拒否
누군가로 부터 거부 당한 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어렵게 부탁 했음에도 거부 당할 때
사랑고백을 거부 당할 때
또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요구들을 거부 당할 때
때로 자존심 상하고
민망하기도 하며
때로 상처 받기도 한다
부탁을 잘 못하는 사람일수록
거부에 대한 상처도 더욱 크다
살면서
거부에 익숙해 지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록
인간관계가 즐거워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당한 부탁은 하지 말아야 하고
부탁은 당당하게
거절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한다
10일간의 휴가
직장생활 후 처음으로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산에나 두어 번 가고
서울로 선배 병문안이나 갈 생각이었다
덕유로 갔다
산마루에서 숙하며
몇가지 구상을 실현해보려고 했다
꽃을 주제로
낙뢰
은하수
낙조
일출
운해를 담아 볼 생각이었다
특히 낙뢰는
저 번 백리향과 함께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구름에 가려서 시도해 보지 못했었다
요즘처럼 대기가 불안정하거나 국지성 호우가 내릴 때
낙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담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등반을 오래한 산악인에게 낙뢰는 두려운 존재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아닌 먼 곳에서 낙뢰가 칠 때만 시도해야한다
과학적인 접근이 아닌
바라보는 입장에서
낙뢰는 절정의 순간인다
식물이 꽃을 피웠다는 것도 절정의 순간이다
그 찰라의 절정을 담아보고 싶었다
낙뢰로 인하여
곤도라 운행이 정지되었다
23키로의 배낭을 메고
폭우 속을 오르기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다음 날
먼길을 다시 가서
서둘러 올랐다
중봉에서 낙조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갑자기 몸이 불편해서 응급실로 가시는 중이란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고
설천봉으로 향했다
곤도라는 이미 멈춰있었다
다행히
곤도라 엔지니어가 차량으로 하산시켜줬다
내려오는 차안에서
낙뢰가 정상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서울로 산선배 병문안을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세번은 가지 말라고한다
산이 거부하고 있는데 또 가면 사고난다고....
오랫동안 산에 다니다 보면
위험을 감지할 때가 있다
젊었을 때야 투지가
위험마져 누를 수 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감각을 믿고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저번 계곡 등반 때도 두 차례나 위험을 맞지 않았던가
나도 모르게 생겨난 사진에 대한 욕심을
비우는 시간을 갖고
산의 거부를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참으로 오랫만에
멍 때리는 즐거움으로 한 주를 보냈다
'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 (0) | 2016.10.24 |
---|---|
때로 자일을 끊어야 할 때가 있다 (0) | 2016.10.12 |
生死의 경계 (0) | 2016.07.19 |
산 (0) | 2016.07.06 |
인연 (0) | 2016.07.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