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박 7일 혼자 놀기
목적 : 1. 오름 사진 촬영
2. 멍때리며 놀기
3. 오름, 숲 걷기
기간 : 2021-06-06 ~ 06-12
이동 : 목포-제주 선박(왕복)
차량 : 자가용(차량 선적비 왕복 256,400원. )
2021-06-06 ~ 06-07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제주항까지는 4시간20분이 소요된다
차량 선적 시간과 탑승시간, 영광에서 목포까지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거의 8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비행기보다 선박을 택한 것은 장박에 따른 짐과 차량 렌트비용 절감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6박 7일간 필요한 짐을 편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과 차량 렌트비용보다 선적 비용이 꽤 싸다는 것이다
렌트비용은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3박4일을 기준으로 그 이상 일정이면 선적해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제주항에 도착하여 이시기쯤 피는 덩굴 민백미를 담기 위해 종달리 해변으로 달렸다
해안도로 곳곳에 수국들이 막 피고 있어
드라이빙이 즐겁다
특히 종달리해변은 수국 길로도 유명한 곳인데
나는 길가에 핀 수국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드라이빙 중에 만나는 수국은 바다의 색채와 잘 어울렸다
종달리 해안의 '덩굴민백미'는 아직 개화 전이었다
이제 한두개체가 망울 인체 필 준비를 하고 있을 뿐.
망설이지 않고 다랑쉬오름으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일찍 올라가 은하수 촬영 방향을 가늠하고
사진 포인트를 정하기로 했다.
짐을 꾸리고 16:05분에 오름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400mm 렌즈까지 배낭에 넣었더니 제법 배낭이 묵직했다
다랑쉬오름은 제주시 송당리와 세화리에 걸쳐있는데
오름에 쟁반같이 뜨는 달의 모습이 아름답다 하여 붙은 제주의 언어로 월랑봉으로도 불린다
분화구의 둘레는 1.5km로 깊이는 115m로 백록담 깊이와 비슷하다
해발은 382m로 근처에 있는 높은오름과 더불어 주변에서 가장 높은 오름에 속한다
오름 정상까지 지그제그 계단길과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데 30분 정도 소요됐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이 가장 높은 곳으로
코앞에 유명한 용눈이오름이 있고
생김새를 닮아 이름 붙여진 아끈다랑쉬오름(아끈은 제주도 말로 '버금가는 것' 또는 '둘째'라는 뜻)이
위성봉처럼 붙어있는 듯 보인다
동쪽으로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서쪽으로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오름들과 우뚝 솟은 한라산이
해 질 녘이면 겹겹이 산 주름을 만들어낸다
특히 용눈이오름의 아름다운 선과 음영은 그 어떤 경직된 마음도 풀어낼 것 같이
편안하다
분화구는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파여있는데
꽤 깊어서 내려가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의자를 펴고 앉아 생각 없이 주변의 조망을 두 시간여 즐겼다
정상 부근은 서풍이 강하게 불어서 해 질 녘이 되자 조금 추워졌다
오후 7시가 되어도 등산객들이 들고났다
올라왔던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내려가
적당한 안부에 텐트를 쳤다
여행은 어긋남이 있어서 즐겁다.
텐트 폴을 텐트 네 귀퉁이에 끼우고
클립을 채우는데
갑자기 폴을 서로 연결하는 허브가 부러졌다
난감한 상황이다
그것도 일정 첫날에.
비상용으로 가져온
가이라인을 이용하여
부러진 곳을 묶어서 불안정하게라도 텐트를 고정했다
하룻밤 정도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계획부터 오름과 은하수를 주제로 사진을 담기 위해
은하수 뜨는 시간과 달뜨는 시간
은하수와 주변 오름의 방향까지 계산하고 일정을 잡았는다
일기예보도 괜찮아서 내심 기대가 됐지만
초저녁부터 이슬이 많이 내리고
옅은 연무가 있어서 밤새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틈틈이 텐트 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날이 밝아올 때까지
밤하늘에는 몇 개의 별만 보일 뿐이었다.
한밤중에 바람으로 텐트가 균형을 잃어서 다시 손을 보는 수고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하룻밤을 보냈다
텐트가 부러지고
은하수는 담지도 못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행은 특히 더 그렇다
때로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듯
때로 치밀한 계획도 어딘가에서 어긋날 수 있다
특히 사진이란 현장의 기상상태에 따라
많은 변수가 따른다
하지만 이런 변수가 있어서
이런 어긋남이 있어서
인생도 여행도 더 즐거운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그 어떤 상황이
더 다양한 삶을 경험하게 하고
그런 순간들이 쌓여
추억이 되고 성찰이 되는 것이다
산의 아침에는 신선한 기운이 흐른다.
여명은 금세 지나갔다
카메라를 들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시야는 조금 탁했다
해는 우도의 꼬리 쪽에서 떠올랐다
종달리와 세화리 쪽 바다는 그래도 햇빛에 반사되어 붉었다
실망스러운 일출 사진을 담고
뒤돌아서서 반대편을 바라봤다
높은오름 뒤로 구름 한줄기가 긴 꼬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역광이 아닌 순광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르다
아침 빛에 초록의 풀들이 따뜻하게 빛났다
부서진 붉은 텐트도 빛을 받으니 초록과 어울려 돋보였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신선하고
빛은 충만해서
혼자의 시간이 감미롭다.
빵과 커피, 사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의자에 기대어 쉬는데
현지분들이 운동삼아 지나가며 말을 건네준다
'이곳에서 잤어요?'
'네 사진 좀 찍으려고...'
'춥지 않았어요?'
'네 괜찮았어요'
'날씨가 좋았는데 좋은 사진 찍으셨어요?'
'아니요. 은하수를 찍지 못했어요. 날이 흐려서...'
'제주에서는 이 정도면 좋은 날씬데....'
'아~ 예...'
지나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다......
이슬에 젖은 텐트가 어느 정도 마를 때까지 의자에 기대어 쉬다가
텐트를 걷어 하산을 시작했다
금세 내려와 주차장에서 짐 정리를 하고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면을 했다
정자에 매트리스를 펴고
하룻밤을 기록한다
월요일이라 사람들이 분비지 않았지만
오름 해설을 신청한 사람들이 몇 분 모여서 서로 인사를 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에구~ 자리를 피해 옆 정자로 옮겨 오늘 계획을 세우며
아직은 충분한 아침을 즐긴다.
## 다랑쉬오름 등산로 입구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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