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23-03-30 ~ 03-31(1박 2일)
들머리: 주작산 자연휴양림 상단 임도주차장
산행코스: 휴양림 상단 임도주차장- 작천소령- 정자삼거리- 오소재 방향 암릉
- 408봉 - 424봉 다음 봉우리 (회귀)- 408봉 - 정자 삼거리 - 작천소령 - 임도 주차장
산행종류 : 백패킹
날이 흐리고
미세먼지가 많아서 하늘은 불투명 필름이 발라진 창문 너머로 보이듯 탁했다.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 금강산 세존봉 스몰버전이네'였다.
2006년 겨울 무릎까지 쌓인 눈을 뚫고 올랐던 금강산 세존봉 주변의 다양한 암석들이
갑자기 오버랩 됐다.
휴양림 가장 위까지 올라가 임도 주차장에 파킹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코스는 작천소령 - 오소재 방향
작천소령에서 오솔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주작산 주봉과 오소재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있는 정자가 있다.
잠깐 올랐는데 더워서 정자에 배낭을 내리고 아우터를 벗어서 배낭에 넣었다.
정자 주변에는 진달래가 사방으로 피어있었다.
오소재로 향하는 길은 봉황의 오른쪽 날개에 해당되는 구간인데 암릉구간은 거칠어서 공룡능선으로 불린다.
이 구간은 많은 암봉을 계속 업 다운 하며 가는 길이라 군데군데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고
간혹 작은 바위틈으로 길이 이어지고 급경사의 바윗길을 오르내려야 해서
박배낭을 메고 걷기는 쉽지 않다.
크지 않은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자 4시 34분이다.
파킹하고 출발해서 24분 정도 걸렸다.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사진가와 드론 촬영하는 사람들이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하산을 하고 몇몇만 작천소령 쪽을 향하여 내려오고 있었다.
암봉에 올라서자 남서방향으로 길게 뻗은 능선에 높낮이가 다른 수많은 암봉들이
사열하듯 종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그 능선 끝에는 해남의 가연봉과 두륜산, 대둔산, 투구봉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었다.
암릉은 흰 암석으로 무등산 입석대의 주상절리처럼 여러 개 기둥이 겹쳐 있기도 하고
침봉처럼 뾰족한 모양과 가로로 크랙이 가서 바위를 겹쳐서 쌓아둔 것 같은 형태 등
다양한 바위군락으로 이루져 있었다.
그 수많은 바위 들와 암봉들 사이에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며 곳곳에 피어 있었다.
길은 대부분 바위 위로 나 있다.
두 번째 봉우리는 조금 더 높았다.
밧줄을 잡고 내려서 안부를 지나 세 번째 봉우리로 올라섰다.
길은 봉우리 바로 아래로 지나 다시 네 번째 봉우리로 내려간다.
내려가기 직전에 왼쪽으로 작은 길이 있어 정상으로 올라가 봤는데
작은 텐트 1동 칠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일단 찜해두고 더 진행해 보기로 했다.
계속 업다운을 반복하며 봉우리를 지나는 동안 텐트 사이트는 찾지 못했다.
길은 업다운 길이가 길지는 않았지만 경사가 심했고 거칠었다.
어떤 곳은 바위틈이 좁아서 배낭을 내리고 통과해야 했다.
경사가 심하면 관절의 가동 범위가 커진다.
특히 고관절과 무릎관절의 가동 범위가 커졌다.
오랜만에 햄스트링도 팽팽하게 당겨졌다.
모바일 폰으로 사진도 찍고 주변도 살피며 암봉들을 지나다 보니 두 시간이 흘렀다.
날이 곧 어두워질 시간이고 텐트 사이트 더 이상 없었다
돌아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오른 암봉이 꽤 높았는데 오소재 쪽으로 3~4개의 암봉이 더 남아 있었고
암릉 구간의 70퍼센트 정도를 온 것 같았다.
거리로는 1.8km 정도.
시간은 2시간이 소요됐다.
(소요시간은 사진촬영 시간이 포함된 시간이다. 빠르게 걸으면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다)
조심스럽게 돌아서 왔던 길을 되짚어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1시간을 되돌아가 지나올 때 텐트 사이트로 찜해둔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오소재 방향으로 진행할 때 마주쳤던 백패커가 이미 비박색을 설치해 두고 바람을 피해 앉아 있었다.
난감했다.
더 이상 진행하기도 무리고 이곳이 능선 양쪽으로 사진 찍기도 적당한 곳이어서 비박색 옆에 바위에 걸쳐 텐트를 쳤다.
팩 다운은 두 곳만 하고 나머지 4곳은 확장줄을 이용해서 나뭇가지나 돌을 주워다 고정했다.
다행히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서 손쉽게 텐트를 쳤다.
텐트를 치고 나니 7시 30분.
먼저 와 있던 백패커 분이 피곤해서 일찍 잔다고 비비색 안으로 들어갔다.
아~ 저녁 식사 해야는데......
밖에서 식사한다고 소란 피우기 그래서 텐트 안에 미니 탁자를 펴고
라면팬에 물과 햇반, 미역국을 넣어 조리를 했다.
스토브 소리는 어쩔 수 없다.
초저녁이니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스테이크도 준비하지 않고 식량도 탁자도 매트리스도 미니멀로 가져왔다.
이번에 신제품 3개를 필드 테스트 했다.
니모 조르 숏 머미 매트리스,
호카오네 호카라 하이킹화,
니콘 Z7II 카메라와 Z 24-120mm 렌즈.
니모 조르 숏 매트리스는 사전 예약해서 며칠 전 받았다.
무게 295g, 폭 51㎝, 길이 122㎝ 두께 약 3㎝로 R-value 2.7이다.
3 계절은 단독으로, 동계에는 스위치백 매트리스와 함께 사용하면 된다.
부피도 적고 가벼워서 백패킹에 적합했고 잠자리도 편했다.
아침 식사 준비할 때도 꺼내서 바위 위에 깔고 사용했는데 편리하다.
호카오네의 하이킹화 '호카라'는 여름용 등산 샌들인데
워킹구간과 암릉구간에서 사용해 본 결과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쿠셔닝도 좋고 접지력이 바위에서도 뛰어났다.
다만 샌들이라 가끔 이물질이 들어왔는데 끈 처리가 편리하게 돼 있어서
벗고 신기가 수월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바로 옆에 일찍 잠자리에 든 트레커가 있어서 나도 일찍 자기로 했다.
은하수를 담을까 해서 광각렌즈도 가져왔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중천을 제외하고는 하늘이 너무 탁했다.
8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다.
몇 번 깨다 자다 했지만 새벽 4시 30분경 사람들 소리에 일어날 때까지 잘 잔 편이다.
밤새 바람도 없었고 날씨도 따뜻해서 불편하지 않았다.
평일인데도 사진가들이 모여들었다.
옆 백패커 때문에 조금 더 누워있다가 5시가 돼서 그냥 일어났다.
이 정도면 옆 사람에게도 충분히 배려했다고 생각했다.
밖에 나오자 날씨가 전혀 춥지 않았다.
앞 봉우리와 뒷 봉우리에 불빛이 보였다.
부지런한 사진가들이 벌써 포인트를 찾아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텐트 바로 옆에 삼각대를 펴두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별은 아직 선명했다.
중천에서 북쪽으로 약간 기울어서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고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카메라도 미러리스로 바꾸고 첫 출사다.
일단 무게에서 D850보다 500그램 가볍고(24-120mm랜즈 장작하고 잰 무게)
부피도 30% 정도 줄어서 휴대성은 D850보다 훨씬 편리했다.
나처럼 암벽, 빙벽, 계곡·폭포등반, 워킹과 백패킹 등을 토털로 즐기고
등반 사진까지 찍는 경우에 휴대성과 조작성에서 괜찮은 장비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어제 이동 중에는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 갤럭시 23 울트라 모바일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니콘 Z7Ⅱ로 촬영을 할 차례다.
해는 거의 정동 방향에서 뜬다.
일출 시간은 6시 40분.
때기는 여전히 뿌옇다.
바람도 없었고 날씨도 따뜻해서 사진적 기대는 할 수 없는 기상상태다.
테스트 샷을 몇 컷 하다 등산로로 내려가 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탁한 대기 속에 흐릿한 태양이 떠올랐다.
카메라를 가져와 바로 앞 촛대바위를 조연으로 진달래를 담았다.
태양이 조금씩 높아지자 빛이 곳곳에 들었다.
빛이 강하지 않아서 진달래꽃이 노출오버 되지 않아서 좋았다.
연한 아침 빛이 들면서
흰 암봉과 다양한 형태의 바위와 그 틈에 피어있는 붉은 진달래는 백의를 입은 민초들이
횃불을 밝히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순광과 역광 그리고 주작산 방향과 오소재 방향의 암봉에 수놓아진 진달래와 바위의 모습을 다양하게 촬영했다.
처음 써보는 카메라라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7시 30분까지 1시간 정도 사진을 찍었다.
매트리스를 꺼내 바위 위에 깔고
커피를 내리고 어제 사 온 호떡을 구어 사과와 구운 달걀로 아침 식사를 했다.
행동을 고의적으로 느리게 했다..
모든 행동에 서툰 사람처럼 천천히 행동했다.
백수가 됐는데도 여전히 뭔가에 급하다.
급하지 않고 '느긋하게'를 습관화하고 싶었다.
햇볕이 따뜻했다.
앙칼진 암봉에 앉아 암봉 곳곳에 진달래가 횃불처럼 타오르는 듯한 풍경을 바라보며
충분히 아침을 즐겼다.
텐트는 그대로 두고 주변을 조금 정돈한 후 오소재 방향으로 내려가 어제 올랐던 암봉에 다시 올랐다.
그쪽에서 바라보는 그림을 다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사진에 대한 포인트는 지극히 주관적이라 어디가 더 좋은지는 각자의 몫이다.
특히 이곳처럼 다양하고 집단적인 주부제가 있는 곳은 어떤 곳을 쵸이스 할 것인지 사진가마다 다를 것이다.
봉우리에 올라 텐트가 있는 봉우리 사진을 찍고 오소재 방향 봉우리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시 텐트가 있는 봉우리로 돌아왔다.
전체적인 시야는 텐트 친 봉우리가 좀 더 나아 보였다.
텐트를 걷고 배낭을 꾸렸다.
식량과 물을 소비했더니 배낭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봉우리마다 등산로마다 사람들이 많아졌다.
평일 아침인데도 이런데 주말에는 어떨지 짐작이 갔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출발했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봉우리로 올라섰다.
많은 등산객과 사진가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갔다.
나도 잠깐씩 멈춰 다양한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며 내려갔다.
주작산 주봉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는 정자에 내려와 배낭을 내려 두고
주작산 방향으로 5분 정도 진행해서 오소재 방향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암봉과 진달래 군락이 가장 구도적인 짜임새가 좋았다.
꽃도 풍부했고 이어진 5~6개의 암봉들이 횡으로 보여서 균형감 있는 구도가 잡혔다.
촬영을 마치고 5분 정도 하산해서 어제 차를 파킹한 곳에 도착해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주작산 암릉 길은 처음 대했을 때 느낌은
금강산 세존봉 같은 아기자기한 암릉미가 느껴졌고
암릉 길을 걸으면서는 그 앙칼진 산세에 작지만 사납기 그지없는 벌꿀오소리 같은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 해가 은은하게 비칠 때는
시위장에 걸린 커다란 걸개그림 속에 그려져 있던
백의를 입은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주작산 정상이 봉황의 머리라면 오소재로 향하는 능선은 봉황의 오른쪽 날개고
덕룡산을 거쳐 소석문으로 향하는 암릉길은 왼쪽 날개라고 한다.
날개치고는 거칠기 그지없다.
한 번쯤 오소재에서 소석문까지 종주를 해보고 싶기는 하다.
작천소령 - 오소재 능선의 암릉구간에 텐트 사이트는 두 곳 정도 있는데
한 곳은 첫 봉우리를 내려 서면 안부의 등산로 옆과
이번에 내가 친 곳 정도다.
두 곳 다 겨우 1동 정도 칠 수 있다.
덕룡산 쪽은 몇 개 있다고 하는데 가보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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