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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부귀산 편백숲

by akwoo 2021. 5. 18.

 

 

 

 

 

 

 

 

 

 

 

 

 

 

 

 

 

 

 

 

 

 

 

 

 

 

 

 

 

 

 

2021-05-16

 

숲은 안개가 초단위로 들고 났다

나무들 사이로 옅은 안개가 섹션 형태로 들어와

숲 전체가 안개 속에 갇히지 않아서

시선을 어느 방향에 두고 있는냐에 따라

분위기가 순간순간 달라지곤했다

 

토요일 오후, 일행의 연락을 받고 갑자기 합류해서

두 동의 텐트 사이에서 3명이 앉아

떡만둣국, 초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맥주와 과일

음악과 홍차 그리고 음악이야기로 숲 속의 밤을 즐겼다

 

밤새 폭우와 천둥 번개가 텐트 위에 내리쳤는데도 숙면을 취해서

(몇 차례 깨기는 했지만)

가벼운 몸상태로 텐트에서 기어 나왔다

 

카메라를 들고 주변 분위기를 잠시 담아보다

커피를 내리고

빵과 단백질이 포함된 샐러드로 아침식사를 했다

숲은 습도가 가득했지만

편백숲의 여백 때문인지

눅눅한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벼운 오솔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편백숲의 분위기를 담으며 느릿느릿 걷는 산책의 시간은

안개와

이슬비와 편백나무가 만들어 내는 차분함으로 인해

치료가 더딘 무릎 통증과

아웃도어 활동의 억류로 인한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충분했다

 

편백의 숲은 직선이 지배한다

하늘로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의 기세는

카리스마 넘치는 반면

나무와 나무 사이의 여백은

날카로운 경직과 대비되어

일순간 이완의 시간을 만들어 낸다

 

직선은 사진적 소재로 난감한 대상이다

산 사진도 풍경사진도 유려한 곡선을 쫓아

시선을 잡아 내는 것이 쉽고 아름답다

곳곳에 박혀 있는 전봇대가 풍경을 해치듯

위로 솟아 있는 나무도

사진의 밸런스를 깨트리기 쉽다

 

하지만

직선의 집단은 다른 환경을 만들어 낸다

이곳의 편백나무 집단은

세로의 직선과 여백이

마치 잘 짜인

섹션들이 모여 통일된 어떤 것을 표현해 내는 

카드섹션 처럼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적으로도

차분히 고민하면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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