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향을 품은 커피 향이 소란한 방안에 안개처럼 가득 퍼졌다.
잠을 잔 듯 못 잔 듯했는데 커피 한잔이 후각과 미각을 자극해
한순간에 아침이 선명해졌다.
티 타임이 끝나고 등반 장비를 챙겨 배낭을 꾸려뒀다.
송추미가 식당 바로 옆 들머리에서 8시 20분에 출발했다.
오봉 릿지 등반 시점까지 어프로치는 3.2km,
표고차는 500m 정도다.
모두 급하지 않게 느긋하게 걸었다.
중간 조망 좋은 곳에서 잠시 쉬면서 완전한 가을 하늘 아래로 보이는 서울과 주변 도시,
그리고 주변의 산을 가늠해보며 수다를 떨고
들머리에서 1.9km 정도’ 고도 500m 위치한 여성봉에 올라 사진을 찍고
야한 농담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했다.
오봉 릿지 들머리에는 여성봉에서 30분을 더 올라 도착했다.
2022-09-03 도봉산 오봉
잠시 쉬면서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먼저 중화가 들머리로 진입해 2봉을으로 넘어가는 약간 경사가 있는 슬랩 구간을 내려가고
뒤이어서
나도 내려 왔는데 릿지화가 미끄러워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이후부터는 미끄러질 수 있어서 자일을 설치한 후 나머지 회원들은 안전하게 내려왔다.
중화가 2봉우리를 좌측으로 트래버스 해서 돌아가는 길에 자일을 설치했다.
자일에 확보줄 만 걸고 트래버스 해서 돌아 나와 다음 봉우리로 건넌다.
나는 먼저 건너와 적당한 자리를 잡고
2봉 감투바위 모퉁이를 돌아 건너는 순간들을 촬영했다.
한 사람 한 사람 건널 때마다 무심한 표정도 담고
멋지게 포즈를 취해 주는 모습도 담았다.
모퉁이를 돌아 잠깐 안부로 내려서다 몇 미터 올라가면 3봉이다.
3봉은 20여 명이 서있을 만한 널찍한 마당 바위로 하강 포인트가 두 곳이 있다.
먼저 3봉으로 건너온 회원들이
마당바위 위에 뜬금없이 놓여 있는 작은 배처럼 생긴 바위 위에 올라가
다양한 자세와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여기서 첫 번째 하강을 한다.
한 곳은 다른 팀이 하강 중이어서
우리는 오픈북 형태로 깊은 크랙이 있는 나 있는 곳으로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두 번째로 하강을 해서 건너편 4봉 바위 턱에 바로 자리를 잡고 하강하는 회원들 사진을 찍었다.
높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흘러가며 완전한 가을이 되었음을 알려 주는 듯했다..
시야도 좋아서 멀리 서해바다가 어렴풋이 보였고
바로 동쪽에 도봉산 자운봉과 선인봉이 보이고
남서쪽으로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숨은 벽과 귀 바위도 훤히 보였다.
많은 인원이 같이 하는 릿지 등반은 쉴 시간이 많아서 좋다.
특히 오봉처럼 시야가 트여 조망권이 확보되는 곳은 더욱 좋다.
거기다 날씨마저 환상적이고 회원들과 게스트로 참여한 울산팀도 모두 유쾌하다.
너무 많은 인원이 움직여서 안전에 관한 사항들이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다들 크로스 체크해주고 스스로도 안전장치를 확인하면서 등반한다.
그래도 실수는 항상 나온다.
나도 론린락을 자일에 끼우고 잠금 비너를 채웠는데
한쪽이 제대로 닫히지 않을걸 등반 직전 이선배가 체크해 줘서
비너를 다시 끼우고 잠갔다..
항상 조심해도 실수를 한다.
등반이라는 다양한 상황과 변화 속에서
추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를 생각하자
하강은 대부분 순조롭게 했는데
박 선생이 너무 겁을 먹어서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고 어렵게 하강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직하강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일반 등산도, 암벽등반도, 릿지 등반 같은 멀티피치 등반도
아무런 생각 없이 남을 따라만 다녀서는 안 된다.
항상 내 위치와 여러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대비는 고수가 아닌 초보자도 충분히 가능하다.
선등자가 추락하면 어떤 상황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실수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잠깐만 생각해보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하강을 마친 후 짧은
크랙과 슬랩으로 이루어진 10여 미터를 용하가 올라가 자일을 깔았다.
중화가 다음에 올라가 확보를 보거나 중간 자일 유통 등을 확인하며 등반자들을 도와줬다.
짧은 구간이라 다들 어렵지 않게 올라와
그늘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용하가 뜀바위 구간을 넘어가서 마당바위 같이 넓은 곳에 확보물을 설치했다.
이곳은 어려움은 없지만 커다란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흐르는 슬랩을 5m 정도 내려간 다음
건너편 바위로 다리를 벌려 딛고 건넌 다음
비스듬하게 올라가는 슬랩으로 올라선다.
휙스한 자일에 확보 줄의 카라비너를 통과시켜서 안전을 확보하고 건너지만
그래도 공포감은 어쩔 수 없는 듯 건너는 회원마다 긴장 반 웃음 반이다.
이미 건너온 회원들은 건너야 하는 회원들을 보며 한 마디씩 하면서 즐거워하고
건너야 하는 회원들은 다리 짧으면 어떻게 건너야 하냐고 긴장된 표정으로 소란스럽다.
그렇게 하나 둘 한바탕 소동 같은 시간이 지나 모두 뜀 바위를 건너고
10m 정도 다시 현수하강해서
좁은 그늘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김밥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다음은 4봉과 5봉 사이에 있는 암봉으로
크랙과 슬랩으로 이루어진 10m 정도의 루트를
용하가 선등 한 후 자일을 휙스 시켰다..
나는 자일에 론린락을 끼우고 등반했다.
어려운 구간은 아니어서 모두 금방 올라왔다.
이 바위는 암봉 위에 커다란 감투 같은 바위를 올려놓은 형상인데
미끄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여기서 30여 미터 오버행 하강이 있다.
하강 볼트에 두 동의 자일을 연결해 자일을 내리고 한 사람씩 한 줄 하강을 시작했다.
나도 하강해서 사진을 담기 위해 아래 쪽 바위 턱에 자리를 잡고
허공에 떠서 내려오는 회원들을 담았다.
가을 하늘을 걷다
파란 가을 하늘에 다양한 모양의 흰구름 몇 조각이
먼바다를 지나가는 배처럼 흘러가고
서울 시내의 빌딩들과 삼각뿔 모양의 인수봉이 백그라운드가 되어주는
기울어진 커다란 바위 위에서 회원들이 하나둘씩
허공에 뱀처럼 흐늘거리는 자일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은
아찔하게 아름답고
두렵도록 창의적이며
곡예를 부리듯 급강하하는 새처럼 자유롭고
하늘을 걸어 내려오는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출발지점의 꼭대기에서 작은 점으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며 순식간에 커지는 모습과
기울어진 바위에서 행해지는 아찔함과
파란 가을 하늘을 자유롭게 걸어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포커스를 맞췄다.
사진은 촬영자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피사체가 만들어진다.
사진이 목적이면 자리를 몇 번 옮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 봤을 것이다.
그랬으면 창의적인 사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소도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곳이고
사람도 다 다른 사람들이며
아래쪽에 다른 촬영자들이 있어서 그냥 한 곳에서 비슷한 사진들로 사진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부터인지 사진에 대해 나태해졌고
그 나태함이 상상력 빈곤을 불러왔다.
그래서 요즘 내 사진은 다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박 선생은 용하가 같이 내려오면서 두려움을 조금 극복하고 무사히 하강했다.
모두 하강을 마칠 무렵 60m 하강을 해야 하는 5번째 봉우리를
용하가 선등 해서 자일을 휙스 시켰다..
초입에 짧은 크랙을 지나 50도 정도 경사의 슬랩을 30m 정도 오르면 등반이 끝난다.
휙스 된 자일에 등강기를 끼우고 등반해서 배낭을 풀고
카메라 렌즈를 광각으로 바꾼 후 등반하는 회원들 사진을 마지막 회원까지 다 찍었다.
그리고 하강을 시작하기 전 서울 시내와 인수봉을 백그라운드로 단체 사진을 찍고 60m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중간쯤에 하강했는데 튜브 하강기로 외줄 하강했는데도
줄이 잘 빠지지 않아서 힘들었다.
하강을 마친 뒤 장비를 정리하고 하강하는 회원 사진을 몇 컷만 찍었다.
모두 무사히 등반을 마쳤고 장비를 정리하는 대로 700m 정도의 산허리를 트래버스 해서
어프로치 했던 등산로로 나온 뒤 하산했다.
하산은 문영이와 박 선생과 함께 가장 마지막에 시작했고
등산로까지 나온 후로는 이선배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하산했다.
하산을 마치니 저녁 예약을 해둔 5시 30분이 다 되었다.
먼저 하산한 회원들은 샤워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하고 다른 회원들 식사하는 동안 올라가서 샤워를 했다.
식사 시간 무렵에 혜경 선배와 미연이가 왔다.
저녁 식사는 2층에서 우리들만 따로 자리를 마련되어 있어서
다른 손님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보니 뒤풀이가 거해도 상관이 없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올라가 샤워를 한 뒤 커피 한잔 내려서 다시 합류했다.
그동안 다들 맥 산악회 회원들, 한국산악회, 그리고 또 다른 게스트들까지
인사 소개를 하고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한꺼번에 20명이 한 루트에 붙는 것은
권장할 만한 등반 형태는 분명 아니다.
집중력 저하로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피치마다 등반 시간이 길어져서 다른 팀들에게 민폐가 된다.
다만 항상 이런 등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서울 원정(?)이다 보니 만들어진 자리다.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한두 번 봤던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고
등반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재주를 만나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결국 등반도 사람과의 만남이다.
나도 간단하게 인사하고 올라와 잠깐 쉬다가
태철이와 박 선생과 함께 어제 정원만 둘러보고 온 ‘헤세의 정원’에 들러
커피와 맥주를 시켜 한 잔씩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일부는 술자리가 끝나고 일부는 술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다들 참 잘 놀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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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 릿지
접근로 : - 우이동 우이암 매표소 출발 - 2시간 정도 소요
- 송추계곡 송추미가 옆 등산로 시점 - 1시간 30분 소요
등반 난이도 : 5.7~5.8
바위 형태 : 화강암의 슬랩과 일부 크랙
등반 형태 : 슬랩과 일부 크랙
하강 : 5봉에서 하강할 경우 60m 자일 두 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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