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에게 짐은 숙명이다.
그들의 짐은 내가 감히 들어 올릴 수도 없을 정도의 무게다.-
그들을 보면 먼저 가슴이 먹먹해진다.
2007년에도 2009년에도 만났지만 그들의 생활은 조금도 좋아져 보이지 않았다.
2007년 로부체 등반 때 어린포터에게 주었던 파일 재킷을
이번 등반에 참여한 다른 포터가 입고 있었다.
그 어린 포터에게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는 낡은 옷마저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8,000m급 대단위원정에는 짐이 수 톤에 달하고
거기에 따른 포터와 다른 스텝을 포함한 인원은 때에 따라 백명이 넘기도 한다.
우리처럼 20일전후의 짧은 기간 동안 소규모로 5,000 ~6,000급을 등반하는 경우에도
가이드, 셀파, 포터, 쿡, 키친보이 등을 포함하면 스텝이 20명 정도가 된다.
스텝들은 역할이 철저히 분담되어져 있다.
그 중 가장 힘들어 보이는 친구들이 키친보이와 포터들이다.
포터에게 짐은 숙명이다.
그들은 1인당 25kg이하의 짐을 지게 규정되어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보다 훨씬 많이 진다.
나도 등반 때 그 정도의 배낭을 질 때도 있지만
그들의 짐은 내가 감히 들어 올릴 수도 없을 정도의 무게다.
국내에서 짐을 쌀 때 카고백에 보통 20kg정도를 넣는데 그 카고백 두 개를 묶어서 한 사람이 지고 간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식사 때문에 대부분 우리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다.
포터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포터들은 더욱 열악하다.
그 추운 곳에 발가락이 보일 정도로 낡은 운동화에 양말도 없이 짐을 지고 눈길을 가기도 한다.
잠도 식당천막에서 이불도 없이 자거나 롯지의 창고 같은 곳에서 잔다.
랑탕계곡의 얄라피크 등반에 같이했던 등반대와 스텝들이다.
초록색 모자를 쓴 녀석이 초등6학년이던 아들 녀석이다.
녀석도 그들의 삶과 계곡의 삶에 대하여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등반을 끝내고 산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그 밤, 그들은 그 무거운 숙명을 잠시 내려놓는다.
술잔이 돌고 네팔민요 레삼삐리리를 부르고 춤을 추며 사고 없이 끝난 등반을 자축한다.
(레삼삐리리: 레삼은 비단손수건, 삐리리는 ‘흔든다’ 또는 ‘바람에 휘날린다’라는 뜻의 네팔민요. ...사랑의 마음을 사냥에 빗대어 표현한 노래)
그 순간 그들은 행복하다.
고생한 대가를 받고 또 등반대로부터 일정액의 팁을 받게 된다.
서양 쪽 등반대에서는 팁이 없다.
한국 등반대들만 대부분 팁이 후한 편이다.
팁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 정상적 임금 외에 부수입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하는 부작용도 따른다.
하지만 몇 칠 되지 않지만 그들과 같이 생활하고 그들의 삶을 보고나면 차마 그냥 올 수가 없어서
팁과 함께 가지고간 낡은 옷가지라도 벗어주고 오게 된다.
그렇게라도 내 풍족함에 대한 미안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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