서
꽃은 흔들렸고
시간이 금새 흘러
별의 위치가 금방 변했다
별과
바람만이 존재하는 공간에
움직이는 것은
나 혼자다
촬영에 집중하다 보니
소리마져 들리지 않는다
컷마다
세팅을 변경해야 하고
스트로브 위치를 바꿔가면서 촬영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면
오류가 많이 났다
조금 지쳐서 촬영을 접으니
새벽 1시다
금방 4시간이 지나갔다
꽃과 별을 함께 담는 것은
평지(?)인데도 쉽지 않다
수직벽에서 석곡을 담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는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미리 펴둔 침낭 커버는
눅눅하게 젖어있다
침낭은 짐을 줄이기 위하여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다
메트리스와 커버로
밤을 지내 볼 요량이다
얇은 우모복 상하의를 입었으니
영하로 떨어지지만 안으면
얼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유달리 손발이 차갑고
추위를 많이 타지만
보온준비는 항상 허술하다
침낭커버 입구의 물기를 털어 내고
커버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누어서 바라 보는 하늘은
여전히 별이 가득한데
얇은 안개가
동쪽에서,
북동쪽에서 흘러와
반대 쪽으로 지나가면서
잠간씩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했다
먼저 발이 시려왔다
어쩌다 챙겨온 장갑을 벗어
발에 신고
손은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넣었다
우모복이 얇아서인지
어깨도 조금 시려웠다
침낭커버를 머리 위까지 쓰고
몸을 웅크렸다
바람이 윙윙거려
침낭커버가
계속 울렁거린다
세시가 넘었는데도
잠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덮은 커버를 걷어 하늘 한번 바라보고
다시 잠을 청하기를 반복하다가
잠시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5시반이다
비가 온다
아니
안개 같기도 하고
비같기도 하고
는개다.
비가 급하지 않으니
나도 더불어 느리다
천천히 침낭커버와 매트리스를 털어 배낭에 구겨 넣고
대피소로 향했다
대피소는 제법 부산했다
이 부산함이 싫어서
대피소를 찾지 않지만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으니
말 그대로 대피하러 찾아 온것이다
버너를 빌려 커피를
내렸다
빌려 주신분이
"식사는 안하세요"
묻는다
누룽지라도 좀 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커피를 내려 한잔 드렸다
조금 따뜻해진 몸이 되자
다시 카메라를 꺼내
주변의
꽃쥐손이와 미나리아재비를 담는다
혼자이고
시간이 넉넉하니
다양한 실험 샷을 해본다
는개가 내려 앉은 꽃의 디테일을 찾아 보고
안개 속의 꽃을 표현하는 실험을 해보고
향적봉에 올라 잠시 머물렀다
는개가
동쪽에서 밀려왔다
이제 한 여름에나 다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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