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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에는/히말라야 이야기

'22 고교리「Gokyo peak」Trekking -#7(6일 차)

by akwoo 2022. 11. 22.

 

- 22-10-14 트레킹 6일 차 -

고교(07:04) - (10:50)고교리(11:40)  - (13:30)고교

 

고교 고도 : 4,790m

고교리 고도 : 5,357m

거리 : 4.5km(왕복)

걸음 : 7,100보

소요시간 :  5시간 30분

날씨 : 맑음

혈중 산소 : 78%(오후 4시 39분)

 

 

 

전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모두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이제 마침표를 찍으면 된다.

새벽 2시에 출발하겠다고 했다.

일찍 출발해 정상에서 모르겐로트를 보고 싶었다.

내려와서 휴식하고 다음 날 헬기로 하산하니

조금 무리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녁 무렵 생각을 바꿨다.

힘들어하는 대원들에게 새벽 2시에 출발하자고 하는 것은 

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시에 출발하겠다고 하자

일부 대원이 2시에 출발하면 정상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아침식사를 한 후에

7시에 출발했다.

롯지 밖으로 나오자 이미 해가 떠서 호수 건너편 울산바위 같은

6,017m의 마운틴 파리 랍체가 순광을 받아 눈부시다.

밤에 날이 추웠는지 롯지 지붕과 앞마당은 서리가  내렸고

파리 랍체 아래쪽 산기슭에는 신설이 내려 하얗게 변해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호수가를 따라 란조라 패스 쪽으로 몇 분 걷다가 고교 리 산으로 올라선다.

벌써 산 아래부터 위까지 트레커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아침 6시. 출발 전 커피 드립

 

 

 

 

서리가 내렸다. 날카로운 파리 랍체의 연봉.

 

 

 

 

서리 내린 마을 어귀에 백마 한마리.

 

 

 

 

고교 리(고고 피크)를 향하여 하이킹 시작.

 

 

 

 

아~ 저 물 빛, 물 색.

 

 

 

고도를 500m 올려야 정상이다.

보폭을 줄이고

좌우로 크게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올라간다.

커다란 달이  파란 하늘에 떠서 응원해준다.

하단부를 올라서는데도 모두 힘들어했다.

자주 쉬었다.

나는 여전히 컨디션이 괜찮았다.

다양한 촬영을 하면서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간다.

갑자기 힘을 쓰거나 속도를 내는 것만 의식적으로 조심하며 올라갔다.

커다란 달이 응원한다.

 

 

 

올라가며 간간히 뒤돌아 보는 풍경은 좋다.

잠깐 멈추며 호흡을 가다듬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고산의 정취를 느낀다.

다양하게 앵글을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

등반이 아닌 사진만을 위한 트레킹을 하고 싶었다.

좋은 장소에 며칠씩 머물며

아름다운 장면들 뿐 아니라

나만의 앵글과 환경을 찾아내어 담아보고 싶었다.

네팔리들의 삶의 모습인

건물, 목축, 포터, 롯지, 농경지, 길, 계단 등을 담고

이 에메랄드 컬러의 환상적인 호수를 설산과 함께 표현해 보고 싶었다.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초와 흐르는 별을,

떠오르는 태양에 설산이 붉어지는 모르겐로트를 정상에서 담고 싶었다.

 

대원들의 웃는 모습, 힘들어하는 모습,

끝없이 이어지는 트레일을 걷는 모습도 담고 싶었다.

 

고산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은 고소 증상을 악화시킨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호흡을 멈춰야 해서

심폐리듬이 깨진다.

그러면 뇌에 산소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어지럽고 몸의 균형도 흐트러진다.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

오래 머물러서 완전히 고소에 적응한 후라면 어느 정도는 괜찮겠지만

계속 움직이며 사진을 찍는 것은 그만큼 많은 체력과 주의를 요구한다.

고교 마을. 고교 호수.

 

 

 

 

고교 리 하단부를 오르고 있다.

 

 

 

실제 트레킹 6일 중 4일은 비가 왔다.

그래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지만

당초 원했던 모습을 담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휴대폰으로도 찍었지만 화질이 좋지 않다.

(오래된 폰이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진도 그렇다.

항상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또 주어진 상황 속에서 담을 수 있는 것들을 담았다.

일출이나 낙조사진, 네팔리들의 생활 사진을 못 담아서 아쉽지만

그것은 정말 촬영만을 목적으로 왔을 때 담아야 할 것 같다.

힘들어~. 스틱에 기대어.

 

 

 

 

한걸음 한걸음 씩.

 

 

 

대원들이 힘들어해서 더디게 올라갔다.

2시간이면 정상까지 올라간다는데

3시간이 다 되어서 중단부를 지나 상단부로 진입했다.

중간에 고소 증상으로 장트러블이 생긴 대원 한 명은 하산했다.

상단부로 들어서자 검은 돌과 바위가 가득한 너덜지대다.

너덜지대를 지나 다시 좌우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올라간다.

더 이상 포기자는 없다.

몇몇은 정말 힘들어서 스틱에 기대어 쉬면서 느리게 움직였지만

견디며 올라오고 있었다.

6,000m가 넘는 파리 랍체가 바로 옆이다.

 

 

 

 

검은 돌과 바위로 가득한 곳을 지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다.

 

 

 

 

잠깐씩 스틱에 기대어 쉰다.

 

 

 

출발한 지 3시간 50분이 돼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최 대표 정상 컷을 찍어주고 정상 부근을 돌아봤다.

모든 방향에서 조망이 뛰어나다.

칼라파트라와 더불어 쿰부 히말라야 최고의 뷰 포인트라는 말이 실감 나는 풍경이다.

드디어 정상. 수고하셨어요.

 

 

 

 

정상부. 검은 바위로 가득하다.

 

 

 

 

고교 호수 세 개가 다 보이고 설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초오유, 에베레스트, 눕체, 푸모리,  마칼루, 로부체, 촐라체, 테보체, 캉테가, 탐세루크, 파리 랍체 등 등

북 - 동 - 남 방향으로 8,000m~6,000m급 설산의 파노라마가 마치 톱날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아래로 모래를 뒤집어쓴 고줌바 빙하가 강처럼 흘러내리고

고교 호수 3개가 순서대로 이어졌다.

그 호수가로 길게 이어진 길은 어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다.

한동안 설산들을 바라보면 산 이름 맞추기를 홀로 해본다.

렌즈를 14mm로 바꿔

180도 파노라마 촬영을 했다.

사진을 몇 컷 더 찍고 정상표시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대원들이 모두 올라와 있다.

단체로 정상 사진을 찍고 행동식과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물을 먹었다.

나는 에너지 젤을 하나 섭취했다.

체온이 떨어질 때쯤 하산을 시작했다.

나는 가장 늦게 내려가며 대원들 하산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14mm 광각렌즈로 담은 정상 기념 샷

 

 

 

 

왼쪽 모레인 지대가 고줌바 빙하. 그냥 흙모래 같지만 표면만 그럴뿐 안에는 얼음이다.

 

 

 

하산하며 담는 사진도 즐겁다.

내려다보는 풍경도 좋고 대원들의 지친 모습도 사진으로는 괜찮다.

호수와 설산이 백스크린이 되어 주는 곳을 걸어가는 대원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하산이지만 대원들이 지쳐서 힘들어했다.

금방 내려갈 것 같았지만 내리막도 2km가 넘는 길이다.

그래도 힘이 덜 든다.

하산은 1시간 50분 걸렸다.

올라갈 때보다 2시간이나 덜 걸렸다.

나는 내려오면서 다른 쪽으로 돌아가서

텐트 사이트와 사진 포인트를 확인하며 내려갔다.

밤에 조금만 올라와 별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었다.

하산

 

 

 

 

하산. 정면 날카롭게 솟아 있는 설산이 촐라체와 테보체다.

 

 

 

 

호수가 있어 더 아름다운 마을 고교

 

롯지로 돌아오자 모두 지쳐서

롯지 의자에 누워 잠들었다.

이 선배는 올라갈 때부터 혈당 언 밸런스로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상황을 견디며 정상에 다녀왔는데

하산해서도 회복이 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고생했다.

다들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기압의 영향으로 얼굴은 부어올라있고 

체력은 방전되어 힘든 모습이 역력하다.

 

롯지 창문으로 볕이 잘 들어서

창문 아래 의자에 눕거나 서로 기대어 오랫동안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이번 트레킹의 마지막 목적지에 다녀왔다.

 

정상에 올랐다는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다.

정상 또한 잠시 지나는 과정이고

돌아가야 할 반환점일 뿐이다.

 

오르는 동안

모든 불순물이 정제되었고

목적도 목표도 사라졌다.

왜?라는 물음도 잊었다.

걷다 보면 잠시라도 그렇게 무념의 세계에 든다.

그것이 산의 길이다.

 

'22 고교리「Gokyo peak」Trekking -#8(7일 차)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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