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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에는/히말라야 이야기

'22 고교리「Gokyo peak」Trekking -#5(트레킹 4일 차)

by akwoo 2022. 11. 17.

 

- 22-10-12 트레킹 4일 차 -

포르체텡가(07:07) - (09:43)4,110m돌레(10:30) - (11:35)4,330m Lhabarma<점심>(13:34)

- (14:05)4,360m루자 - (15:09)마체르모

 

포르체텡가 고도 : 3,680m

마체르모 고도 : 4,470m

거리 : 8.8km

걸음 :  15,400보

소요시간 :  8시간

날씨 : 이슬비 내림

혈중 산소 : 87%(오후 3시 27분)

 

 

 

포스트 몬순(10~11월)에 시작한 트레킹인데

기후 변화 때문인지

첫날부터 비가 내렸다.

트레킹 4일 차인 오늘도 출발부터 비가 내린다.

이런 상태면

이곳은 트레킹 시기를 10월 말쯤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흐린 날의 컬러는 진하고 무겁다.

4일간의 트레킹 내내 

설산이 주는 환호와 파란 하늘 대신

산의 사면으로 이어지는 트레일과 깊은 협곡

그리고 그 건너 4,000~5,000m 급 산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차분하고 묵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고도가 높아진 만큼 계곡의 물줄기는 까마득하게 멀어 보였고

협곡 사이로 구름이 들고 났다.

트레일에서 내려다 본 계곡풍경

 

 

 

 

습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들고 난다.

 

 

 

계곡 옆에 자리 잡은 롯지를 떠나 고도를 올린 후 40여분 지나 숲으로 들어섰다.

숲은 열대지방의 정글 같은 모습이다.

나무에는 풀어헤쳐진 실 같은 식물이 침엽수나 활엽수 구분 없이

나무마다 걸려 있어서

미지의 정글 속으로 탐험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숲으로 들어서서 단체사진

 

 

잠깐 숲을 벗어나자

길 옆에 멋진 폭포가 나타났다.

큰 산은 우기나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릴 때 나타나는 폭포들이 있는데

이 폭포도 우기여서 볼 수 있는 폭포일 것이다.

비 오는 날 이렇게 불쑥 나타나는 풍경은

에너지 젤을 먹은 것 같은 효과를 준다.

폭포앞에서 단체사진

 

 

 

 

 

나무에 길게 느러뜨려져 있는 이끼류(?), 채취하면 안된단다.

 

 

 

길은 숲을 벗어나자 산허리를 따라 이어졌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조망이 생기자

걸어온 길도

걸어가야 할 길도 

지나온 마을도

그림처럼 걸려있고

그 사이로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은

내가 초대형  미디어 아트관에 들어와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 자연발생적 미디어 아트다)

 

 

 

 

짐에 파란 비닐을 씨우고 포터들이 걸어 간다.

 

 

 

느긋하게 2시간 30분을 걸어 4,110m의 돌레 마을에 도착했다.

포르체텡가에서 고도를 400m 정도 올렸다.

급하게 치고 올라온 길이 아니어서

대원들도 못 견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리버사이드 롯지에 들러 레몬차와 생강차를 마시며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출발했다.

급하지 않아서 좋다.

길은 이렇게 걷는 것이다.

돌레 마을앞 표지판. 현 위치와 주변 산을 가늠할 수 있어서 좋은 안내판이다.

 

 

 

붉은 지붕 롯지에서 잠깐 차 한잔 하고 간다. 돌레의 리버 사이드 롯지.

 

 

 

마을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뒤돌아 본 돌레 마을은

완만한 산 경사면의 끝에 10여 체의 주택과 목초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름다운 마을' 표지판 하나 걸어주고 싶었다..

뒤돌아 본 돌레마을 모습

 

 

언덕을 올라 다시 산허리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자

키 큰 나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관목들과

무릎 높이로 자라 무리 져있는 나무들만 보였다.

4,000m가 넘는 고산지대는 3,000m대의 환경과 완전히 달랐다.

나무와 풀에 단풍이 들어 산사면이 붉게 보였다.

마을도 농경지는 보이지 않고 대부분 목초지여서

이곳부터는 목축업이 주 생계수단 같았다.

4,000m가 넘는 돌레 마을을 넘어서자 대부분 키 큰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11시 반쯤 4,220m 라바마(라파마)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국수를 먹었다.

입에 맞지 않아서 조금 먹고 누룽지로 대신했다.

여기서도 많이 쉬었다.

두 시간을 머물다 출발했다.

목장 풍경. 초록의 목초지에 야크가 풀을 뜯고 있다.

 

 

 

길은 느리게 이어졌고

비는 계속 내렸다.

급하지 않은 오르막 길을 걸어

돌로 담을 쌓아 경계를 만든

목초지가 많은 작은 마을을 만났다.

루자 마을이다.

여기서도 잠깐 쉬었다.

마을이 있으면 언덕을 올라야 한다.

마을은 대부분 바람을 막아 주는

산의 줄기와 줄기 사이인 협곡에 형성되어 있다. 

4,000m 지대에 길게 이어지는 트레일

 

 

 

 

누군가 두 개의 돌로 쌓은 케른. 재치있다.

 

 

 

 

작은 마을. 루자. 대부분 목장을 구성된 마을이다.

 

 

 

 

루자마을. 돌 담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루자 마을을 지나 구름이 넘나드는 트레일을 1시간쯤 더 걸었다.

루자에서 마체르모 가는 길도 느긋한 오르막이다.

내 메모장에 "모퉁이에 속지 말자"라고 쓰여 있다.

오늘 걸어온 

길은 그렇게 모퉁이를 돌고 나면 저 멀리 또 다른 모퉁이가 보이고

다시 그 모퉁이를 돌고 나면 또 다른 모퉁이가 나왔다.

커다란 산의 허리를 횡단하며 느리게 고도를 올리며 걷는 길이다.

나는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돼서

앞서가기도 하고 뒤에 가기도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호흡이 괜찮았다.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몇 개의 모퉁이를 돌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렇게 모퉁이를 돌다

언덕을 올라설 때쯤 빛이 들었다.

언덕을 완전히 올라 서자 아래에 마을이 보였다.

마체르모(마체르마)다.

마체르모도 산의 골 중상단 분지에

롯지와 목장으로 구성된 작은 마을이다.

마체르모는 안갯속으로 흐리게 보였지만

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드디어 마체르모 마을이 보인다.

 

 

 

마체르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주며 즐거워한다.

오늘 하루도 잘 걸었고

힘들어도 행복했다는 뜻이다.

기쁨의 만세

 

 

 

마체르모로 내려가는 중

 

 

 

마체르모 마을 풍경

 

 

 

 

마체르모 에티롯지에서 바라 본 설산

 

 

 

 

마체르모 예티 롯지. 중앙에 표족하게 솟아 있는 산이 케조리다.

 

완성된 삶이란 없다.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곧 삶이고

그 길의 끝에 도달할지 못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길을 걷다 보면

무엇인가 보일 것이다.

이것이 내가 가는 길이다.

 

'22 고교리「Gokyo peak」Trekking -#6(트레킹 5일 차)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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