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비를 기다리다
토요일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오후
생각없이 후배를 따라 나섰다
도착한 곳에
욘석이 피어있다
그순간
갑자기 봉인된 기억 하나
불쑥 복원된다
복원된 기억 속에는 여전히
만감이 엉켜있고
그때 보지 못했던
허와 실이 오히려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정도를 구분하지 못했던
내 어리석음도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일요일 오전.
역시 비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운동삼아 지리로 향했다
노고에서 바라보는 반야는
밋밋하다
천왕이나 제석봉
촛대봉이나 영신봉에서 바라보는
반야는
엄숙하면서도 부드럽고
에로틱하면서도
센티멘탈하다
사물이란 이처럼
어느곳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양도
느낌도 완전하게 달라진다
한 방향에서만 바라봤으니
허와 실을 분별하지 못했음이라
오후
모임을 깜박하고 산을 찾은지라
반야 바로 아래서 연락을 받고
서둘러 돌아왔다
어제도
오늘 산행중에도
내내
복원된 기억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모임을 끝내고
어제 담은
사진을 정리하다
메모리카드를 포멧해버렸다
원본이 완전히 사라지고
리사이즈된 이 사진만 남았다
인간의 기억도
때로
완벽하게 지울 수는 없는걸까
실수로라도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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