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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들여다보는 奚囊 속에

마터호른 추억

by akwoo 2017. 11. 16.

 

 

 

 

 

 

 

 

 

 

마터호른을 다녀온지 100여일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족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여진다

이제야 좀 더 객관적 사고가 가능해져서 일것이다

정상을 오르지 못한 원인이 날씨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날씨와 무관하게

내 상태로는 정상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훈련하고 준비 할 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날씨만 좋으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만함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의 등반력이나

또 대장으로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던게 아니었을까

 

브라이트호른에서 고소적응과 다음날 훼른리 산장까지

큰 문제가 없던 고소 적응력이

첫 시작부분의 벽에서 힘을 쓰고 난 후 부터 급속하게

무너졌던 것 같다

전날 훼른리에 도착해서 루트 파인딩을 했다면

무리한 힘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인데

그 과정을 생략한 것이

어둠 속에서 쉬운루트를 찾지 못하고 힘을 써야하는 상황이 되었고

웜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근력 사용이

한순간에 고소를 불러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정보부족으로 인한 하중문제, 신발이나 식량 문제,자일 등도 등반을 어렵게 한 요인이다

 

대장으로서의 리더십 또한

훈련과정에서 어느정도 팀웍이 갖춰줬다고 생각했고

등반과정이 단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장의 역할이 크게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공티켓으로 인하여 일정이 바뀌고

탑승 후 예기치 않은  딜레이로 일정이 꼬이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나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조금 산만해졌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아야할 대장의 내공부족이다

그러함에도 대원들이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줬기 때문에

무리없이 일정을 마칠 수 있었지만

마터호른 등반이 끝난 후

여행일정에서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

여행을 짜임새있게 쯜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여유있는 산책도 좋았고

우산을 쓰고 밥을 먹던 기억도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잘못 넣어 손짓발짓으로 해결해야 했던 일도

값진 경험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제네바 공항에서

공항거지에게 몇 시간을 시달렸던 일도

지금 생각하니 즐겁다

 

지금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일상 속에서 등반보다 더 어려운 등반 중이다^^


가끔

폴더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보 듯

사진이 잡아내지 못한

대원들의 마음과

소소한 순간들의 즐거움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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