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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박새

by akwoo 2018. 7. 19.

 

 

 

 

 

 

 

 

 

 

 

 

 

 

 

 

 

 

 

 

2018-07-10 백두

 

꽃은 고요했다

 

고산 평원에는

온갖 꽃들이 서로를

엄폐한체

숨 죽여

밤 별들을 기다리고 있고

 

허공의 구름이

시시각각

색을 입고 흐르고 난 뒤에야

바람은

그 뒤를 따라나섰다

 

잠시나마

의자를 펴고 앉아

꽃의 침묵 속을 들여다고 싶었고

구름을 쫓는

바람을

불러내려

꽃들의 침묵을 흔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올라오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천상화원의 풍광은

감탄스러웠다

반역광이나 측광에

노출된

다양한 색의 화원은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려 사진을 담아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그순간 잠시 안개가 꽃들사이로 흐르고

부드러운 아침 빛이 꽃들을 감싸는 상상을 했다-

 

오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시간 정도다

스트로브를 챙기고

화원의 풍광을 담기 시작했다

화원의 대세는 박새다

다양한 꽃들이 군락으로 있었지만

총총히 솟아 있는 박새가 화원을 지배했다

같은 풍광에

꽃만 바꿔 담는 것이 억지스러워서

대부분 박새를 부각하여 구도를 잡았다

 

짧게, 간간히

약한 빛이 먼 곳에 들어서

그순간을

놓치지 않으려했다.

 

시간이 흐르자 노출차가 심해져서

니콘카메라의 D-LIGHT기능과

스트로브를  같이 활용하여 담았다.

두세 차례 좋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서

백두 출사 일정 중

그나마 쓸만한 사진을 담을 유일한 기회였다.

 

다 좋을 수는 없다

뭔가를 포기해야

다른 무엇을 얻는다

좋은 사진을 얻는 것도

좋은 상황에

내가 어디에 있었는가도 중요하다

10명의 인원이 같은 시간 다른 위치에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살렸을까......

 

.......

 

밤,

숙소에서 나와

잠시 올려다 본 백두의 하늘은

별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고산여행(등반) 때마다 보았던 별들의 축제가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엄폐한체 기다리던 꽃들도

별과의 축제를 즐길것이다

....

아침 일출을 포기했으면

이 커다란 화원에서 은하수버젼을 담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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