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9 ~20 대둔산
오전에 백패킹 준비를 했다.
아내와 캠핑 다닐 때 쓰려고 새로 구입한 '엑스패드 오리온2 익스트림' 텐트를
처음으로 필드에서 사용해보려고 한다.
일단 무게를 체크해 봤더니 그라운드시트 포함하여 3.7kg이다.
1인 백패킹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텐트다.
이 텐트는 캠핑용이나 백패킹용 이라기 보다 알파인 등반용이다.
스킨 재질도 일반 백패킹용보다는 두껍고 무거우며 크기도 크다.
높이도 높고 넓이도 더 넓다.
-사용 인원 : 2인
- 사이즈 : 215 x 125 x 125(이너텐트)
- 전체 사이즈 : 310x230x140(베스티블 공간 포함)
-무게 : 3.2(그라운트시트 포함 3.7kg)
-3개의 폴을 사요하는 자립형 텐트
-최소 6개의 팩다운이 필요하다.
-도어는 양쪽에 2개가 있고 2중 레이어드 캐노피 도어로 메쉬와 패브릭 패널로 되어 있다
-내부는 메쉬 포켓과 천정에 기어 로프트가 있어서 짐 정리에 편하게 되어 있다.
- 이너텐트를 제거하면 쉘터로 사용 가능하다.
백패킹 용도로만 보면 어떤 장소에 사용 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무게를 재외하면
공간 활용과 휴식, 거주성, 좌식 생활, 바람에 대한 안전성 등에서
거의 완벽한 텐트다.
단점은 역시 1인이 사용하기에는 무겁고 부피도 크다.
알파인 등반용이나 미니멀 캠핑 또는 동계 2인용 백패킹에 적합하다.
일단 다른 무게를 줄여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카메라 장비 무게는 삼각대 포함 5kg으로 줄이지는 못하고
커피 드립 용품 중 그라인더를 빼고 분쇄된 커피를 준비했다.
드립 서버,리엑터 버너도 뺐다.
대신 경량 1인용 코펠 1개에 비상용으로 구입해둔 msr 미니버너와
230ml용 가스를 코펠 안에 넣었다.
저녁 식량으로 컵반과 작은 스테이크 하나,
아침식으로 사과 1개, 바나나빵 2개 귤 3개, 물 2리터,
경량 다운 재킷과 얇은 오버 트라우져,
그리고 몽벨 #2 허바허바 침낭, 헬리녹스 제로 의자, 에어메트리스, 반고 간이 식탁까지..
배낭은 클라터 뮤젠의 55리터 롤탑을 사용했는데 장비를 충분히 수용했다.
패킹한 후 전체 무게는 딱 20kg이다.
산행 시간이 1시간 정도니 적당한 무게다.
동계에는 배낭과 침낭 무게만도 3kg 정도 더 늘어난다.
태고사 광장에서 4시 23분에 출발해서
낙조산장 주변 동쪽 암봉까지 1.2km를 쉬지 않고 걸었더니 57분이 소요됐다.
칠성봉 쪽으로 갈까도 생각해 봤는데 일출 시간이 6시 18분이고
그 시간 일출 각이 85도 정도여서 동쪽 능선에 텐트를 치기로 하고 텐트를 펼쳤다.
오리온 2를 치기에는 장소가 약간 비좁아서 한 모서리는 팩 다운을 하지 못하고 작은 돌에 묶었다.
태풍 영향으로 강풍이 불었는데 암봉 바로 아래여서 일부 동남풍을 막아 줬다.
짐을 정리해서 텐트 안에 넣고 의자와 탁자를 펴서 먼저 커피를 내렸다.
집에서 출발할 때 한잔 마셔서 숙면을 위해서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양평과 논산 방향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자니 한잔 안 할 수가 없었다.
산정에 앉아 느긋하게 홀로 낙조를 즐기며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해가 지자 금방 추워졌다.
하늘에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바람은 몇 분 간격으로 암봉 옆구리를 타고 들어왔다.
탁자를 텐트 안으로 옮기고 의자를 접었다.
바위에 올라가 텐풍 사진을 몇 컷 찍는데 때마침 까마귀들이 서쪽 하늘에서 집단으로 에어쇼를 펼쳐준다.
저녁 식사는 텐트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작은 렌턴을 텐트 천정에 걸고 미역국 컵반을 데우고 스테이크를 제로그램 라면 펜에 구웠다.
계단으로 이루어진 등산로를 한 시간 올랐으니
단백질을 보충해 줘야 하는데 스테이크 한 조각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정리한 뒤에 밖에 나와 보니
카시오페아 자리가 선명하게 약간 동북 방향으로 머리 위로 높게 떠 있다.
(바람이 불고 장소가 협소해도 사진을 찍었어야 한다)
아래쪽 대기는 조금 탁한데 하늘은 더없이 맑아서 별들이 많이 보였다.
아쉬운 것은 산이 높지 않다 보니 주변 도시와 마을 불빛들이 너무 환해서 빛 공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별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바람세기가 강했고 빛 공해도 심해서 포기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카페인의 각성 효과로 반수면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밤새 몇 분 간격으로 텐트를 흔드는 바람과 카페인 효과로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텐트 문을 열어보니 벌써 날이 밝아 온다.
밖으로 나와 먼저 암봉으로 올라가 동쪽을 확인하니 운해는 없고 아래쪽 대기는 탁했다.
사진은 틀렸다.
아침 놀도 조금 붉어지는 듯하더니 금세 사라졌다.
그래도 기록용 일출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사진가 한 분이 올라오셨는데 카메라도 꺼내지 않고 바위에 앉아 물만 마시고 내려가셨다.
텐트 쪽은 아직 빛이 들지 않아서 의자를 펴고 탁자를 꺼내서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사과를 깎고 빵을 접시에 담고 커피를 내셨다.
간단한 식사다.
멀리 탑정호가 손바닥만 하게 보였는데 출렁다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식사를 마칠 무렵 볕이 들기 시작했다.
남은 물을 끓여 홍차를 우려 마셨다.
까마귀들이 이번에는 동쪽에서 한바탕 에어쇼를 펼치더니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이른 시간이라 마천대까지 1km 정도 다녀와도 되는데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밤새 바람 때문에 텐트가 많이 젖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물기가 조금 있어서 팩을 제거한 후 돌려가며 텐트를 조금 말렸다.
9시가 안 돼서 모든 짐을 정리해서 배낭에 패킹하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 오는 길은 쉽다.
계단에 이슬이 조금씩 있어서 미끄럽기는 했지만 29분 만에 태고사 광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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