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바람꽃
아침, 고속도로는 오랜만에 선명하다
봄 내내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옇던 대기가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그대로
빛은 따뜻하고
시야는 먼곳까지 분명했다
아내와 아들을 태운
차안은
날씨와 달리 조금 무겁다
벚꽃과 이별하듯
한바탕 짧은 이별을 치뤄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담담한척 했지만
할머니와 엄마의 눈물에
저도
나도 제각각의 모습으로
눈물을 감추고 있는 시간이기에
군대가기 좋은 날씨라고 말하면서도
그 말의 무게를 느낄 수가 없다
내가 군대 갈 때는 여수역에 집결하여 입영열차를 탔었는데
요즘은 훈련소까지
부모나 친구들이 따라가서
입소식을 같이 치룬다.
관람석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가
운동장으로 집결하라는 소리에
"잘 하고와!!"하고 어깨를 다독여 줬다
짧은 입소식 내내
운동장에 줄과 열을 맞춰 서있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7년 전
중학교 입학하기 직전 겨울
히말라야 랑탕계곡에 있는 얄라피크를 같이 등반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부터
함께 암벽등반도 다니고
스키와 백패킹도 자주 했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같이 할 시간이 적어졌고
아빠, 엄마와 갈등도 커졌었다
아이가 운동장 밖으로 빠져나간 뒤
훈련소 내에 있는 성당에 들러
편지 한통을 쓰고
말미에
"힘들어 하는 동료들이 있거든 서로 잘 살펴주면서 지내라"는
당부의 말을 곁들였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훈련소를 맴돌다
거의 모든 부모들이 빠져나간 뒤
군인들이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서야
돌아섰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없는 집안은
텅 비어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잘 적응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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