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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진안 구봉산 백패킹

by akwoo 2022. 6. 14.

짐을 꾸렸다.

샌드위치와 사과 구운 달걀,  오뚝이 식품에서 판매하는 1회용 스테이크 하나가 1 2일 식량이다.

행동식으로 영양바 3개와 귤 4. 

물은 1 리터 2병과 0.5 리터 얼린 물 하나로 총 2.5 리터로 봄 백패킹으로는 조금 많은 양이다.

 물은 환경을 생각해서 얼마 전부터 물병에 담아 가지고 다닌다.

커피는 그라인더를 빼고 분쇄해서 준비했고, 

카메라는 본체에 랜즈24-120 표준 줌, 16-35 광각 줌, 80-400 망원 줌 세 개와 삼각대, 필터2개. 무게가 5~6kg 정도다.

클라터뮤젠 라이도 55리터 경량 배낭에 패킹을 마치고 무게를 달아보니 20kg 조금 넘는다.

등산 때마다 무게는 늘 숙제다.

벽 등반이나 훈련 등반 때, 백패킹 때, 야생화 탐사 때, 종주 등반 때 등

등반 형태에 따라 준비과정이 다르다 보니 오랫동안 등반을 했어도 무게는 늘 고민이다.

오늘은 사진에 대한 상상하는 장면이 있다 보니

장 망원까지 준비해서 카메라 장비 무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백패킹에서 사진장비와 낭만(?) 장비의 무게를 조절하면 최소 5kg 정도를 줄일 수 있다.

 

 

정천면에서 주천면쪽으로 가는 도로 좌측에 있는 등산료 입구 표지판. 여기서 구봉산 주차장까지는 600m다.

 

 

 

 

시내산 교회에서 임도를 따라 1.2km 쯤 들어가면 돈내미재로 오르는 등산로 들머리가 나온다.

 

 

 

 

돈내미재로 오르는 길

 

 

 

 

돈내미재의 이정표

 

 

 

 

돈내미재에서 구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

 

 

 

 

정상가는 길은 계단이 많다.

 

 

 

 

정상 전에 만나는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봉산 여덟봉우리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가는 계단. 경사도 심하고 계단의 높이가 높다.

 

 

 

 

정상 직전의 이정표. 이곳에서 운장산 방향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정상 표지석

 

 

 

 

정상에서 바로 본 여덟 봉우리. 데크가 있어서 조망이 가능하다.

 

 

 

 

초저녁, 반달이 떴다.

 

 

 

여명 속의 여덟 봉우리

 

 

 

 

구름이 넘실댄다.

 

 

 

 

조금 늦은 일출

 

 

 

아주 잠깐, 노을 색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구름이 떠서 대기가 탁하다.

 

 

 

 

여덟 봉우리와 주봉 정상의 고도차가 크다보니 여덟개의 봉우리가 왜소하게 보인다.

 

 

 

 

데크에 친 텐트. 오징어 팩을 써야한다.

 

 

 

 

아침식사. 햄버거는 하나만 먹었다.

 

 

 

대기가 탁해서 사진도 흐릿하다.

 

 

 

 

아무도 없으니 데크가 온통 내 것이다.

 

 

 

 

그림 하나 걸렸다.

 

 

 

 

정상은 바람이 전혀 없었는데 아래쪽은 그래도 바람이 있었나 보다. 구름이 산을 넘는다.

 

 

 

 

4봉과 5봉을 잇는 구름다리

 

 

 

 

7봉과 8봉을 잇는 다리

 

 

 

 

상상했던 순간이다. 일출경이 아니어서 흑백 같지만 이장면을 생각해 무거운 망원들 들고 왔지만 장망원은 필요없다.  광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

 

 

 

 

4봉 구름정으로 구름이 모여든다.

 

 

 

천황사 쪽 하산길의 소나무

 

 

 

 

바랑재의 이정표. 구봉산 이정표에는 현 위치 표기가 없다.

 

 

 

 

시내산 교회 앞 등산로 초입의 이정표. 이곳으로 하산했다.

 

 

 

 

아름다운 집 앞 대문 옆에 배낭을 잠시 내려뒀다.

 

 

 

 

구봉저수지 위로 8개의 봉우리가 횡으로 서있다.

 

 

 

 

 

 

 

 

보라색 화살표가 내가 등산한 코스다.

 

 

 

 

거리는 길지 않다. 4.5km정도

 

 

 

그래프가 산의 경사도를 잘 나타낸다.

 

 

 

 

가면서 졸리지 않게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아이스커피를 준비해 뒀다.

1시경에 출발하려던 것이 늦어져 2시 반에야 출발했다.

우체국 네거리에 도착해서 갑자기 커피를 가져오지 않은 생각이 나서 되돌아갔다.

커피를 챙겨서 내려왔는데 문득 보조 배터리 케이블선을 빠트린 것 같다.

이러다 출발은 할 수 있을까?

 

고속도로에서 공사로 인해 차가 막혀서 구봉산 진입도로인 시내산 교회에 427분에야 도착했다.

산행 코스가 주차장에서 시작해 1봉부터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 725호선인 진안군 정천면 정주천로에서 주천면사무소 방향으로 가다

구봉산 주차장 가기 600m 전 왼편 도로가에

등산로 표지판과 시내산 교회 표지판이 있는 작은 샛길로 들어서 350m 정도 진행하면

좌측에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를 들머리로 삼으면 구봉산 정상까지 2km.

 

이곳을 그냥 지나쳐 임도를 따라(구봉저수지 방향으로 외 길이다) 1.1km 정도 가면

구봉산 정상과 8봉 사이인 안부(돈내미재)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등산로 안내 표지판)가 보인다.

오늘의 들머리는 이곳이다.

차량은 등산로 진입하기 전 아래쪽 두 대 정도 파킹 가능한 공터에 파킹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이 들머리에서 구봉산 정상까지는 1.6km, 돈내미재까지는 1.1km.

447분에 출발했다.

 

 

내가 걷는 길이 선이다.

그 선을 어떤 색으로 채우느냐도 내 맘이다.

 

하늘은 잔뜩 흐린데 숲은 오직 초록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초록 도화지에 내 선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잠깐 원시림 같던 길은 급하게 오르막으로 변했다.

길은 쉽지 않다.

급한 경사를 구불거리며 올라간다.

사람 하나가 지날 만한 길은 연신

에스자 형태로 이어지며 급한 오르막을 조금은 느슨한 듯 속이고 있었다.

통나무 계단을 지나고 산죽 길을 걷던 중 소나기가 내렸다.

소나기치고는 세차지도,

빗방울도 굵지 않아서 배낭 커버만 씌우고 그냥 올라갔다.

연신 천둥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참나무와 다른 활엽수로 빽빽한 숲 덕분에 다행히 비를 많이 맞지 않았다.

 

40여 분을 걸어 구봉산 정상과 8봉 사이 안부에 올라섰다.

이정표에는 구봉산 정상이 0.5km,

구봉산 8봉이 0.1km로 표시되어 있다.

산행 내내 이정표는 필요한 곳에 잘 설치되어 있는데

가장 중요한 현 위치가 표시되어 있지않다.

대신 구조에 필요한 위치 정보가 적혀 있지만

(그 번호를 누가 외우고 다닐까?)

그 자리가 아닌 곳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위치를 알려줄 방법이 없다.

그래서 현 위치의 명칭이 필요한데

이정표 있는 곳이 본래 명칭이 없었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칭을 만들어서라도 표기해줘야한다.

이정표에 대한 문제점은 다음에 거론하기로 하자.

 

 

 

컨디션이 좋을 때 페이스를 잘 조절해라.

 

바로 구봉산 정상 방향으로 진행했다.

오늘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컨디션이 좋다는 것은 다른 때 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다거나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컨디션이 좋다는 것은

평상시와 같은 운동량과 파워를 쓰는데 힘이 덜 들고 피로가 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쓸 수 있는 근육의 파워와 지구력 (체력)은 평상시 몸 관리 상태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다.

컨디션이 좋다고 정해진 것을 크게 넘겨서 쓰게 되면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된다.

이럴 때는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조금 높이되 데드 포인트에 도달하지 않도록 조절하며 운행하면

좋은 컨디션으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여기부터 능선인데 길은 처음 잠깐 수평으로 우회하는 듯하더니

급한 계단으로 치솟았다.

계단은 정상까지 수시로 나타났고

계단의 높이는 보통 25~30cm로 높고 가팔라

어떤 곳은 정강이가 계단에 닿을 정도여서

스틱을 쓰지 못하고 난간을 잡고 올라야 했다.

 

계단이 아닌 곳도 무릎이 발끝 밖으로 많이 벗어났다.

무릎이 발끝 밖으로 많이 벗어난다는 것은

발목관절의 각도가 현저하게 좁아지면서

아킬레스건과 비복근 같은 종아리근육에 강한 텐션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거기다 계단이 높아서 허벅지근육

즉 대퇴사두근까지 펌핑이 오는 것 같았다.

 

돈내미재에서 구봉산 정상 아래 전망대까지 40분이 걸렸다.

데크는 제법 널찍하다.

솔로 텐트 2~3개는 충분할듯하다

바닥은 테크 위에 타이어 고무를 박아놨다.

전망은 8개의 봉우리와 용담댐을 조망할 수 있지만

나무가 일부 가린다.

좋은 점은 오후에 그늘이 일찍 생긴다는 것과 바람을 막아 줄 수 있다는 것.

 

배낭을 데크에 내려놓고 바로 뒤 작은 암봉에 올라서 조망을 살폈다.

이곳에서도 일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 같이 산을 다니는 후배가 이곳에서 텐트를 쳤었다.

 

정상까지 오르기로 했다.

이곳에서 잠깐일 것 같던 정상이 쉽지 않았다.

급한 계단이 연속됐고 계단이 아닌 곳도 경사가 정말 셌다.

돈내미재에서 정상까지 쉬지 않고 보통 40분 걸린다는데

거리로 0.5km 고도차 250여 미터를 1시간이 걸렸다.

(정상 아래쪽 전망대에서 정상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사실 산행 시간은 매우 주관적이다.

같은 거리를 기준으로 해도 사람마다 다르고 배낭 무게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진다.

산행기를 찾아보니 이 구간이 주차장에서 8봉까지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구간이라고들 한다.

 

정상에 도착하자 비는 거의 그쳤다.

천둥소리만 가끔 요란하게 들렸다.

널찍한 정상 데크는 젖어있다.

잠시 조망을 즐겼다.

정상이지만 조망이 그렇게 시원스럽지는 않다.

키가 커버린 나무들이 군데군데 시야를 가렸고

서쪽과 북쪽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구봉상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내려간 산줄기는

구봉산의 9개 봉우리 중 8개는 연속 이어져 있고

정상인 9번째 봉우리만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데

고도도 250m정도 차이가 있어서

별도의 산처럼 느껴지고

나머지 8개의 봉우리들은 왜소해 보였다.

 

텅 빈 데크의 한가운데에 텐트를 쳤다.

평일 비 오는 날에 누군가가 정상까지 올라 올 가능성은 없다.

비가 온 뒤라 눅눅했고 해가 지자 금방 이슬이 내리기 시작했다.

짐을 정리해서 텐트 안에 넣어 두고 의자와 탁자만 펴뒀다.

삼각대를 펴서 랜턴 걸이로 사용하고 식탁에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리엑터를 켜서 라면 팬에 1회용 스테이크와 귤 하나를 까서 같이 구웠다.

반찬은 볶음 고추장이다.

스테이크를 잘라 튜브 고추장을 짜서 발라먹었다.

산행 중에 영양바를 하나 먹고

도착해서 땅콩 쿠키를 먹었더니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작은 스테이크 하나로도 저녁 식사가 충분했다.

 

구름 사이로 반달이 보였고 가끔 별도 보였다.

새들은 천둥소리에 겁을 먹었는지 울음마저 그쳤고

바람은 갈 길이 바쁜지 소식이 없다.

어쩌다 나방 한 마리가 랜턴에 노크만 하고 떠나갔다.

완벽한 고요다.

산행 중에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소리도 냄새도 없었다.

인간계를 벗어나 온전히 자연계에 든 것이다.

아직은 수행이 부족해 선계는 들지 못하지만

잠시라도 자연의 일부라 되는 것 만으로 축복이다.

 

밤이 깊어졌다.

호기심 많은 반달만 뭐가 궁금한지 가끔 구름 사이로 날 훔쳐봤다.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로 재즈를 들으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맡겼다.

외로워야 사물이 선명해지고 삶을 온전히 직관할 수 있다.

외로움이 커진다는 것은 그리움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그리움이 많아지면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에게 감사해지다가

아내의 잔소리까지 그리워진다.

가끔은 이런 자발적 외로움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10시경 잠자리에 누워 금세 잠들었다 깼는데 12시 조금 넘었다.

별 사진을 담을까 해서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반달이 서쪽으로 약간 기울었지만 아직 중천에 떠 있다.

다시 잠을 청했는데 반수면상태다.

두 시에 다시 일어나 밖으로 나와서 8개의 봉우리를 내려다봤다.

아래쪽에 운해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대기는 여전히 탁하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누웠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 알람이 울려 일어났다.

바로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옅은 주황색 띠가 횡으로 짧게 보였다.

8개의 봉우리 주변은 구름이 둘러싸고 있지만

대기는 탁하고 먼 하늘 끝은 거무티티한 구름층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바랬던 상황은 아니다.

 

카메라를 챙겨서 어제 내려가서 확인한 촬영 포인트로 200여 미터 내려갔다.

정상 데크에서는 8개의 봉우리가 동북 방향으로 일직선에 가깝게 뻗어 있고

높이 차이로 너무 작아 보이는데

천왕사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8 봉우리를 횡으로 볼 수 있고

고도 차도 조금 줄일 수 있어서 촬영하기 더 알맞은 포인트다.

삼각대를 펴고 몇 컷 찍었는데

 8 봉우리 위쪽으로 높게 형성됐던 약간의 아침놀이 금세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대기가 탁해 사진은 선명하지 않았다.

해는 일출시간을 15분 정도 넘겨서 떠올랐다.

그만큼 먼 산 위로 구름층이 높게 형성돼 있었다는 증거다.

일출 시 방위각은 60도 정도로 구도상  태양의 위치는 괜찮아 보였다.

 

일출 시 운해가 있고 대기는 맑으며 노을이 붉은 좋은 상황을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부합되어야 한다.

경험상으로는 습도가 높고 일교차는 심해서

새벽 찬 공기가 습도 가득한 구름을 위로 뜨지 못하게 눌러 줘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바람 있어야 운해에 생동감이 생겨난다.

노을은 아주 맑은 날보다 구름이 많은 날이 더 좋다.

이렇듯 사진 찍기 좋은 날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더 높은 산으로 오를수록 확률이 높아진다.

지리나 덕유, 설악 같은 곳이 그래서 좋은 사진이 많고

알프스나 히말라야는 더 좋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뭔가를 항상 빠트린다는 것이다.

 

다시 정상 데크로 올라갔다.

물을 끓이고 탁자에 사과 1개와 구운 달걀 2,

작은 햄버거형 샌드위치를 꺼내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커피를 내리려고 준비를 하는데 드리퍼가 없다.

출발할 때 3번이나 다시 돌아가 빠트린 물건을 챙겼는데 결국 드리퍼를 빠트렸다.

~ 종종 있는 일이다.

어떤 날은 그라인더를

어떤 날은 버너를 두고 온 적도 있어서 놀랍지도 않다.

드리퍼 대신 드립 페이퍼를 컵에 직접 씌우고 커피를 넣어 드립했다.

맛은 괜찮다.

아침 식사로는 적당한 양이다.

 

아침 음악은

내 원픽 뮤지션으로 한국 100대 명반 7위에 올라 있는 산울림 2집 앨범이다.

산울림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0위 안에 2개의 앨범이 들어 있는 유일한 뮤지션이다.

평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산울림의 데뷔는 파격적인데,

이는 전대 뮤지션들과의 음악적인 연결고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미권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그다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고,

특히 1~3집에서 보여준 퍼지톤 기타와 오르간의 독특한 어울림과

그 안에서 형성되어 나오는 그루브는 이전에도 없었지만 이후에도 찾기 어렵다.”

한마디로 갑자기 새로운 종이 나타난 것이다.

(산울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제대로 이야기 해보고싶다) 

 

식사를 하면서 간간이 내려다봤다.

구름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진다.

상상하는 그림이 있어서 그 무거운 400mm 렌즈까지 들고 왔다.

 

식사를 끝내고 눅눅함을 걷어 내기 위해

텐트 안의 물건들을 모두 꺼내 데크의 의자와 매트리스 위에 꺼내놨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텐트는 통째 들고 물기를 털어서 말렸다.

짐을 말리는 시간에도 배낭에 짐을 꾸리는 틈에도

틈틈이 아래 상황을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렌즈도 400mm24-12mm를 바꿔가며 촬영했다.

 

다행히도 잠깐이지만 구름이 8개 봉우리를 감싸고

일부 봉우리들만 보여주면서 대기도 깨끗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일출 후 한참이 지난 시간이라 색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찰나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텐트가 조금 덜 말랐지만 배낭을 꾸려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은 어제 올라온 길 대신 천황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에서 바랑재까지(삼거리)까지는 능선길이다.

중간에 구봉산을 배경으로 촬영 가능한 포인트가 3곳 정도 더 있었다.

모두 확인하며 내려왔는데 주관적으로 가장 좋은 포인트는 가장 아래쪽 포인트다.

8개 봉우리와 고도가 거의 비슷해지는 곳인데

거리감도 크지 않고 8개 봉우리가 횡으로 확실해져서

정상 쪽에서 찍는 것보다 훨씬 입체감이 있다.

 

바랑재에서는 이정표가 세 곳을 가리킨다.

하나는 내가 내려온 구봉산 정상 방향,

하나는 천황사 방향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내려갈 구봉산 주차장 방향이다.

주차장 방향은 내가 올라올 때 차량으로 지나친

교회 바로 근처로 하산하는 길이다.

 

이곳 하산길도 경사가 쉽지 않다.

바람재에서 바로 갈지자로 내려오기 시작해서

중간에 에스자로 내려오다 다시 갈지자로 내려간다.

경사가 급하다는 근거다.

경사가 급해서 금방 내려갈 것 같았는데

바람재에서 시내산 교회 들머리(별장 같은 집)까지 쉬지 않고 내려왔는데 50분이 걸렸다.

정상에서부터 소요 시간은 1시간이 넘는다.

 

배낭을 근처 별장 대문 옆에 세워두고

임도를 따라 어제 파킹해 둔 차량이 있는 곳까지 1.1km를 걸었다.

편한 길이라 12분 걸렸다.

배낭도 없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조금 빠른 걸음에도 힘들지 않았다.

차를 가지고 내려와 배낭을 싣고 3분 거리인 구봉산 주차장에 들러

등산로 안내판을 보면서 구봉산 전체적인 개념을 확인했다.

 

건너편 편의점 카페에 들러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서 전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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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일시 : 2022-06-09 ~ 10(1박 2일)

- 박지 : 구봉산 정상 데크

- 코스 : 시내산 교회 - (임도길을 차량으로 1.1km) - 안내 표지판(돈내미재로 오르는 들머리) - (1.1km)돈내미재

             - (0.5km) 구봉산 정상 - (0.5km) 바랑재 -(1.5km) 시내산 교회 - (1.1km) 안내표지판 들머리

- 총 거리 : 4.88km

- 고도차 : 723m

- 특이사항 :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은 편. 렌즈는 기대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24-120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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