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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알오름-두산봉

by akwoo 2021. 6. 24.

2~3일 차

2021-06-07~ 06-08

 

다랑쉬오름 - 흑난초 자생지 - 성산읍(텐트 수선 용품 구입) - 알오름 - 두산봉

 

 

다랑쉬오름에서 부러진 텐트폴 허브를 임시방편으로 수리한 모습

 

 

 

알오름 오르는 길

 

 

 

알오름 정상

 

 

알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알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성산포 야경

 

 

우도와 성산일출봉의 여명

 

 

 

 

 

 

왼쪽이 지미봉. 우도 꼬리 위로 아침해가 떠오른다.

 

 

 

 

 

 

 

해무가 밀려온 우도

 

 

성산 일출봉

 

 

 

 

 

 

 

 

 

 

 

일출봉에도 해무가 밀려들고 있다

 

 

사라진 우도

 

 

 

 

일출봉도 곧 지워진다

 

 

지미봉

 

 

완벽하게 지워진 우도

 

 

 

 

알오름 들머리 조금 지나 오른쪽으로 난 두산봉가는 길. 올레길 1코스의 일부다.

 

 

 

 

 

 

간세.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했다.

 

 

두산봉 능선

 

다랑쉬오름에서 나와 흑난초 자생지를 찾았다

예전에 한번 왔던 곳이라 익숙했다

흑난초는 넓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개화는 10% 도 되지 않았다.

 몇 컷 담고 성산읍으로 나가 텐트 수선 용품인 철사 펜치 강력본드를 구입하여

알오름으로 향했다.

 

네비에 두산봉을 치고 찾아갔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는지 길이 막혀있다

돌아 나와 다시 검색했더니 다른 곳을 안내해줬다

도착하니 올레길 1코스 시작 지점이다

지인으로부터 받은 백패킹 장소와 지도를 검색해보니

이곳이 아니다

잠시 그늘에 차를 세우고 텐트폴을 수선한 후

왼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진행해서 입구를 찾았다.

다시 지도를 보고 확인해보니 처음에 왔던 길과 연결되어있다

혼자 다닐 때는 꼼꼼하게 검색해서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가끔 길을 헤매곤 한다.

특히 제주의 오름을 찾을 때는 지도를 확인하고 정확한 입구 지번을 찾아야지

유명하지 않은 오름은 네비가 길안내를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목장초지에 파킹하고 배낭을 꾸렸다

가까운 곳이라 평소 애용하는 쪼리를 신고 출발했다

목초지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잠시 걷자 오름 능선에 도달했다

그리고 바로 정상이다

체 10분이 되지 않아 정상에 도착하자 전망이 뛰어나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지미봉과 세화해변, 종달리해변 성산읍 일대가 동쪽으로 다 보였고

북쪽과 북서 방향으로 다랑쉬오름과 한라산 그리고 크고 작은 많은 오름들이 줄지어 보였다.

조망을 즐기며

텐트사이트를 확인하고

의자만 펴고 앉아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길 기다렸다

이곳 알오름은 올레길 1코스 시작지인 두산봉과 연결되어 있어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낙조를 보기 위해 올라왔던 사람들이 하산을 하고 나서 바람을 막아 줄 수 있는 곳에 텐트를 설치했다

수선한 텐트는 다행히 텐션을 잘 견뎌줬다.

해가 다 지기도 전부터 이슬이 내리기 시작해서

금세 꺼내놓은 짐들이 눅눅해졌다

짐을 정리해서 텐트 안에 넣고

구운 계란 2개와 컵반으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하나 둘 성산읍 일대에 불이 들어오고

낭만을 즐길만한 야경이 발아래로 펼쳐졌다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야경을 즐기다

옷까지 젖고 있어서 일찍 텐트에 들어갔다

오늘도 별 사진은 틀렸음을 직감하고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평편한 곳을 골랐음에도

등이 고여서 불편했다

 

여행은 낭만이 있는 대신 불편함도 많다

 

여행은 낭만으로만 가득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여행서와 여행가들이 대부분 불편함보다는 풍경의 아름다움, 여행의 즐거움, 낭만적인 환경과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불편한 것들도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나처럼 백패킹을 하는 경우에는 여러가지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데크를 찾아 텐트를 치지 않는 한 바닥이 평편한 곳은 많지 않고

자고 먹기 위해서 많은 짐을 지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음식은 운동량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열량을 준비하고

땀을 흘려도 씻지 못하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용변 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온도는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추워지고

산짐승들의 울음소리도 때로 사납게 밤의 정적을 깬다

바람은 거칠게 불어 그나마 비좁은 텐트를 흔들어 대고

온갖 새소리는 때로 소음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산정에 홀로 있는 그 순간은

그 많은 불편함을 감당하고도 남을 만한 정서적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길어지면 반대로

정서적 보상은 작아지고

불편함이 더 커지기도 한다

여행이든 산행이든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

그리고 자신의 능력치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산에서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라.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백패킹 시 가장 주의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되도록 사람들이 없는 곳에 텐트를 치거나

부득이한 경우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뒤 텐트를 치고 오기 전에 텐트를 걷는다

두 번째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백패킹 인구도 많이 늘어나서

장소가 한정되고

취사 야영 금지구역도 많아졌다

자연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억제이긴 하지만

갈수록 갈 곳이 적어져서 불편하다

본래

금기를 무시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타인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는 것도 싫어해서

백패킹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자연의 소리도 때로는 소음이 된다

 

습도가 높고 성산읍 일대의 불빛들로 별 사진은 일찍 포기했지만

그래도 잠에서 깰 때마다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봤다

일기예보와 달리 뿌옇다

 

4시가 조금 지나자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여러 종류의 새들이 곳곳에서 화음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울어댄다

참고 조금 더 누워있을 까 했지만

날이 밝아지면서 불협화음은 소음이 되더니 소리 고문처럼 들렸다.

 

일출 방향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홍차를 마셨다

여명의 아름다움도 일출의 드라마틱한 광경도 없는 아침이다

그래도 정해진 것이 없으니

느긋해서 좋았다

커피와 모닝빵 2개로 아침 식사를 마치자 바다에 해무가 밀려들어

우도를 지우기 시작했다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영역을 넓혀 잠시 후에는 일출봉을 지우더니

바다를 건너 육지 쪽으로 밀려들었다

조금 눅눅했지만 텐트를 걷었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지나가기 시작한다

전날 왔던 길을 따라 금세 내려왔다

 

 

게으름이 주는 여유, 올레길

 

배낭을 차 안에 두고

바로 두산봉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두산봉으로 가는 길은

알오름 쪽으로 오르는 초지의 중간에 오른쪽으로 길이 나있다

올레길 1코스를 중간에서 역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길은 잘 정리되어 있고

경사도 완만해서 슬리퍼를 신고 가는데도 편하다

 

소나무 숲길은 초록의 풀들과 일체 되어 편안했고

빈 길은 오히려 충만해졌다

의식 없이 걷는데 방목된 소 한 마리가 커다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잠시 멈춰

눈을 맞추었더니 풀 뜯던걸 잊은 듯 한참을 바라봐준다

한 마리인 줄 알았더니 옆쪽에 몇 마리가 더 모여든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조준하니 초상권 침해라는 듯 고개를 돌린다

 

다시 길을 걷는다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걷자

능선으로 올라섰다

해무가 밀려들지 않았으면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간간히 뱃고동 소리만

깊숙한 해무를 뚫고 들려왔다

능선은 데크도 설치되어 있고

야자메트가 깔려 있어서 불편함이 없는 길이다

능선 중간에 올레길을 상징하는 '간세'가 서있다

'간세'란  게으른 말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올레길 상징으로 간세를 쓰는 것을 보면

급하지 말고 게으름 피며 느긋하게 걸어보라는 뜻인 듯싶다.

 

느리게 걸었어도 하산까지 40여분 소요됐다

차 트렁크에 앉아 다음 일정을 계획한다

 

 

 

##  알오름과 두산봉은 제주올레 1코스 공식 안내소(오름의 남쪽)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구좌읍 종달리 종달 삼거리로 진입하여 오르는 길이 있다

가장 쉽게 오르는 길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3221번지를 치고

도로 옆 초지에 주차하고 오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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