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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진도 접도 백패킹 2

by akwoo 2022. 5. 17.

카메라만 챙겨서 출발했다.

어제 왔던 길로 400여 미터를 가면 솔섬 바위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왔다.

이 내려가는 골짜기가 말똥골짜기다.

내리막은 길이 급했다.

길은 숲이 너무 우거져 어두웠고 울퉁불퉁한 돌길에 키 큰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차 있었다.

 

말똥바위 옆 돌출부에서 바라 본 솔섬 바위와 작은여미 해변

 

 

 

솔섬바위 아래 바닷가 바로 위 벽에 암벽루트 21개가 있다.

 

 

 

바로 근처에 또하나의 가마터가 있다.

동백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위해 서로 경쟁하며 키를 키웠는지

줄기는 가는데 위로 한참 올라가 잎이 보였다.

해안 가까이 내려오자

작은 오솔길 양옆으로 가마터 두 곳이 보였다.

이곳에서 오래전에 숯을 만들어 배에 싣고 목포에 가서 판매했다고 한다.

동백 숯은 백탄이라 불리었는데 육지의 참숯과 더불어

화력이 좋고 오래 타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작은여미 해안. 많은 폐어구들로 지저분하다.

 

 

 

자란. 군데군데 보인다.

10여 분 만에 작은 여미 해안에 도착했다.

작은 여미는 해양쓰레기 집하장 같아 보였다.

몽돌해변과 침식된 바위로 구성된 해안은 특별해 보였는데

폐어구들이 점령해서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작은 여미 해안초입과 끝 쪽에 자란도 몇 촉 보였다.

 

 

 

작은여미해안 끝 부분에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바로 여미사거리로 갈 수 있다.

짧은 작은여미 해안길(그냥 바닷가로 걷는 길) 끝에는 바로 솔섬 바위 아래로 이어지고

그곳에 이정표가 있다.

솔섬 바위와 여미 사거리 , 말똥바위, 해안길로 나뉘는 방향이 잘 표시되어 있다.

 

왜?라는 물음을 갖고 걷다 보면

 

산다는 것은 길을 간다는 것이다

그 길에서 

왜?라는 물음에 대한 

어떻게라는 방법에 대한

선명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면

이미 답으로의 삶을 걷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해벽에 박힌 볼트

 

 

 

크랙. 난이도 5.10.a

 

 

 

해벽 전경. 21개의 암벽등반 루트가 있다.

 

 

 

해벽의 돌출부. 음영이 뚜렷하다.

 

 

 

루트마다 이름과 난이도 표시가 되어 있다. 일부는 파손 되어 보이지 않지만.

 

 

 

해안 침식으로 바위 안쪽이 깊게 패여있다.

 

 

 

침식되어 패인 바위 안쪽에서 사진을 찍으면 바위 형태가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해벽 전경. 바닥 콘크리트 구조물은 확보를 위해 루트 개척 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정표를 지나쳐 해안을 따라 걸으면 접도 웰빙 해벽 암장이 나온다.

목포 클라이밍 클럽에서 201410월부터 20152월까지

난이도 5.9에서 5.13 후반까지 총 21개의 루트를 개척했다.

루트 아래 콘크리트 포장까지 해서 편의성을 고려한 것을 보면

진도군과 협력해서 멋진 암장을 개척한 것 같다.

검색해 보니 작년까지는 주변에 정자도 있었는데 유실된 것 같다.

 

벽 장비만 가지고 여미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어프로치가 30여 분 걸릴 것 같다.

바위를 만져보고 루트 파인딩도 해보며

이제 5.9나 5.10A 정도를 겨우 오를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

해식 바위 안쪽으로 들어가 색다른 사진도 만들어 본다.

 

 

 

솔섬 바위로 올라갈 수 있는 커다란 침니. 당초 철계단 형태로 고정 되어 있었는데 유실되고 군데군데 손잡이를 바위에 박아 오를 수 있게 해놨다.

 

 

 

침니 위로 올라 선 모습

 

 

 

해벽 위에도 넓고 평편한 바위터가 있다. 텐트 2~3동은 쳐도 될 듯.

해벽 끝에서 해벽 위로 올라서는 좁은 통로가 있다.

철계단을 설치했던 것 같은데

파도에 훼손돼서 군데군데 바위에 직접 박은 알루미늄 사다리를 잡고 올라갔다.

잘 정비하고 공간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면 멋진 상품이 될 듯도 하다.

('Stairway to Heaven' 같은. 잠깐 생각해본.....)

위 쪽에는 제법 넓고 평편한 바위여서 텐트 사이트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곳에 잘 찾아보면 빛바랜 이정표가 보이고 솔섬 바위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다.

 
 

 

해벽 상단에서 솔섬바위 쪽으로 오르는 길.

 

 

솔섬바위 오르는 길 상단부근

 

 

솔섬바위 상단부 쪽에 다다르면 세계 최대모새나무 표지판이 있다.

 

 

 

드디어 솔섬바위 능선이다.

 

 

 

솔섬 바위 정상

보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멀리서 봤을 때 수직벽을 오르는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직접 와서 찾아 올라보니

길은 조금 급하게 솟구치다 뒤쪽으로 횡단하고

또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다 뒤쪽으로 횡단하며

고도 100m를 올려 능선에 도착했다.

진도 부근 해안가에는 모새나무가 많이 자생하는데

이곳 솔섬 바위부근에 있는 모새나무가

지금까지 발견된 모새나무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다시 남쪽으로 150m 정도 진행하면 솔섬바위 정상에 선다.

솔섬바위 정상의 조망도 뛰어났다.

솔섬 바위에서 바라보는 말똥바위 능선은

펭귄이 부리를 내밀고 엎드려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올망졸망한 섬,

짙어가 는 초록에 아직 연초록이 군데군데 그려진 산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정상에 올라 또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일행들의 사진을 몇 컷 찍어줬다.

 

 

 

 

솔섬 바위 정상 부근에서 바라 본 작은 여미와 말똥바위 능선

 

 

 

솔섬 바위 정상에서 손을 흔드는 일행

 

 

 

솔섬바위 정상의 여인

 

 

 

 

 

 

 

 

 

솔섬바위 정상. 파란 하늘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 산에서 화려한 옷은 사진도 잘 받지만 위험상황에서 눈에 잘띠어서 좋다.

 

 

 

솔섬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말똥바위 능선. 순둥하게 엎드린 펭귄의 부리처럼 보인다.

 

 

솔섬바위 정상 바로 아래서 작은여미로 내려가는 하산길 입구.

산행 중에는 가끔씩 비타민을 먹어라

 

사진을 몇 컷 찍고 조망을 즐긴 후

바로 아래 계단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왔던 길보다 길은 더 편하다.

10여 분만에 작은 여미까지 하산했다.

일행이 조금 힘들어 보여 작은여미 해안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간단한 산책으로 알고 따라나섰다가

100m 업다운만 두 번씩 해야 해서 박 선생은 조금 힘들어 보인다.

거리 300여 미터 고도 100m를 올려야 해서

잠깐의 휴식은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에너지가 끊기지 않고 공급되듯

지치기 전에 쉬어야 회복이 쉽다.

그래서 휴식은 비타민 같은 것이다.

 
 
 

말똥바위로 오르는 길. 양 옆 길게 뻗은 나무가 동백나무다.

 

 

 

작은 여미해변에서 말똥바위로 가는 길에 만나는 계단.

 

 

 

작은 여미해변에서 말똥바위로 가는 길

 

 

 

말똥바위에 도착해서 담은 텐트가 있는 풍경. 배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포말이 사진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하산 중 등산로에서 여미해안으로 내려와 해안을 따라 걸었다.

천천히 터벅터벅 올랐다.

말똥바위에 도착하니 등이 땀에 젖었다.

옷을 벗고 데크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데크에는 그늘이 없어 여름에는 꽤 더울 것 같다.

윗 데크에는 작은 소나무 한그루가 있어

그나마 작은 그늘이라도 빌릴 수 있지만

아래 데크는 오후 서너 시까지는 땡볕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휴식하면서 나는 영양바 하나를 억지로 먹었다.

아침부터 2.6km의 거리를 1시간 40분 동안 걸었으니

영향을 보충해줘야 한다.

물도 500cc 정도 먹어서 빠진 수분을 보충했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려야 한다.

짐 정리를 하는데 솔섬 바위에서 만났던

나이 드신 여성 등산객 두 분을 다시 만났다.

금방 봤던 분들이지만 다시 만나니 반갑다.

산에서는 누구나 친절해진다.

우리를 보고 부럽다고 하신다.

내가 저는 선생님들이 부럽다고 했다.

그 연세까지 우리도 산을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들이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하신다.

(아, 여성분들에게 나이가 많다고 한 것은 실례인가?)

 

 

넘어지고 다치는 것도 경험이다.

 

나는 짐이 많이 줄었다.

음식과 물을 거의 다 소진해서 배낭이 가벼워졌다.

1010분에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한 번의 짧은 오르막이 있고

대부분은 내리막이고 해안 길로 내려서면 산책길이다.

금세 내려섰다.

태철이가 앞에 걷고 박 선생이 중간에 내가 끝에 걸었다.

해안 길을 걷다 태철이가 앞서 나가면서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앞에 가던 박선생이 다리가 풀려 넘어졌는데

배낭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다시 해안 쪽 사면으로 구르다 나무에 걸려 멈췄다.

먼저 배낭을 벗긴 후 일으켜 세워 등산로로 올렸는데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아프단다.

당연히 찰과상을 입었으니 쓰리고 아플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다리는 삐거나 다치지 않은 것 같다.

박 선생은 산행 중 넘어져서 다치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이런 상황도 큰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배낭을 꾸리고 배낭을 멜 때 더 안전한 방법을 연구하게 할 것이다.

 

배낭에서 덜렁거리던 쓰레기봉투를 빼서 내가 들었다.

조금 가다 등산로에서 해안으로 내려서서 걸었다.

다리가 풀린 상태라 모래사장을 걷는 것이 힘은 더 들어도 넘어지면 다치지는 않을 것이다.

팽나무에 도착하니 1053분이다.

43분 소요되었는데 아마 30분 정도면 하산할 수 있을 것 같다.

 

박 선생 치료를 위해 메디폼과 소독약을 사야 해서 바로 진도로 나갔.

시내로 들어서니 약국들이 보여서 바로 메디폼과 연고를 사서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서 냉면을 주문하고 박 선생은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메디폼을 바르고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무안 IC로 나와 편의점에서 멜론 바 하나씩 먹고 헤어졌다.

무안까지 오는 길에 조금 졸았더니 다행히 영광까지 오는 길은 졸지 않았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두 분 모두

좋은 기억으로 저장되길.

 
 

 

빨강 선이 말똥 바위에서 솔섬바위 까지 왕복 하이킹 궤적

 

 

 

말똥 바위에서 솔섬바위 까지 왕복 하이킹 고도 패턴.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정상까지 올라오는 것이 두 번 반복된다.(고도차는 1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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