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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할머니와 손자

by akwoo 2018. 4. 14.

 

 

왜현호색, 나도개감체

 

 

불쑥 자란 아들녀석이 군대에 간다고 한다

 

작년부터

아래층으로 모신 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흐려지신다

 

아들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할머니는 ATM기계처럼

자기를 볼 때마다 돈을 주신단다

 

어머니는 손자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기력이 없다 보니

해줄 수 있는 것이 용돈을 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딸과 통화하면

손자에게 용돈을 주어야하니

돈을 보내주라고 하신단다

 

손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신 후

요 며칠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우는 모습을 보이신다

그 울음이 딸들한테까지 전해져서

딸들마져 울면서 전화가 온다

기억이 조금 흐려지신 뒤로는

어머니에게 오직 손자가 낙이었는데

그 녀석이 군대에 간다니

손자의 빈자리를 어찌 감당하실지

당연한 걱정이다.

 

손자에게도 할머니는

가장 큰 사랑이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한 자기편이다

 

손자는 2년동안 할머니가 걱정이고

할머니는 손자가 걱정이다

 

지금 보다는

더 커져서

더 건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흐려지는 기억의 진행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살펴드려야 한다

 

2년 후에도

지금 같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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