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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대둔산

by akwoo 2022. 10. 31.

 

북동방향 능선으로 구름이 넘어 들어왔다. 오른쪽 배티재 불빛이 별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된다.

 

 

 

칠성봉 위 마당바위에 친 텐트. 오른쪽으로 북두칠성이 선명했다.

 

 

 

새벽이 아니라 밤 12시 경에는 상황이 어땠을까?

 

 

 

단풍은 말라서 볼 품이 없었다.

 

 

 

절벽 위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날씨가 따듯해서 운해가 위로 떠올라 시야가 뿌옇다.

 

오후 2시에 출발하여 태고사에 4시에 도착했다.

바로 출발했다.

패킹 무게는 가볍다.

작심하고 무게를 줄여봤다.

일단 광각렌즈를 빼고 24-120 렌즈 하나만 가져간다.

삼각대는 네팔 가면서 마운틴용으로 새로 구입한 중형 레오포토 아테나다.

커피 드립용구를 다 빼고 드립백 2개를 챙겼다.

이렇게 하면 2kg ~ 3kg이 준다.

( 어떤 삼각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1kg 정도 차이가 있다)

 

엠버튼 블루투스 스피커는 무거워도 챙겼다.

식량은 에너지바 2, 에너지 젤1, 귤 작은 거 4, 사과 1, 함박스테이크 작은 것 1, 컵반 1. 2L.

식기류는 1인용 티타늄 포트 1, 제로그램 팬 1개, 컵 1개 시에라 컵 1개, 보울 2개.

버너는 리엑터를 빼고 초소형 MSR 포켓로켓 버너, 가스 110ml 1.

침낭은 몽벨 #2

매트리스는 씨투써밋 울트라 라이트 에어메트.

텐트는 제로그램 엘찰텐 제로본1.5P

기타 헬리녹스 제로 의자, 반고 좌식 테이블,, 렌턴 1, 핫팩1개.

배낭은 클라터뮤젠 라이도 55

최종 무게는 18kg.

평상시 보다 3~5kg 정도 줄였다.

 

오랜만에 네팔 쿰부 히말라야를 다녀왔더니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에 와있다.

태고사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길에도 가을이 듬뿍 묻어있었다.

태고사에서 오르는 길은 낙조대 능선까지 거리로는 900m

표고차는 300m 정도다.

우리나라 보통의 산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보면 된다.

처음부터 계단이다.

여름에는 꽤 땀을 많이 흘려야 하는 길이다.

단풍은 벌써 시들고 있었다.

가뭄 때문에 말라서 단풍잎 끝이 말려들어 예쁜 모습은 아니었다.

등산로에도 벌서 낙엽이 수북이 쌓였고

 갈잎이 붉거나 노란 단풍잎과 섞여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고와 보이기도 했다.

배낭이 가벼우니 능선까지 40분이 채 안 걸렸다.

 

낙조산장 정동 쪽 능선 아래, 암릉 지역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칠까 하고 가봤더니

이미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400m 정도를 마천대 쪽으로 진행해서 칠성봉으로 옮겼다.

칠성봉에 배낭을 내려두고 주변을 살펴봤다.

바로 옆 바위 아래로 내려가면 텐트 사이트가 3곳 정도 있는데

한 곳은 플라이빗 사이트여서 그곳에 칠까 하다가

새로 산 텐트 풍경 사진도 찍을 겸 해서 칠성봉 마당바위 위에 텐트를 쳤다.

팩 다운할 곳이  두 곳 밖에 없어서 나머지는 주변에서 돌을 주워 묶어서 고정했다.

밝은 노란색 텐트가 암봉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도 괜찮았다.

텐트를 치고 나자 금세 어두워졌고 약한 바람에도 추위가 느껴졌다.

얇은 우모복을 꺼내 입고 비니를 썼다.

 

배가 고팠다.

바로 탁자와 의자를 펴고 식사 준비를 했다.

먼저 함박스테이크를 팬에 구웠다.

바람이 조금 있어서 버너 효율이 떨어졌다.

이럴 때는 역시 리엑터가 최고다.

스테이크를 구운 후 물을 끓이고 햇반과 미역국 소스를 함께 넣어 미역국밥을 만들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니 하늘에 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산정에서 홀로 즐기는 가을밤과 잘 어울리는 재즈를 틀고

적당한 볼륨을 맞춘 후

마리아주 플레르의 러브스토리 홍차를 한잔 우려서

렌턴을 끄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바위 주변을 서성거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이 없어서 하늘은 별이 많아졌다.

 

습도는 없다.

텐트에 물기가 하나도 맺히지 않았다.

별 사진을 찍을까 하다 동남 방향의 한곳에서 빛 공해가 심했다.

저번에 왔을 때도 북쪽 능선상에서도 그 밝은 빛으로 눈이 부셨었는데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대둔산은 고도가 낮아 주변 불빛이 환하게 보여서 별사진 찍기에는 부적합하다.

 

약간 한기가 들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미니멀웍스 텐저린 보다 훨씬 넓어서 편하다.

바람도 거의 없어서 텐트가 흔들리지도 않았고 평일이라 주변에 사람도 없어서 고요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누워서 음악을 들으며 잠들었다.

 

 

4시에 일어났다.

밖에 나와 보니 별은 가득한데 날씨는 포근했다.

어스름 빛으로 동쪽 방향에 운해가 끼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북쪽 능선에서 동쪽으로 흐르다

북동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산줄기 사이로 운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타고 넘어오는 모습도 보였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바로 아래로 내려가 조금 낮은 옆 봉우리에 삼각대를 펼치고 별 사진을 몇 컷 찍었다.

능선으로 흐르는 운해 사진도 찍고 텐트 풍경도 별과 함께 찍었다.

춥지 않아서 좋았다.

 

편하게 일출을 기다리며 간간이 별 사진을 찍고 있자 사진가들이 하나둘씩 랜턴을 켜고 오기 시작했다.

대둔산 능선은 포인트가 많다 보니 사진가들도 제각각 자기가 좋아하는 포이트를 찾아간다.

두 분은 내 텐트가 있는 칠성봉 소나무로

혼자 오신 한 분은 내가 담는 곳을 지나 20여 미터 떨어진 돌출된 곳으로 가셨다.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들이 뜨면서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오늘도 좋은 사진을 얻기에는 틀렸다.

그래도 해가 뜰 때까지 사진을 찍고 칠성봉으로 돌아와 사과와 커피 구운 달걀 1개로 아침 식사를 했다.

날씨와 습도 등을 고려해서 왔지만 사진은 건진 것이 없다.

이번에는 날이 따뜻한 것이 문제다.

이슬이 없으니 텐트를 말릴 필요가 없어서 바로 짐을 싸서 출발했다.

배낭은 더 가벼워졌다.

물과 식량을 다 소비했으니 최소한 3kg이 줄었다.

가볍다.

태고사까지 천천히 걸었는데도 35분밖에 안 걸렸다.

 

이제 겨울에나 다시 찾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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