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0-11 트레킹 3일 차 -
남체(07:47) - (09:45)아마다블람 롯지(10:13) - (10:20)3,600m 사나사(EBC갈림길)
- (12:08)3,940m 몽라<점심>(13:34) - (14:24)포르체텡가 - (14:35)리버 리조트
남체 고도 : 3,440m
포르체텡가 고도 : 3,680m(숙소3,530m)
거리 : 8.5km
걸음 : 14,300 보
소요시간 : 6시간 50 분
날씨 : 이슬비, 는개 내림
혈중 산소 : 86%(포르체텡가 오후 6시 45분)
롯지 창문으로 바라본 남체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비와 함께 출발해야겠군'
혼자 중얼거리며 물을 끓였다.
어제 가스를 구입해 둬서
이제 아침마다 커피를 드립해 마실수 있다.
커피는 떠나 올 때 드립백과 원두를 같이 가져왔다.
이선배가 가져온 리엑터가 고장 나서
내가 예비로 가져온 msr '포켓 로켓 버너'를 사용했다.
커피를 다 내린 후 우리 방에 모여
눅눅한 아침을 커피 향으로 시작한다.
오늘은 고소 적응일이다.
당초 계획대로면 남체 바자르에서 하루 더 묵으며
에베레스트 뷰 호텔까지 갔다 오는 것으로 고소 적응을 해야 하지만
일정이 바뀌면서 몽라까지 고도를 높였다가
포르체텡가로 내려가며 고도를 낮춰 고소 적응을 하기로 했다.
남체 숙소에서 언덕으로 올라섰다.
많은 트레커들이 비슷한 시간에 출발해서
트레일이 북적거렸다.
올라가는 길 사면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는
향유 종류의 꽃과 용담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었다.
남체 위로 올라서 얼마간 내리막 길을 걷다 오르막이 나왔다.
대부분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가끔 계단을 올라야 할 때도 있었다.
이틀간의 트레킹으로 몸이 어느 정도 적응했는지 힘들지는 않았다.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어서 카메라를 꺼내
수건으로 덮어서 목에 걸고다녔다.
고산 트레일을 걸을 때는 산 안쪽으로 붙어서 걸어야 한다.
바깥쪽으로 걷게 되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처하기가 어려워서
자칫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길은 좁은데 많은 트레커들이 오가고
당나귀나 좁교, 야크도 등에 짐을 싣고 다닌다.
서로 교차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건드리게 되면
바깥쪽으로 걷는 사람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 그런 사고가 종종 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고소 증상이나 아니면 실수로 넘어질 경우도 마찬가지다.
습관적으로 바깥쪽으로 나오는 대원이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
남체에서 느릿느릿 걸어서 아마다블람 뷰포인트인 아마다블람 롯지에 2시간 만에 도착했다.
날이 좋았다면 중간에 아마다블람을 이미 만났겠지만
구름이 감싸고 있어서
걷는 동안 잠깐씩 형태만 보일 듯 말듯했다.
잠깐 쉬면서 차 한잔 마시고 간다.
다들 특별히 음료나 차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래도 중간에 쉬면서 차 한잔 마셔 주는 것은
롯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것이기에
레몬차나 생강차 정도를 한잔씩 마신다.
차를 마시며 잠깐씩 구름이 물러가면 보이는 아마다블람을 담았다.
대원들도 그 순간 같이 담아주려고 했는데
금세 구름이 가려버렸다.
아마다블람 롯지에서 5분 정도 진행하자 '사나사'라고 표기된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고교와 EBC 가는 길이 갈라진다.
우리는 고교리 가는 길로 들어섰다.
라메찹에서 루크라행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있었지만
트레일은 많은 트레커들이 걷고 있었는데
갈림길에서 고교 트레일로 들어서자 트레커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고교리 보다는 EBC나 칼라파트라가 더 인기가 많은 게 분명하다.
갈림길에서 숲길을 따라 10여 분 걷자 축조된 돌계단이 이어졌다.
트레킹 중 계단을 오르는 것은 힘만 들고 재미는 없는 구간이다.
하지만 단 시간에 고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계단을 올라서자 잠시 내리막 길이더니 또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 계단을 올라서자
우리가 잠깐 쉬었던 아마다블람 롯지로 구름이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구름은 빠르게 다가와 우리마저 가두었다.
길은 산허리를 따라 뱀이 꿈틀거리듯 이어졌다.
대원들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쉬었다.
잠깐씩 쉬면서 물도 마시고 행동식도 먹었다.
힘들다 보니
배낭을 내리는 것도 귀찮아해서
옆사람에게 배낭 속에 있는 물건을 꺼내 주라고 하거나
벗어둔 배낭을 가져다주라고 하는 것 같은 사소한 부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내가 힘들고 귀찮은 것은 남들도 힘들고 귀찮다.
그런 사소한 부탁이 잦아지면 짜증이 생기고 팀워크가 깨진다.
위급하거나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서로 희생하고 돕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고산 트레킹에서는
갑자기 힘을 쓰거나, 불필요한 동작을 많이 하거나
심지어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에너지를 소모시켜
고소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유럽 트레커들은 물주머니를 배낭에 넣고
연결된 호스를 어깨 쪽으로 빼내어 수시로 물을 마신다.
고산 트레킹은 물을 많이 마셔서 수분을 보충하고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해서 혈액 내 산소공급이 잘 되게 해야 하는데
배낭에 물을 넣어두면 귀찮아서 꺼내 마시지 않는다.
행동식도 마찬가지다.
힙 벨트 포켓이나 배낭 사이드 포켓에 넣어야 꺼내 먹을 수 있다.
힙 벨트 포켓이 없으면 소품을 사서 힙 벨트나 어깨 벨트에 달면된다.
완벽하게 고소에 적응할 때 까지는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는 것이 체력을 아끼고 고소에 적응하는데 유리하다.
다들 힘들어했지만
나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의 유연함과
밀려드는 구름에 따라
지워졌다 그려졌다 하는 풍경과
그런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 존재에 대한 물음에 대하여 빛을 비춰주는 것 같았다.
몽라의 붓다 로지에 12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3,440m의 남체에서 3,940m의 몽라까지 고도를 500m 올렸다.
거리는 6.5km.
(몽라 고도는 고도계 측정)
오늘 일정에서 힘든 구간은 끝났다.
점심은 쿡이 수제비를 해줬다.
나는 입에 맞지 않아 대신 누룽지를 많이 먹었다.
(표지와 지도에는 마을명이 몽 <mong>으로만 표시되어 있는데 불리기는 몽라<mongla>로 불린다.
'라'는 고개를 뜻한다. 여기서부터 내려가는 길이다.)
식사 후 쉬었다가 1시 30분에 포르체텡가로 출발했다.
이제 고도를 낮추는 길이다.
길가에 산국 비슷한 꽃과 투구꽃이 피어있었다.
잠깐, 봄에 야생화를 담으로 여기에 다시 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안개 자욱한 숲으로 들어서 갈지자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내리막은 다들 편한가 보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멈춰서 웃어준다.
포르체텡가에 50여분 만에 도착했다.
다시 10여 분을 더 내려가 강가에 있는 리버 리조트라는 곳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간이 오후 2시 30분밖에 안돼
짐 정리하고 롯지 마당에 나와 커피를 내려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의 여유로운 시간이다.
일정이 길지 않아서인지 모두 힘 있어 보인다.
트레킹은
등산과 달리
힘은 들어도 위험이 없다.
예기치 못한 드라마가 펼쳐지지도 않는다.
대부분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일이 생겨도 예측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날씨로 인한 일정의 변경 정도는
사실 별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
그냥 걷는 것이다.
왜 이곳에 왔고
왜 걷는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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