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현호색, 나도개감체
불쑥 자란 아들녀석이 군대에 간다고 한다
작년부터
아래층으로 모신 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흐려지신다
아들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할머니는 ATM기계처럼
자기를 볼 때마다 돈을 주신단다
어머니는 손자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기력이 없다 보니
해줄 수 있는 것이 용돈을 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딸과 통화하면
손자에게 용돈을 주어야하니
돈을 보내주라고 하신단다
손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신 후
요 며칠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우는 모습을 보이신다
그 울음이 딸들한테까지 전해져서
딸들마져 울면서 전화가 온다
기억이 조금 흐려지신 뒤로는
어머니에게 오직 손자가 낙이었는데
그 녀석이 군대에 간다니
손자의 빈자리를 어찌 감당하실지
당연한 걱정이다.
손자에게도 할머니는
가장 큰 사랑이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한 자기편이다
손자는 2년동안 할머니가 걱정이고
할머니는 손자가 걱정이다
지금 보다는
더 커져서
더 건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흐려지는 기억의 진행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살펴드려야 한다
2년 후에도
지금 같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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