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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배낭을 비우다

굴업도 백패킹 2 - 개머리 언덕

by akwoo 2023. 9. 15.

마을 안에서 개머리 언덕 기점인 굴업도 해변은 5분도 안 걸렸다.

해변에는 작은 카페가 있고 순비기나무 군락이 해변 100여 미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250여 미터 해안을 따라 걸으면 개머리 언덕으로 올라서는 들머리가 나온다.

개머리 언덕 출발지인 굴업도해변 카페 앞.

 

 

 

 

개머리 언덕으로 출발. 사람 오른쪽 초록으로 보이는 것이 순비기 나무 군락이다.

 

 

 

 

해변에서 개머리 언덕으로 오르는 들머리.

 

 

 

 

입구로 올라서 숲길을 100m 정도 오르면 수크렁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역광을 받아 반짝거리는 수크렁의 환영을 받으며 능선 위로 올라선다.

능선 언덕은 시원스럽다.

나무는 없고 이어지는 언덕에는 수백만 명이 들고 있는 촛불 같은 수크렁이 흔들리고 있었다.

굴업도 해변에서 숲을 잠깐 통과하면 언덕으로 올라서야한다.

 

 

 

 

첫 번째 언덕을 오르고있는 일행.

 

 

 

장관이다.

남북으로 조망이 트인 언덕을 따라

 수크렁 사이로 길은 유연한 선을 긋고 이어졌다.

일행들이 길게 줄지어 걸어간다.

이 순간 사람은 길이 되고 자연이 되고

작은 바위 같은 무생물과 고래등 같은 언덕도

생명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적극적 애니미즘 추종자는 아니지만-

자연이란  큰 틀에서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아일체'의 순간이다.

고래등 같은 언덕을 걷는다.

 

 

 -- 산은 때로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 같은 것이다. --

 

얼마간 능선길을 지나 잠시 소사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소사나무 숲을 지나자 다시 어제 연평산에서 느꼈던 

차원이 다른 공간을 통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숲을 빠져나오는 순간은 어제보다 더

다른 시공간을 지나온 것 같았다.

 

다시 방금 지나온 수크렁 언덕 같은 길이 이어지고 길은 아래로 이어져 섬의 끝에서 멈췄다.

개머리 언덕은 굴업도 서쪽 끝 능선을 일컷는다.

이곳부터 군데군데 백패커들이 텐트를 치고 쉬고 있었다.

대부분 개인이고 두 세 팀으로 이루어진 텐트도 보였다.

우리는 9명이 8개의 텐트와 타프 하나를 쳤다.

텐트 사이트는 수크렁 사이에 초지들이 간헐적으로 보였는데 그런 곳을 찾아 텐트를 친다.

언덕 내리막이라 지면이 약간 기울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

잔디밭이라 푹신하기도 하고 팩도 잘 박혔다.

모두 텐트를 치고 나서 타프 아래 모여 돼지고기를 먼저 구웠다.

허기가 졌던지 모두 잘 먹는다.

예전과 달리 술은 많이 먹지 않는다.

고기를 다 먹고 햇반과 주꾸미 무침으로 밥을 볶아서 저녁 식사까지 마쳤다.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수크렁군락.

 

 

 

저 숲을 지나면 개머리언덕이 나온다.

 

 

 

소사나무 숲으로 길이 이어진다. 소사나무 가지와 건너편의 빛 그리고 그  사이의 여백은 다른 차원의 시공간 느낌을 준다.

 

 

 

소사나무 숲을 통과하는 마지막 문. 차원이 다른 시공간을 지나온 느낌.

 

 

 

아~ 수크렁 언덕.

 

 

 

잠깐 멈춤.

 

 

 

타프가 쳐진 곳과 그 아래  2동의 텐트가 우리팀.

 

 

 

해가 수평선 쪽으로 기울면서 노을이 조금 생겼다.

해지는 쪽에 다행히 작은 바위섬 하나가 떠 있어서 부재로 활용했다.

일행들의 단독 사진도 찍었다.

주변 수크렁과 강아지풀 실루엣을 살려 찍어줬는데 그럴싸하다.

한참을 그렇게 낙조와 놀고 커피타임을 가졌다.

오늘은 내가 드립 하지 않고 일행이 드립 했다..

커피를 마시며 내년 이탈리아 돌로미테 백패킹 계획을 조금 구체화시켰다..

 

 

하늘에 별이 많았다.

희미하게 은하수가 머리 위에 떠 있다.

북두칠성이 선명했고 동쪽에는 카시오페아가 언덕 위에 반짝였다.

은하수를 담기 위해 불빛을 피해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

테스트 샷을 해보니 은하수는 수직으로 뻗어있다.

가로와 세로로 텐트 두동을 부재로 활용해 촬영했다.

이 선배와 진경이는 은하수를 처음 촬영해서

도와주야 하는데

AF 기능이 렌즈 자체로 자동과 수동 변환이 되지 않는

처음 보는 렌즈라 세팅을 해줄 수가 없었다.

태철이가 구도를 도와주면서 두 사람도 몇 컷씩 담았다.

은하수 촬영을 마치고 다시 모여 산, 사진, 건강 등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 다른 백패커들이 있어서 10시에 모두 잠자리로 향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한 하루가

은하수와 함께 마무리된다.

낙조를 바라 보며 맥주 한잔.

 

 

 

낙조.

 

 

 

은하수

 

 

 

어제 연평산과 개머리 언덕 트레킹으로 적당히 피곤해서 잠을 잘 잤다..

 

카메라를 챙겨 일출 보러 출발했다.

어제 왔던 언덕을 거슬러 올라갔다.

수크렁이 몸을 흔들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아침 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은 일출과 수크렁을 아름다운 곡선과 함께 담는 거였는데 수크렁 언덕에는 일출이 잡히지 않았다.

일출각이 나오지 않아서 능선을 지나 어제 마지막으로 지나온 숲으로 내려가 올라올 때 봐뒀던 바위턱에 자리 잡았다..

이선배와 진경이, 정상이까지 네 명이다.

태철이는 텐트 부근에서 찍기로 했다.

여명의 놀은 구름이 없고 바다 아래쪽에 헤이즈(haze)가 약간 있어서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해는 소야도 뒤쪽에서 솟아올랐다.

제각각의 느낌으로 촬영을 하는 중에 봉순이와 친구가 같이 와서 일출을 감상한다.

그리고 먼저 일어나 커피 내린다고 출발했다.

일출.

 

 

 

일출

 

 

 

일출 경의 수크렁 능선.

 

 

일출 촬영을 마무리하고 다시 언덕으로 올라섰다.

수크렁으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광을 받은 수크렁은 빛의 방향에 따라 실버 컬러나 아이보리 컬러로 구분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억새처럼 보였다.

수크렁 언덕에 은은한 아침 빛이 입혀지자 새벽의 정갈함에 차분함이 더해져

수행자의 언덕처럼 모든 사물들이 일순간 정지된 듯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백패킹의 최고의 순간이다.

카메라를 내려두고 느리게 호흡하며 정갈하고 차분한 아침 빛으로 날 씻어내고 싶었다.

 

언덕을 지나고 다시 내려오며 일행을 모델 삼아 셔터를 눌렀다.

아름답다.

산에서 사진은 늘 덤이지만

찰나를 기록해 일행들에게 기억에 남을 한 컷 정도는 선물해주고 싶어서 꽤 많은 셔터를 눌렀다.

모델들도 훌륭하다.^^

노출 오버가 만든 수크렁 언덕의 흑조^^

 

 

 

일출 직후의 수크렁 언덕.

 

 

 

수크렁 언덕의 백조~

 

 

내려왔더니 타프아래에 커피 향이 머물러있다.

커피와 사과 빵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8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볕이 뜨겁다.

잠시 쉬며 수다를 떨다 9시경 천천히 패킹을 시작했다.

 

배낭은 훨씬 가벼워졌다.

물 4.5리터와

일상의 욕심과 근심도 비워냈으니 당연하다.

자신도 모르게 채워지는 삶의 배낭을 

가끔은 이렇게 비워야 한다.

 

주변까지 완벽하게 정리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뒤에 가면서 일행들의 동선을 담았다.

마지막 언덕에서 단체컷을 찍고 하산했다.

하산이 끝나고 굴업도 해안을 한 줄로 걸어가는 모습도 이쁘다.

 

도착하자마자 해안 카페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해서 마셨다.

배낭을 내려두고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다.

모든 정리를 끝내고 돌아간다.

 

 

 

아름다운 길.

 

 

 

단체 기념컷~

 

 

 

굴업도 해변으로 내려가는 일행.

 

 

 

굴업도 해변.

1박 2일 굴업도 여행.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같이해준 모두에게 감사하고

(대산련 2급 등산가이드와 게스트)

특히 준비하고 추진해주신 연안부두 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개머리 언덕 진행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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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TIP

 

배안에서 바라본 굴업도 개머리 언덕.

 

굴업도 해안에서 개머리 언덕까지는 1.7km 정도다.

급한 경사가 없어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잠깐 오를 거면 굴업도 해변 카페에서 출발해

 20분 정도면

첫 번째 언덕에 올라설 수 있고

그곳에서 시기에 따라 수크렁, 일출과 낙조까지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점심 예약이 11시 경이어서 일행들이 샤워장에서 샤워를 했다.

굴업도 해변 카페 옆에 샤워장이 있다.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점심을 먹고 이장님 댁으로 옮겨서 맥주 한 잔씩 했다.

이장님

트럭으로 선착장으로 넘어갔다.

어제 들어올 때와 역순으로 나가면 된다.

 

식사는 예약을 꼭 해야 한다.

펜션 손님이 우선이고 자리가 남아야 예약이 가능하다.

나오는 날 점심은 이장님 댁이 만석이라 다른 곳에서 했다.

 

굴업도 백패킹 1 - 연평산 트레킹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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